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감축과 관련, 국내 기업의 상당수가 단기목표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향후 기후변화 협상 등 대외적 상황에 취약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CDP한국위원회(위원장 장지인•사무국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는 올해 'CDP Climate Change' 응답기업들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분석한 결과, 응답기업의 90%는 감축목표를 수립하고 있지만, 2014년과 2015년을 목표연도로 보고한 기업이 2/3 이상을 차지했다고 4일 밝혔다. 반면 2015년 이후의 중장기 목표를 보고한 기업은 25개(정보의 공개+비공개 설정 기업 모두 포함)로 37%에 불과했다고 'CDP Korea 250 Climate Change Report 2015'를 통해 설명했다.
정보를 공개로 설정한 기업 중 2020년을 감축 목표연도로 보고한 기업은 (주)LG,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생활건강, 삼성전자, 포스코, 한국지역난방공사, SK케미칼, 롯데케미칼, 아모레퍼시픽, 삼성엔지니어링, 두산중공업, 현대상선, kt, SK텔레콤, SK주식회사 C&C, 코웨이, 한국철도공사였다. 현대건설은 2018년, 한국타이어는 2017년, 현대해상은 2016년을 각각 목표로 보고했다. 나머지 기업들은 단기목표였다.
기업들의 이같은 단기목표 집중은 정부의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와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제의 영향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해까지는 장기목표를 보고하였으나 올해 배출권거래제가 시행되자 단기목표로 수정한 기업들도 눈에 띄었다.
이러한 양상은 기업이 보고한 온실가스 감축률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다수의 기업이 배출권거래제와 목표관리제를 통해 할당받은 양을 목표로 설정했으며, 할당량 이상을 목표로 설정한 기업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이는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기업의 근본적인 접근 태도가 정부의 규제 충족에 무게 중심이 설정되어 있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오는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될 제21차 유엔 기후변화 당사국총회를 앞두고 우리나라 정부가 지난 6월 30일 제출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안에 대해 국제사회는 미흡하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 정부는 2030년 배출전망치(BAU) 대비 37%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국내 감축 25.7%, 국제 탄소시장 통한 감축 11.3%)를 제출했다. 그러나 각국이 제시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평가하고 발표하는 독립적인 분석기관인 Climate Action Tracker는 우리나라 감축안을 따를 경우 지구 평균기온이 3~4도 상승할 것이라며 '부적격(inadequate)' 의견을 낸 바 있다.
전문가들은 온실가스 1•2위인 중국과 미국이 기존보다 더 진전된 감축안을 제시했다는 점에 비추어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감축안은 국제사회의 도전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기업들이 정부의 규제에 대응하는 수준으로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계획을 세울 경우, 저탄소 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기후변화가 장기적인 글로벌 이슈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외적 환경 변동에 취약할 수 있다는 말이다.
보고서는 "규제 충족은 기업이 사회 구성원으로 활동하기 위한 필수요소다. 따라서 규제를 반영한 단기목표 설정은 중요하다. 하지만 저탄소 경제로 본격 진입하고 있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단기목표와 더불어 자사의 비전을 반영한, 보다 적극적이고 일관성 있는 장기 감축목표를 수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의 최대 전력회사인 엔알지 에너지(NRG Energy), 영국의 유통업체 테스코(Tesco)나 미국의 제약업체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스낵 제조업체인 마르스(Mars) 등 세계 유수 기업들은 2050년을 목표연도로 설정하고 있다. 금융기관인 골드만삭스의 목표연도도 2020년이다.
보고서는 우리나라 기업의 모범사례로 LG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는 (주)LG의 사례를 들었다. (주)LG의 경우, 그룹의 개별 회사들이 설정한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별개로 주요 8개사의 통합 감축목표를 수립해 보고했는데, 2020년 BAU 대비 40%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우리나라 정부가 발표한 2030년 BAU 대비 37% 감축보다 높은 수준이다.
CDP한국위원회 장지인 위원장은 "저탄소 경쟁 시대로 돌입하게 될 신기후체제에서 기후변화 대응 수준은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대한 요소 중 하나"라며 "기업들은 배출권거래제나 목표관리제 등에만 단기적 목표에만 매몰되지 말고 최소한 정부가 발표한 2030년까지를 감축 목표연도로 설정하되 감축비율은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CDP에 서명한 금융기관들은 'CDP Carbon Action' 이니셔티브를 통해 온실가스 다배출기업을 대상으로 감축을 유도하고 압박하는 다양하고 적극적인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KSRN 집행위원)
편집 이동형 집행위원(www.ksrn.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