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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지배구조의 이해)①도대체 기업지배구조가 왜 중요하지?
입력 : 2015-10-15 오전 6:00:00
수신제가치국평천하. 동양고전 ‘대학’에 나오는 경구로서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말이다.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를 경영하기에 앞서 자신을 닦고 가정을 화목하게 하여야 한다는 이 말은 현대사회에도 삶의 본질을 관통하는 명언이 아닌가 한다. 지금 굳이 고서에 있는 이 말을 되뇌는 것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기업집단에서 지배구조 문제 사례들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고 그 중 상당수는 수신(修身)의 부족이나 제가(齊家)의 미흡에 그 원인이 있지 않은지 하는 생각 때문이다.
 
경제력이 국력의 척도인 시대에 글로벌기업을 경영하는 것은 무릇 과거의 치국평천하에 비견될 수 있다. 요즘 같은 극한의 경쟁시대에 경쟁력을 갖춘 기업을 경영하는 것은 그만큼 중대하고 어려운 일이라는 의미다. 따라서 기업을 경영할 후계자는 그 자격과 능력을 갖추기 위해 끊임없이 갈고 닦아 경영자로서 실력과 경험을 인정받아야 한다. 경영자는 그러한 수신제가의 기본 위에서 기업의 가치를 제고하고 지속가능한 성장과 발전을 위해 힘써야 하는 것이다. 더불어 그 기업의 근로자, 소비자, 협력사와 경쟁사, 지역사회 구성원 등 이해관계자들은 공동의 이익과 발전을 위해 상호 협력하여야 한다. 이를 가능케 하는 토대가 바로 좋은 기업지배구조이다.
 
그렇다면 좋은 기업지배구조란 무엇일까? 기업지배구조에는 정답이 없다는 말을 하는 이도 있다. 이 말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소유경영 혹은 가족경영이 정답이냐 전문경영인 체제가 정답이냐고 묻는다면 맞는 말이다. 관련한 상당한 연구가 있으나 어느 것이 낫다고 결론내리기 어려울 정도로 각각 성과와 폐해가 상존하고 있다.
 
전문경영인 체제는 미국에서 성공적인 경영체제로 자리 잡은 모델이며 GE, GM 등 국제경쟁력을 갖춘 글로벌기업들이 많이 채택하고 있다. 가족경영의 경우도 포드, BMW 등 좋은 성과를 내는 기업이 많다.
 
특히 스웨덴의 발렌베리 가문처럼 성과에 명성에서 모두 월등하여 존경받는 경우도 있다. 금융, 건설, 항공, 제약 등 스웨덴 국내 총생산의 약 30%를 차지하는 14개 대기업을 소유하면서 150년 넘게 5대에 걸쳐 후세가 경영권을 승계하였으나 모든 국민의 사랑과 존경을 받고 스웨덴인의 자긍심이 되는 가문이다. 엄격한 자질검증과정을 통해 스스로 자신의 능력을 입증하여야만 인정되는 후계자 선발제도가 밑바탕이 되고 있다. 또한 노조 대표를 이사회에 중용하고 이익의 80%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며 대학, 도서관, 박물관 건립 등 공공사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한다. 더군다나 세계 1000대 부자명단에 이름을 한 번도 올린 적이 없는 후계자들은 오너 경영자의 전형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경영권 분쟁으로 논란이 되었던 국내 L그룹, 엔진 배출가스 조작 스캔들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독일 V자동차그룹 등에는 고질적인 지배구조 문제가 내재하고 있었다. 모두 당장은 성과가 좋은 기업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에 불미스런 사태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후진적인 지배구조 문제는 이렇듯 성과가 좋을 때라 하더라도 기업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시한폭탄 같은 것이다. 따라서 좋은 지배구조를 갖추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이를 통해서 지배구조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지속가능한 성과를 창출해 나가야 한다. ‘지금 성과를 내고 있느냐’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성과가 어떻게 만들어 지고 있으며 앞으로 더 큰 성과로 지속될 수 있느냐’이다.
 
그렇다면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목표로 지향해야 할 좋은 기업지배구조 즉 기업지배구조에 정답이 있어야 한다. 그 전형을 지난 9월에 발표된 ‘G20/OECD 기업지배구조 원칙’ 등 글로벌 스탠더드에서 찾을 수 있다. 이렇게 보면 기업지배구조에 정답이 없다는 말은 틀린 말이다. 좋은 지배구조의 핵심요소는 분명히 있다. 다음 회 칼럼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접해 보기로 한다.
 
정재규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선임연구위원(jaekyu.jeong@gmail.com)
손정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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