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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연장 논의 본격화)60세 정년 '한국·터키'뿐…빨라진 고령화 시계추 '부담'
유엔 "2060년 한국 인구부양부담 세계 최고"
2019-06-24 20:00:00 2019-06-24 20:00:00
[뉴스토마토 정초원 기자] 앞으로 40년 뒤면 한국의 인구 부양 부담이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돼, 우리도 정년제도를 주요국 수준에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60세 정년을 유지하는 나라는 한국과 터키 외엔 전무하다. 고령화 현상을 먼저 겪은 일본뿐만 아니라 영미권과 유럽권 국가도 법정 정년이 우리나라보다 높다. 
 
24일 유엔 경제사회국(DESA) '2019년 세계 인구 전망'에 따르면 오는 2060년 한국의 총부양비는 103.4명으로 조사 대상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사진은 올해 초 노인일자리 사업 참가자가 안내서를 보는 모습. 사진/뉴시스
 
24일 <뉴스토마토>가 해외 정년제도를 분석한 결과, 이미 주요 선진국들은 인구 고령화에 대응하고 노동시장 활력을 유지하는 차원에서 법정 정년을 높이고 있다. 
 
우리나라와 가장 닮은꼴로 거론되는 일본은 1998년 60세 정년을 의무화한 뒤 2013년부터 이 기준을 65세로 상향 조정했다. 현행 일본 고연령자 고용안정법에 따르면 기업은 정년 연장(65세)과 정년 폐지, 계속 고용제 등 3가지 고용 확보 조치 중 하나를 적용해야 한다.
 
최근에는 법적 정년을 70세까지 높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대신 일본은 65세까지 일하는 고령자 직원에게 지급하는 급여 수준을 50대에 받던 것보다 절반 이상까지도 깎는 임금피크제가 활발한 편이라 기업 부담이 적다. 
 
이삼식 한양대학교 고령사회연구원장은 "일본은 고령자 고용 확보 조치를 통해 효과를 봤다"며 "단카이 세대(1차 베이비붐 세대·1947~1949년생)가 빠져나가면서 노동시장이 많이 홀쭉해졌고 그때부터 고령자 고용이 늘고 청년층 고용이 활발해졌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우리나라도 2030년이 되면 비슷한 상황이 올 것으로 보인다"며 "청년층과의 일자리 충돌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은 1978년 정년법을 통해 법정 정년을 65세에서 70세로 확대했다가 1986년 정년제 자체를 폐지했다. 연령에 따라 고용을 차별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영국도 2006년 고용평등연령법에서 정년을 65세로 개정했다가 2011년 정년을 없앴다. 독일과 스페인은 기존에 65세였던 정년을 67세로 상향 조정할 계획이다. 
 
물론 해외 사례를 우리나라 실정에 그대로 적용하긴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은 정년제도가 없지만 세계적으로 노동 유연성이 높은 나라로 손꼽힌다. 기업 입장에서 이유를 불문하고 고용계약 해지를 통보하기 쉬운 구조다. 영국도 1980년대부터 성과주의 임금 제도를 채택하고 있어 고용 연장에 따른 급여 부담이 크지 않다. 
 
또 주요국 정년 연장 과정을 살펴보면 정년을 단번에 급격히 올리기보다 시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개선했다. 김미령 대구대 고령사회연구소장은 "우리나라도 정년을 65세로 높이는 방안을 고려할 시점"이라면서도 "선진국도 하루 아침에 정년을 상향 조정한 것은 아니다. 사회적 합의부터 이끌어냈다고 하더라도 실제 법정 정년이 조정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순차적으로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해외 수준에 맞춰 정년제도를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최근 우리나라 고령화 시계추가 예상보다 빨라지고 있다는 위기감 탓이다. 유엔 경제사회국(DESA) '2019년 세계 인구 전망' 자료에 따르면 오는 2060년 한국의 총부양비는 103.4명으로 조사 대상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일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2017년 유엔이 같은 조사에서 97.4명으로 전망한 것보다 더 악화한 수치다. 총부양비는 생산연령인구인 15~64세 100명이 부양해야 할 인구수를 나타내는 지표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고령화 현상이 예상보다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고령화 사회, 경제성장 전망과 대응 방향'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 고령 인구부양비는 1980년 약 10% 미만 수준에서 최근 20%로 상승했고 2050년에는 70%를 넘어설 것으로 관측됐다. OECD 평균보다 20%포인트가량 높은 수준이다. 이 전망대로라면 향후 우리나라 생산성과 고용구조가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경제 여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게 KDI의 진단이다.
 
이재준 KDI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경우 이례적으로 고령화의 속도가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대체노동력 공급을 증대시키는 방식으로는 생산성의 획기적 향상이 없는 한 부정적 영향을 상쇄하기에 충분치 않다"며 "고령 인구의 적극적인 경제활동 참가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일정한 나이를 고령의 기준으로 삼아 노동시장에서 퇴출시키는 정년제도는 더 이상 사회경제적 발전에 유효한 역할을 못하는 낡은 제도이므로 전면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초원 기자 chowon61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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