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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책임)‘국감대상 기업’ 공통점은 불건전한 기업지배구조
입력 : 2015-10-22 오전 6:00:00
9월 10일에 시작한 국정감사가 지난 8일 끝났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과 관련해서 이번 국감에서는 ▲삼성물산ㆍ제일모직 합병을 지지한 국민연금공단 ▲롯데그룹의 복잡한 기업지배구조 ▲배출가스를 조작한 폭스바겐 등의 문제가 집중 거론됐다.
 
◇삼성물산ㆍ제일모직 합병을 지지한 국민연금공단
 
국민연금공단은 사회적 책임을 고려하지 않고 삼성의 경영권 승계에 적극 협조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지난 5일 전북 전주 국민연금공단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국감에서는 삼성물산ㆍ제일모직 합병 건을 중심으로 홍완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에게 의원들의 질의가 빗발쳤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의 2대 주주로 삼성물산ㆍ제일모직 합병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은 국민연금이 합병과 관련하여 삼성 측에 7900억원에 달하는 혜택을 주었다고 주장했다. 국민연금공단이 합병계약 체결 전 18일(거래일 기준) 중 15일간 삼성물산 주식을 매도해 삼성물산의 주가 하락을 이끌었고 이에 따라 합병비율은 낮은 수준인 1대 0.35로 결정돼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가(家)가 통합 삼성물산의 지분 34.98%를 보유할 수 있게 됐다는 게 안 의원의 설명이다. 결국 주식매도로 삼성 일가가 7900억원에 달하는 이익을 누린 반면 국민연금은 합병으로 인해 4000억원의 손해를 보았다고 안 의원은 주장했다.
 
또한 공단이 주식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찬성표를 던진 것에 대해서도 각종 의혹이 제기됐다.
 
국민연금은 국민의 노후보장과 복지증진에 기여하기 위한, 공적 기금임에도 공단이 기업에게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도록 유도하기는커녕 수익성마저 포기하면서 삼성일가의 경영권 승계에 협력했다는 비판이 국감 후에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롯데그룹의 낙후된 기업지배구조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과 기업지배구조 문제는 롯데그룹의 국감에서도 제기되었다. 지난달 17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감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신 회장은 10대 그룹 총수로서 최초로 국감에 출석하여 롯데의 내홍(內訌) 중에 드러난 취약하고 전 근대적인 소유ㆍ지배구조 문제로 질타를 당했다.
 
7월 말 언론은 앞 다투어 신격호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의 전격 해임을 보도했다. 신동주 롯데홀딩스 전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 사이의 경영권 다툼에서 빚어진 일이었다. 경영 실적 부진으로 입지가 약해진 신동주 전 부회장이 아버지인 신격호 회장을 등에 업고 동생을 견제하려다 반격을 당했다는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베일에 싸여있던 롯데그룹의 복잡한 기업지배구조가 하나둘씩 드러났다.
 
6월 말 기준으로 총수일가는 지분 2.41%만으로 한국 롯데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적은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장악할 수 있는 것은 400여 개가 넘는 순환출자 고리 때문이다. 일본 롯데홀딩스, 광윤사, 수많은 L투자사는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으면서도 베일에 싸여 있고 그 정체성이 모호하다. 80여 개의 계열사 중에서 상장사가 8개에 불과하다는 점도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불투명성과 후진성을 보여준다.
 
기업을 개인 소유물처럼 여기는 롯데 총수일가와 기업지배구조의 폐쇄성 앞에서 사회적 책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비난이 봇물을 이뤘다. 롯데그룹이 과거 외국법인이라는 이유로 각종 세제상 특혜를 누렸다는 지적과 함께 비자금ㆍ외주업체ㆍ비정규직 문제까지 한꺼번에 거론됐다. 최근 경영권 분쟁이 다시 불거지면서 내부개혁에 집중하기도 어렵게 됐다. CSR은 고사하고 국감에서 제기된 기업공개)와 순환출자 해소 등 당면 과제의 추진조차 어려워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배출가스를 조작한 폭스바겐도 폐쇄적 지배구조
 
폭스바겐은 검사 운전과 실제 운전을 판별해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다르게 작동시키는 소프트웨어를 설치했다. 실제 운전 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은 허용기준치의 10배, 많게는 40배에 이른다. 그간 폭스바겐이 높은 수준의 사회적 책임을 이행했다는 평가를 받아온 만큼 사회책임에서도 기본에 해당하는 ‘법규 준수’(Compliance)를 저버린 ‘디젤 스캔들’은 그 여파가 컸다.
 
폭스바겐이 문제의 소프트웨어를 설치해 생산한 차량을 1100만대로 밝힌 가운데, 세계 언론은 기만행위가 대규모로 진행되는 동안 내부감시가 작동하지 않은 이유에 주목했다.
대표적으로 지적된 것은 창업주와 소수에 편중된 소유구조를 필두로 한 기업지배구조의 폐쇄성이다. 폭스바겐 지분의 대부분이 창업자의 후손인 포르쉐가(家)와 피에흐가(家), 그리고 니더작센주와 노동조합에 집중돼 있다. 경영진ㆍ노조ㆍ주정부는 ‘완전고용’을 명분으로 유착관계를 형성하고, 감독이사회도 이들로 채워진다. 대주주 연합의 이해를 대변하는 감독이사회에 다른 이해관계자의 시각과 견제 및 조정이 들어설 자리는 없었고,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서 초대형 스캔들이 배태된 것이다.
 
지난 8일 이언주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국토교통위원회 국감에서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사건과 관련해서 현행 처벌수준이 외국에 비해 낮다고 지적하고, 소비자를 위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배상명령제’나 ‘집단소송’ 등을 적극 도입하거나 적용할 것을 촉구했다.
지난 2012년 현대기아차의 차량연비 과장광고에 미국 법원은 5000억원에 달하는 보상금의 지급을 명령했지만, 한국 법원은 현대기아차의 손을 들어줬다. 이 의원의 지적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에는 기업의 의지만큼이나 사회적 환경 역시 중요하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5일 법사위 국감에서는 CSR에 대한 법관의 인식이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CSR포럼 대표를 맡고 있는 홍일표 의원(새누리당)은 사법부가 전통적인 손해배상 제도의 테두리 안에 머무르지 말고, CSR에 열린 감수성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입법은 국회의 몫이지만, 사법부는 판결로 우리 사회의 ‘사회책임’ 인식 수준을 제고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이종오 국장은 “삼성물산ㆍ제일모직의 합병, 롯데 경영권분쟁 등으로 국감에서 기업의 지배구조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며 “이런 기업들에 대규모로 투자한 국민연금공단의 사회책임투자, 바람직한 주주권 행사와 기업관여의 중요성이 부각됐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그러나 사회책임투자와 올바른 주주권 행사, 기업지배구조의 정상적 작동을 보장하는 제도적ㆍ정책적 대안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전북 혁신도시에 위치한 국민연금관리공단의 국정감사 실시에 앞서 최광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앞줄 왼쪽)이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KSRN 김용재ㆍ송윤아기자 편집 이동형 집행위원(www.ksrn.org)
손정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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