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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책임)환경다큐 사진작가의 눈을 통해 본 몽골의 사막화 현장
19년째 환경다큐멘터리 사진을 고집하는 박홍순 작가
입력 : 2016-08-22 오전 6:00:00
지구의 변화는 한 사람의 변화로부터 시작됩니다.”
 
박홍순 사진작가가 밝힌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져야만 하는 이유다. <대동여지도-계획>의 일환으로 19년간 백두대간, 서해안, 4대강 등 인간에 의해 변화되는 자연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은 박홍순 사진작가(사진)는 올해는 ()푸른아시아 몽골 조림사업에 함께 참여하여 사진 촬영을 도맡았다. 푸른아시아는 기후변화 대응 및 적응을 실천하는 국제 NGO. 몽골·미얀마 조림사업, 생태자립마을 조성, 에코투어 활동, 정책개발 및 환경교육 등을 통해 지속 가능한 지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18일 서울 종로의 카페 반쥴(BANJUL)에서는 67번째 푸른아시아 카페콘서트-기후변화 대응 시민참여 포럼이 있었다. 이날 콘서트에 참석한 박 작가에게 푸른아시아와 함께한 몽골 방문에 관해 물었다.
 
-푸른 아시아에 대해선 어떻게 알고 함께하게 됐나.
EBS의 한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몽골을 다녀오게 되었고 그 이후로 몽골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러다 2013년도에 몽골여행 전문 여행사의 패키지여행 제작에 참여하면서 푸른아시아의 만달고비 조림지를 방문하게 됐다. 그게 푸른아시아와의 첫 만남이다. 마침 아는 목사님께서 개인적으로 대학생들과 몽골에 나무를 심는다는 걸 듣고 미력이나마 보태고자 목사님과 함께 다시 몽골에 가게 되었다. 그 기회를 통해 몽골에서 이루어지는 조림사업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해볼 수 있었다. 그리고 푸른아시아가 중국에서 조림사업을 하고 있다는 걸 떠올렸다. 원래 환경다큐멘터리 사진을 주로 찍고 있기에 내가 하는 일과 취지가 맞는 것 같아 함께하게 됐다.
 
-현장을 본 소감이 어땠나.
굉장한 일을 하고 있고, 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푸른아시아의 리플렛만 봤을 때는 그 현장감을 느끼지 못해서 어느 정도 규모의 조림사업을 진행하고 있는지에 대해 감이 오지 않았다. 근데 직접 가보니 어마어마하더라. 사막화로 황폐해진 그 황무지에서 10만 그루가 넘는 나무들이 자라나고 있는 모습은 경이로웠다. 불가능한 일로 여겨지던 걸 끝끝내 해내고야 마는 한 노인의 이야기를 담은 책 나무를 심은 사람처럼 기적과도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사막화가 급속도록 진행되고 있는 지역이 있다고 들었다.
사막지대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앞이 안보일 정도로 모래바람이 불기도 한다. 조림장 바로 옆이 모래땅인 곳도 있다. 그만큼 열악하다. 물이 부족한 게 가장 큰 문제 같은데, 곳곳에 호수가 있다하더라도 막상 보면 심각하게 오염돼서 물을 사용할 수 없다거나 마른 호수인 경우가 많다.
 
-푸른아시아 조림장의 특징은 무엇인가.
푸른아시아의 조림장은 호스를 이용해서 나무에 물을 주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직접 양동이로 물을 주는 경우가 많다. 물이 부족한 데다 조림장의 규모가 매우 크기 때문에 수압이 약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주민들에게 인건비를 지원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과거엔 조림지에 나무를 심어 놓으면 주민들이 가축을 데리고 와 방책 안에 있는 나무를 먹이곤 했다고 한다. 문제 해결을 위해 주민들이 직접 조림장 관리에 참여하게 함으로써 그 조림장이 주민들 자신의 것이라는 인식을 갖게 하였다고 한다. 그걸 듣고 나니 푸른아시아의 조림사업이 굉장히 체계적이고 많은 궁리를 한 끝에 이루어지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푸른아시아 조림장의 생존율이 다른 지역보다 높다고 들었다.
아마 철저한 관리 덕인 것 같다. 사실 몽골에 나무를 심는 것은 푸른아시아만 하는 일이 아니다. 많은 기업과 단체들이 몽골에 나무를 심는다. 그러나 보통 단발성 행사로 끝나다 보니 심어진 나무들에 관한 사후관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결국 나무들이 다 말라 죽고 만다. 주민들과 국내 인력들이 남아서 지속적이고 철저하게 관리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푸른아시아의 바가노르 조림장. 5년 이상 나무를 가꾸면 키가 3미터 정도 자라 숲이 조성된다. 사진/푸른아시아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나.
아무래도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많은 조림지를 다녀야 해서 일정이 굉장히 빠듯했다. 개인적으로 해 뜰 무렵과 해 질 녘의 풍경 사진들을 좀 찍고 싶었는데, 몽골의 여름은 낮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길다 보니 깨어있는 시간도 길어져서 체력적으로 힘들었다. 몽골에는 모기가 없는 줄 알았는데 호수 주변 숲에서 촬영 할 때 모기가 너무 많아 고생했던 기억도 난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
에르덴 조림장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원래 마을이 없는 곳이었는데 조림지를 만들면서 마을이 형성 되었다. 주민들이 직접 물을 공급하면서 조림장을 관리해나간다더라. 조림장이 주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복잡한 감정이 들었던 기억도 있다. 에르덴 숲을 간 적이 있는데 숲의 앞쪽에서는 조림장을 만들어 나무를 심고 있지만, 숲의 중간에서는 여러 대의 기계들이 건축자재로 쓰일 모래를 채취하면서 환경을 파괴하고 있었다. 숲 뒤쪽은 사막화로 나무가 죽고 있는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자연이 망가져 가는 모습과 망가진 자연에 숨을 불어 넣으려는 노력이 함께 보이니 참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굳이 환경다큐멘터리 사진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는가.
환경다큐멘터리 사진을 찍게 된 계기는 그리 특별하지 않다. 어렸을 적 강원도에서 살았고 자연이 좋았다. 자연 사진을 찍고 싶어서 카메라를 들고 대한민국 곳곳을 돌아다녔다. 그런데 그 자연이 온전치 못하더라. 원하는 풍경을 사진에 담을 수가 없었다. 이후부터는 온전치 못한 자연의 모습에 주목했다.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자연과 자연이 겪고 있는 상처를 함께 담았다. 내가 사진을 찍음으로써 지구가 건강해지고 세상이 바뀔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내게는 이 일이 고집할만한 가치가, 그리고 충분한 의미가 있는 일이라는 확신이 있다. 무엇보다 이런 사진을 찍는 나를 존경하고 응원해주는 가족들이 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는 국내의 환경문제에 대한 사진을 찍었는데 몽골까지 확장하여 사진으로 담게 된 계기가 있나.
계속 망가져 가는 자연을 사진에 담으면 사람이 우울해지는 걸 느낀다. 슬럼프가 오기도 했다. 하지만 몽골을 가면 마음이 설레고 즐겁다. 몽골을 다녀온 지 며칠 됐는데도 지금까지 마음이 들떠있다. 모래투성이인 땅이지만 거기서 꿋꿋이 자라나는 나무들로부터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고 오는 것 같다. 몽골은 내게 일로써 간다기보다는 쉬러 가는 느낌이 더 강하다.
 
-사진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환경파괴는 인간만의 문제가 아닌 전 지구적인 문제다. 달리 말하면 환경은 인간의 것이 아니라는 소리다. 우리는 자연을 우리의 소유물처럼 마구잡이로 파괴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사진을 통해 자연과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계속 들려주려 한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몽골에서 받은 이 긍정적인 에너지를 사진으로 전파하고 싶다.
 
-파괴되어가는 지구를 위한 인간의 노력에 의미를 부여한다면.
한 사람의 조그마한 노력이 지구를 완벽히 변화시킬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무것도 변할 수 없다 생각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정말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한 사람이 지구를 위해 미력이나마 보태기 시작하면 주변 사람들부터 한 명, 두 명씩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그 사람들이 주변 사람들에게 또다시 영향을 주다 보면 사람들의 인식과 태도, 행동은 분명 변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사람들이 변하면 지구 또한 충분히 변화할 수 있다고 굳게 믿는다.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되나.
아직 사진으로 담지 못한 곳이 많다. 섬진강, 동해안 등을 담으면서 대동여지도 계획을 계속해나갈 것이다. 물론 몽골도 다시 가보고. 몽골 외에도 미얀마의 푸른아시아 기후변화 대응 현장도 함께 할 생각이다.
 
주민직원들이 두 손에 양동이를 들고 중간에 보식한 어린 나무들에게 물을 주러 가고 있다. 사진/박홍순
이소록 KSRN기자
편집 KSRN집행위원회(www.ksrn.org)
 
손정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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