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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 없는 싸움의 끝…'추미애-윤석열' 모두 '내상'
추 장관, '검언유착 의혹 수사' 책임 전부 부담…윤 총장, '위법 지시에 무릎 꿇은 검사' 비판
2020-07-10 02:00:00 2020-07-10 02:00:00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피말리는 혈투가 끝났다. 윤 총장이 9일 '수사지휘권 상실'을 인정하면서 추 장관의 수사지휘를 수용해서다. 표면상으로는 추 장관의 승리로 보인다. 법무부 안팎에서는 '완승'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윤 총장으로서는 '최측근'이 연루된 '검언 유착 의혹 사건'에 수사에서 완전히 배제됐다. "결과만 보고 받으라"라는 것이 추 장관의 수사지휘 핵심이기 때문에 피의자들에 대한 기소여부 결정도 못하게 됐다. 그 권한은 전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거머쥐었다.  
 
윤 총장, 검찰 내부 반발 직면
 
윤 총장으로서는 당장 검찰내부로부터의 반발에 직면하게 됐다. 지난 3일 전국 검사장들이 확인한 추 장관의 수사지휘에 대한 의견은 '위법한 지시'였다. 검사들의 의견도 대부분 같았다. 윤 총장으로서는 수사지휘권 발동의 '형성적 효력'을 존중했든 추 장관의 제파식 압박에 무릎을 꿇었든 '위법한 수사지휘'를 받아들인 검찰총장이 됐다. 리더십에 결정적 타격을 입게 된 것이다. 서울지역에서 근무하는 한 평검사는 "이러려고 전국 검사장들까지 소집해 의견을 들었느냐"고 분개했다. 
 
윤 총장이 이번 전례를 남기면서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은 앞으로 더 자주 발동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 현직 중견 검사는 "정치와 권력으로부터 수사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호해 온 최소한의 벽이 붕괴됐다"고 우려했다. 
 
'결기 있는 검사' 빛 바래
 
윤 총장은 이번 사태를 끝내면서 '2013년 국정원 사건 수사지휘 배제'를 언급했다.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이 검찰청법을 위반해 위법하다는 주장을 에둘러 밝힌 것이다. 윤 총장은 당시 사건으로 위법·부당한 수사지휘에 반발한 결기 있는 인물로 부상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과이 회동을 위해 지난 1월7일 오후 경기 과천시 법무부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 총장은 당시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 특별수사팀장을 맡아 수사를 지휘했다. 수사팀은 대선에 개입한 국가정보원 직원들에 대한 구속수사 방침을 세우고 이를 수사지휘권자인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에게 보고했다. 그러나 조 지검장은 이를 거부하고 수사지휘권을 행사해 윤 총장을 수사팀에서 배제했다. '수사개입, 위법 지시' 논란에 휩싸인 조 지검장은 "나를 감찰하라"고 대검에 요청해 감찰까지 받았다. 당시 대검 감찰본부는 지시불이행을 이유로 윤 총장을 징계했지만 조 지검장에 대해서는 '과실 없음'으로 결론내고 문제 삼지 않았다. 그러나 조 지검장은 대검의 감찰결과 발표 당일 사퇴했다.  
 
"김종빈 처럼 사퇴했어야"
 
그러나 이번 일로 그 빛이 바랬다는 평가가 많다. 지방에 근무하는 한 부장검사는 "2005년 김종빈 총장 처럼 사퇴함으로써 소신을 지켰어야 한다"고 했다. 다른 지방지역 검찰청에 소속된 한 평검사는 "검사의 표상이 사라진 것 같다. 임기를 채우는 것이 윤 총장의 목적이 아닌가 생각된다. 실망스럽다"고 했다. 
 
추 장관도 상처 뿐인 영광을 안게 됐다는 분석이다. 우선 '권언유착' 의혹으로까지 변질된 이번 '검언유착 의혹사건 수사'에 대한 책임라인에 직접 발을 들이게 됐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사건 수사와 결과에 대한 책임을 전부 감당하게 됐다. 이번 사건의 특성상 어떤 쪽으로 검찰이 결론을 내든, 검찰 내부 반발은 물론 정치적 시비거리를 남기게 됐다.  
 
추 장관도 리더십 도마에
 
'수사지후 수용' 결론을 내기 위한 소모적 전투에서 드러난 추 장관의 행보를 두고도 논란이다. 법무부장관으로서 하급기관을 품지 못하고 검찰총장 길들이기에만 집착했다는 비판이다.
 
법무부 내 정제되지 못한 일처리와 그에 대한 리더십 문제는 이미 도마 위에 올랐다. 법무부 대변인실은 전날 대검이 제안한 절충안에 대한 추 장관의 답변 초안을 외부로 유출해 파문을 불렀다. 법무부는 "장관과 대변인실 사이의 소통의 오류가 원인"이라고 해명했지만 누가 누구에게 어떻게 유출했는지에 대해서는 답을 못하고 있다. 
 
수사과정도 순탄치만은 않다. 강요미수죄 성립에 대한 법리적 난해성은 물론 이번 사건으로부터 파생되는 각종 고소·고발 사건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번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이동재 전 채널A 기자만 봐도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이 좌절되자 전날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정식으로 신청했다.  
 
한 원로급 전직 검찰 간부는 "이번 사건은 수사가 끝나고 대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온갖 정치적 도구로 이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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