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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CEO 평가에서 드러난 ESG의 위력
입력 : 2015-10-22 오전 6:00:00
최근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가 선정한 ‘2015년 세계 100대 CEO’에서 지난해 1위였던 제프리 베조스(아마존닷컴)가 87위로 밀려나 화제가 됐다.
 
지난해까지 재무성과 중심으로 순위를 산출했으나 올해 ESG(환경 및 사회적 기여, 기업지배구조) 평가결과를 산입하자 커다란 차이가 드러났다. 베조스는 재무성과에서 여전히 1위였지만 ESG에서 무려 828위를 기록했다.
 
1위를 차지한 라스레비엔 쇠렌센(노보 노르디스크/덴마크)이 재무(Financial Ranking) 6위, ESG 15위였다는 것은 재무순위가 높은 CEO가 ESG순위에서 밀려난 경우가 많다는 것을 시사한다. 거꾸로 ESG순위가 높더라도 재무순위가 턱없이 낮으면 역시 100대 CEO에 들 수 없다는 것도 자명하다.
 
기업의 가장 기본적인 존재이유가 이윤창출과 성장에 있다는 점에서도 CEO 평가에서 재무성과의 비중은 지대하다. 하지만 재무성과만으로 기업과 CEO가 평가받는 시대는 이미 저물었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
 
HBR 100대 CEO에 한국의 재벌그룹 총수는 물론이고 대기업 전문경영인 가운데 단 한명도 이름을 올리지 못한 것이 시대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적어도 세계 100대기업에는 삼성, 현대차, LG 등이 포함되고, 세계 100대 부호에도 삼성 이건희 회장 등이 이름을 올리고 있는데, ESG 평가를 포함시킨 100대 CEO에서 한국기업(인)은 없었다.
 
자동차회사 CEO만 해도 5명이 이름을 올렸고, 화장품업계에서도 3명이나 이름을 올렸다. 자동차는 최근 글로벗 핫이슈가 된 ‘배출가스’ 때문에 ESG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고, 화장품은 경제성장에 무임승차해서 오염물질을 양산한다는 비판을 받아 온 업종이다.
 
ESG에서 불리한 여건에 있는 기업의 CEO들이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은 그만큼 지난한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배출가스 조작파문이 평가에 반영되지 않아 20위에 랭크된 독일 폭스바겐 CEO의 경우는 ‘옥의 티’라고 할 수 있다.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20위는 공석으로 두고 순위배정을 유보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담이지만 유독 외국 자동차브랜드의 한글표기는 혼란스럽다. 시보레와 쉐보레, 폴크스바겐과 폭스바겐, 토요타와 도요타가 그러하다. 외래어표기법과 실제 발음의 차이로 인한 것인데 여전히 뒤섞여 쓰여지고 있다.
 
한편, 한국계인 MASAYOSHI SON(손정의/일본 소프트뱅크)은 78위에 랭크됐지만 야후보다 규모가 크거나 엇비슷한 국내 대기업 CEO는 100명 안에 들지 못했다.
 
물론 HBR CEO 리스트가 유일무이한 평가는 아니고 앞으로 다른 기준에서 접근하면 저평가된 국내의 유능한 CEO도 이름을 올릴 기회가 올 것으로 믿는다.
 
다만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특히 ESG와 법규준수(Compliance)에서 저조한 평가를 받으면 아무리 재무성과가 뛰어나도 ‘제프리 베조스’와 같은 굴욕을 면치 못한다는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
 
삼성일가의 경영권 승계, 롯데일가의 경영권 분쟁에서 드러난 불투명하고 낙후된 기업지배구조와 폐쇄적인 기업문화로는 서류심사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높다.
 
김병규 한국사회책임네트워크 집행위원
손정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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