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 전 읽은 기사지만 아직도 머리가 아닌 가슴에 남아있는 기사가 있다. 내용인 즉 이렇다.
‘모 백화점 캐셔인 여성 종업원이 암에 걸렸는데 치료비가 막막한 상황에서 보험혜택을 받게 되어 수술을 하고 건강을 되찾았다. 이게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됐기에 가능했다. 이 여성 종업원은 이 일을 계기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이 기사 외 당시 언론의 헤드라인은 대부분 ‘비정규직 5000명 정규직 전환’이었다. 과연 비정규직 5000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된 게 이런 팩트 하나로 끝낼 일인가.
찾아보면 아마도 위의 사례와 비슷한 사례는 또 있지 않았을까?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지금도 개정법안이 논의되고 있으며 여러 가지 파생되는 문제가 많지만 위의 사례와 같은 긍정적인 효과에 대해선 크게 비춰지지 않는다.
이런 사례가 2007년 7월 비정규직보호법 시행에 따라 생겨난 일이라고 하면 단순한 일이다. 하지만 모든 기업이 이런 결단을 내린 것도 아니기에 먼저 시행한, 회사 구조가 비정규직을 많이 안고 있는 상태에서 시행한 회사여서 일제히 기사를 썼을 것이다.
필자 개인적으로 아쉬운 것은 이 기업의 오너가 어떤 마음에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그에 대한 리스크로 기업신용평가가 떨어졌을 때 심정이 어떠했는지, 이후 달라진 매출이나 영업효과(일부 언론들은 반품이 줄고 불만 제기가 줄었다는 기사를 쓰긴 했다)가 어떻게 나타났는지 좀더 심층적인 취재가 뒤따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수혜자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비정규직자의 평생 소원은 정규직 전환이다. 위에서 보듯 정규직이 되면 세상이 달라진다. 한사람의 인생이, 한 가정의 삶의 질이 달라지는데 어찌 감동적인 사연이 없으랴. 이보다 더 큰 사회적 가치가 또 있나? 엄청난 사연이 있었는데 찾지 않은 건 아닌지.
언론 매체는 ‘우리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다. 우리 사회에는 이 거울이 너무나 많다. 오히려 나라 규모나 인구, 경제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많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2011년 종편이 출범하기 전 주요 언론사는 지상파 방송 3사, 그리고 주요 신문매체 10여개가 주축을 이루고 있었다. 이때도 전문지 등을 포함하면 언론매체가 적은 것은 아니었다. 2011년 이후엔 종편이 등장하면서 케이블방송도 덩달아 활성화되고 채널과 볼거리는 크게 늘어났다.
요즘 주요 매체로 부각되고 있는 인터넷언론만 해도 그렇다. 2006년 그러니까 불과 10년 전 286곳이었던 인터넷언론사가 2014년 5950개로 늘어났다.
이렇게 늘어난 언론사 중 사회공헌, 공익, 사회적경제 등 우리 사회의 사회적가치를 다루는 언론은 얼마나 될까?
뉴스 보도 전문매체를 제외한다면 스포츠, 연예, 경제를 주로 다루는 매체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사회공헌, 공익, 나눔과 기부, 사회적 경제, 사회적 가치를 다루는 매체는 실로 몇 되지 않는다.
경제논리로 보면 그럴 수밖에 없다. 언론의 주요 수입원은 광고매출이다. 그런데 기업의 광고는 노출효과가 큰 곳으로 몰린다. 그러기에 경제, 스포츠, 연예 분야 언론만 생겨나고 사회적 가치를 다루는 언론은 ‘먹고 살기 막막하여’ 엄두를 못내는 것이다.
한가지 해법을 제시하자면 대기업의 사회공헌이나 공익재단에서 사회적 가치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언론을 만드는 것이다. 돈 안 되는 것이기에 경제논리로 접근하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에 먼저 마중물을 붓듯 사회적 가치 전문 언론에 ‘사회공헌’하길 바란다.
성경에 있는 말처럼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가 아니라 이 시대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 뿐 아니라 온 몸이 알게 하라’가 되어야 한다. 기업의 회장이 내린 결정이라, 법 시행에 따라 내린 결정이라 단순한 보도가 아니라 그 ‘좋은 일’을 더욱 심층 취재하여 또 다른 기업가가 ‘좋은 일’을 선택할 수 있도록 자극하는 언론이 필요하다.
물론 그런 언론이 없는 건 아니다. 현재도 고군분투 하고 있지만 사회적 이슈가 될 수 있는 수준까지 늘어나고 커져야 한다. 6000개의 거울 중 몇 개의 거울로 우리 사회의 가치를 다 비추기는 어렵다. 적어도 몇십개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동형 (사)푸른아시아 홍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