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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박근혜 정부와 거버넌스
입력 : 2015-07-08 오후 2:13:35
대통령의 국회법 거부권 행사로 시작된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 축출 시도가 결국 성공을 거두었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당 안팎의 맹공 속에 결국 사퇴를 택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보수층 일각에서도 대통령의 소통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콘크리트로 비유하기도 하지만 비판세력 또한 광범위한 상황이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잘못된 인사, 소통 부재, 민주적 리더십 부족을 지적받아 왔다. 소통 부재와 관련해서는 민주화 이후 출범한 다른 정부보다 부정적 평가를 받는 게 사실이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에는 시민사회와 거버넌스(협치)를 구축하겠다는 구체적인 제시가 없다. 과거 정부가 청와대나 정부조직 내에 설치한 대 시민사회 창구는 폐지되고 그 기능은 총리실로 이관되었다. 정치권 내부의 파당 간 장벽 못지않게 정부와 시민사회 간 성벽은 더욱 높아졌고 성문은 단단히 닫혔다. 정부가 시민사회와 그 주요행위자인 NGO를 파트너가 아닌 통제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의구심이 확대되면서 불신, 긴장,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있다.
 
한 사회의 지속가능한 미래는 국가, 시민사회, 시장을 공익에 상호 기여하는 방법으로 한데 모을 때만 가능하다. 박근혜 정부가 지속가능한 국정 요구에 부응하고 최적의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행위자와 긴밀히 협력하며 시민사회의 잠재력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정부를 개혁하고 재설계해야 한다. 그것은 기존의 관-민 간의 명령- 반응 관계를 양자의 상호 작용관계로 대체시키는 거버넌스 구조를 통해서 가능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는 국가의 문제 해결과 정책 결정이 전통적인 ‘정부’에 의해서 완성되는 시대는 과거의 것임을 인정해야 한다. 이제는 국가가 사회 제 세력을 일방적으로 지도, 조정, 통제하기 어려우므로 다양한 사회세력과 정책문제를 협력, 연합, 조정하는 방식을 수용해야 한다. 이미 한국도 민주화 이후 역대 정부에서 시민사회와 소통과 협력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시도한 바 있다. 예컨대 ‘사회단체신고에 관한 법률’ 제정(김영삼 정부),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 제정(김대중 정부),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실·국무총리실 자문기구인 ‘시민사회발전위원회’ 설치(노무현 정부), ‘사회통합수석실’ 설치, 국민소통비서관, 시민사회비서관, 국민권익비서관 운영, 특임장관실 설치, 자문기구인 ‘시민사회발전자문위원회’ 설치(이명박 정부) 등이 그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거버넌스가 세계적 추세이자 민주주의의 발전 정도를 보여주는 지표임을 인식하고 거버넌스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세계 각국의 NGO는 지속가능한 발전의 추진, 자본의 세계화 속도 감축, 인권 옹호, 사회적 불이익집단에 대한 복지서비스 제공을 위해 다양한 행위자와 네트워크를 구축해 왔다. 따라서 정부가 이들과 손을 잡으면 복잡한 사회문제를 민주적·능률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국가와 사회 행위자들은 권한을 상호 부여할 수 있고, 양자의 상호작용은 국가, 사회 모두를 위해 보다 많은 정당한 권력을 창출해 내는 효과가 있다.
 
거버넌스 형태에 따른 국가-사회의 결합은 정치개혁 수행의 가장 능률적인 방식이 될 수 있다. 거버넌스는 정치적이고 경제적인 효과 못지않게 문화적, 제도적 혁신, 즉 새로운 사회계약인 공동 책임의 새로운 윤리를 만들어내는 데 일조한다. 균형 잡힌 경험의 교환, 존중될 필요성이 있는 공유된 원칙의 발견과 이행은 지속가능한 한국사회를 만드는 밑거름이 된다. 거버넌스는 변화의 역동성에 대한 높은 반응성, 다양성에 대한 포용성, 그리고 사회적 합의 형성과 실행에 대한 효율성, 책임성을 가진 사회적 능력을 함양하는 데 대단히 유용한 기제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지속가능한 사회로 나가기 위해서는 사회·경제·환경의 통합적 관리 틀 구축이 필요하다. 갈등과 반목 적대가 일상화되면 이러한 틀을 구축하기란 불가능하고 미래는 더 불투명하게 된다, 성공한 정부,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협력의 사회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자신이 쌓아놓은 성벽을 무너뜨려야 한다. “공유, 개방, 희망, 행복” 박근혜 정부가 강조하는 국정기조다. 이 키워드가 정치적 수사가 아닌 현실 국정운영의 기본원리로 작동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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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언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문화교양학과 교수
손정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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