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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활비 상납' 박근혜 2심 징역 5년 선고(종합)
횡령 6억·국고손실 27억·뇌물 무죄…검 “상고할 것”
2019-07-25 16:04:37 2019-07-25 16:55:44
[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국정농단’ 사건 여죄인 국가정보원 특별활동비 수수 혐의로 추가 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항소심에서 징역 5년형을 선고받았다. 징역 6년을 선고한 1심 판단보다 1년 감형됐다.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구회근)는 25일 박 전 대통령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뇌물) 등 혐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이같이 선고하고, 추징금 27억원을 명령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도 사전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은 2013년 5월~2014년 4월 남재준 당시 국정원장에게서 6억원을, 2014년 7월~2015년 2월 이병기 전 원장에게서 8억원을, 2015년 3월~2016년 7월 이병호 전 원장에게서 받은 19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이병호 전 원장에게서 2016년 9월 추석 무렵 추가로 2억원을 받고, 2016년 6월~8월 이원종 비서실장에게 1억5000만원을 지급토록 한 혐의도 있다.
 
1심은 지난해 7월 공소사실 중 2016년 9월 추가 2억원 외 나머지를 모두 국고손실액으로 인정해 징역 6년을 선고하고 33억원 추징을 명령했다. 죄목은 검찰이 ‘실체적 경합범’으로 기소한 뇌물과 국고손실 중 국고손실만을 유죄로 판단했다. 두 죄목 모두 인정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검찰이 예비적 공소사실로 제기한 횡령 죄목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33억원만을 총 수수액으로 인정했지만 죄목이 달랐다. 재판부는 “당시 정확이나 경위를 볼 때 뇌물로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뇌물 혐의는 여전히 무죄 판단했다. 다만 1심과 달리 남재준 국정원장이 건넨 6억원은 국정원장들이 현행법상 국가 회계사무를 처리하는 ‘회계 관계 직원’에 해당하지 않아 국고손실의 주체가 될 수 없다는 취지로 인정하지 않고 횡령 혐의를 적용했다. 나머지 27억원은 회계관계직원에 해당하는 이헌수 당시 국정원 기조실장과의 공모를 인정해 국고손실죄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대법원 양형위원회에서 정하는 범위 내 피고인의 책임에 상응하는 형을 정했다”며 “특히 3명의 국정원장으로부터 총 33억원을 교부받은 건 비난가능성이 큰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결과적으로 유죄로 인정한 특활비 수수액은 같지만, 죄목이 달라 양형이 달라졌다. 특가법상 뇌물죄의 경우 수뢰액이 1억원 이상일 경우 최대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을, 국고손실죄는 손실액이 5억원이상일 경우 최대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을 선고한다. 반면 특가법상 횡령죄는 이득액이 50억원 미만일 경우 3년 이상 유기징역에 처해 국고손실죄보다 양형이 가볍다. 
 
검찰은 판결 직후 “뇌물수수는 대통령과 국정원장과의 인사ㆍ조직ㆍ예산 등 관계 및 정호성 등 비서관 3인 사건 항소심 판결에서도 일부 인정됐고, 정호성 등에 대한 판결에서는 국정원 회계의 최종책임자이자 결재자인 국정원장이 회계 관계 직원으로 인정된 바 있어 뇌물죄와 국고손실죄가 모두 인정돼야 한다”며 상고 의사를 밝혔다. 검찰은 지난달 결심공판에서 뇌물 혐의와 이병호 전 원장이 2016년 9월 건넨 2억원을 모두 유죄로 인정해달라며 징역 12년에 벌금80억원 및 추징금 35억원을 구형한 바 있다.
 
이에 박 전 대통령이 받을 최종 형량도 주목된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본안 사건에서 징역 25년에 벌금 200억 원을 선고받고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총선 개입 혐의에 대해서는 이미 징역 2년 확정 판결을 받고 복역 중이다. 이번 판결과 국정농단 2심 판결이 확정될 경우 박 전 대통령의 최종 형량은 32년이 된다. 
 
한편 박 전 대통령은 나오지 않았지만 312호 중법정은 취재진과 방청객들로 빼곡히 찼다. 재판이 끝난 뒤엔 “대통령은 무죄다”라고 주장하는 지지자들과 한편에서 “징역 50년은 돼야지 5년이 뭐냐”는 반발이 맞서 아수라장이 되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7년 8월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54회 공판기에 출석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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