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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책임)기업과 인권, 뜨거운 얼음?
입력 : 2015-10-29 오전 6:00:00
인권(human rights)이란 영어 단어를 보면 복수 형태로 ‘s’가 붙는다. 한 사람이 이 땅에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자연적으로 생기는 권리와 기본적 자유는 세계인권선언과 이를 강제력을 가진 국제법적 수준으로 구체화한 시민·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과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에 열거된 것처럼 매우 많다.
 
다양한 개개인의 권리가 상충하는 경우도 있다. 아파트 층간소음으로 인한 갈등이 좋은 예다. 충돌은 공유와 공존이라는 환경 속에서 발생한다. 위층 사람의 바닥이 아래층 사람의 천정이 되기 때문이다. 더불어 살아감을 의미하는 ‘공존’, ‘공유’ 그리고 이를 가능케 하는 구성원들의 ‘사회적 책임’은 기업과 인권, 기업의 사회적 책임, 지속가능한 발전을 설명할 수 있는 핵심 키워드다.
 
불편함은 익숙하지 않음에서 온다. 인권이 불편해지는 건 공존과 사회적 책임에 익숙하지 않은 탓이다. 기업은 인권을 불편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위기관리나 경쟁력 관점이 아니면 기업과 인권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없다. 이윤 극대화는 인권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것의 전제 조건이라는 기업 경영관은 모든 것은 경제 성장과 물질적 발전에 봉사해야 한다는 세계관만큼 견고하다.
 
이러한 신념은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노동력의 아웃소싱, 불법 도급과 파견을 일상화시켰고 지난 40년 동안 성장과 임금의 연결고리를 약화시켜왔다. 한국도 그 흐름에 편승하고 있다. 기업과 가계소득이 연 7~8%로 동반성장해오던 것이 IMF 구제 금융을 기점으로 가계소득은 연 1~2%, 기업소득은 연 17~18%로 간격이 벌어진 지 오래다.
 
매일 언론에서 걱정하는 가계부채는 말할 것도 없고 전체 임금노동자 중 12%가 최저 임금도 받지 못하고 있으며 비정규직 숫자는 전체 임금노동자 수의 1/3수준을 넘어섰다. 저임금과 고용조건 악화는 근로빈곤층을 양산하고 소득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근로자들이 소비능력이 없으니 성장이 멈출 수밖에 없고 실물경제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다.
 
세계은행 개발연구 그룹 산하 빈곤·불평등 연구팀은 2014년에 “불평등한 상황에서 경제성장은 저소득층의 소득증가에 오히려 부정적으로 작용한다.”는 보고서를 냈고, IMF도 같은 해에 “소득 불평등이 성장을 저해할 수 있으므로 세제정책 등을 통한 적절한 수준의 소득재분배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다.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디턴 교수는 “불평등은 가난한 사람들을 가난에서 영원히 탈출할 수 없도록 만드는 기제”라고 하였다. 모두 국가의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하는 듯하다.
 
세계인권선언 28조는 “모든 사람은 이 선언의 권리와 자유가 온전히 실현될 수 있는 체제에서 살아갈 자격이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기업의 인권존중 책임을 공식화한 유엔 문서로2011년 6월 인권이사회에서 최종 승인한 「유엔 기업과 인권 이행 원칙-보호, 준중, 구제 프레임워크」에 따르면 국가는 인권과 기본적 자유를 존중, 보호, 충족시킬 기본적 의무가 있다.
 
그래서 기업 등 제3자에 의한 인권침해 자체에는 책임이 없지만 이를 예방, 조사, 처벌, 시정 등에 필요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국가는 국제인권법을 위반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즉 보호와 존중이 결여된 상황에 처해진 개인은 곧 인권을 침해받는 것이며 그 충족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인 것이다. 그런 이유로 인권을 침해당한 사람은 사법적·비사법적 구제를 요구할 권리가 있고 국가는 적절하고 효과적인 구체책을 제공할 의무가 있음을 또한 강조하고 있다.
 
인권정책 서약과 상세한 주의 의무로 구성된 기업의 인권 존중 책임은 총 31개의 이행 원칙 중 가운데 14개(11~24번) 원칙에 반영되어 있다. 국가의 의무(duty)라는 표현과는 달리 책임(responsibility)으로 표기하고 있다. 자발성에 기초해 사회의 인권 존중 기대와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는 의미다.
 
무한경쟁과 이윤극대화로 무장된 경영관을 가진 기업들에게 자발적인 인권존중 경영은 ‘뜨거운 얼음’과 같은 모순된 표현이 될 수 있다. 어쩌면 불가능한 일이다. 다만 국제사회가 불가능한 일을 기업에게 주문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가능하게끔 기업의 경영관을 바꾸라는 것으로 인식을 바꾼다면 가능해질 수도 있는 문제다.
 
김용구 기업책임시민센터 사무국장
 
손정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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