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IMF가 발표한 ‘부패: 비용과 경감 전략(Corruption: Costs and Mitigating Strategies)’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매년 2조 달러에 이르는 뇌물이 오가는 것으로 추산되며, 이는 세계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2%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14년 2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가 발표한 ‘EU 반부패 보고서(EU Anti-Corruption Report)’ 에서는 EU 경제가 매년 부패로 약 1200억 유로의 손실을 입는다고 밝혔다. EU의 연간 예산이 약 1400억 유로임을 고려했을 때, 부패가 각 국가 및 글로벌 경제에 엄청난 금전적 손실을 발생시키고 경제 성장을 저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부패는 시장경제의 왜곡을 낳을 뿐 아니라 기업의 비즈니스 활동 비용을 증가시키며, 거래 불확실성을 가져오는 등 기업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미친다. 또한 부패는 경제적 손실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와 투명성, 법치주의를 약화시키고 불평등 및 빈곤을 심화시키며, 정부와 공공기관, 기업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고 일반 시민의 윤리 기준을 침식시키는 등 지속가능한사회 발전에도 큰 장애가 된다.
이러한 반부패의 위험과 해악을 인지하고 이를 해결하고자 국제사회는 다방면의 노력을 해오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1997년 채택한 ‘국제상거래에 있어서 외국공무원에 대한 뇌물제공행위방지를 위한 협약(OECD 뇌물방지협약, OECD Anti-Bribery Convention)’과 2003년 채택된 최초의 가장 광범위한 국제협약인 유엔반부패협약(UN Convention against Corruption, UNCAC)을 통해 국제사회의 노력은 가속화되었다. 우리 나라 역시 유엔과 OECD의 회원국으로서 각각의 협약을 가입ㆍ비준하고 관련법을 제정하여 시행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은 각각 해외부패방지법(Foreign Corrupt Practice Act,1977)과 뇌물수수법(UK Bribery Act, 2010)을 제정하여 비즈니스 활동에 있어 뇌물제공과 부패행위를 엄격하게 처벌하고 있다. 미국의 해외부패방지법(FCPA) 같은 경우, 최근 미국 법무부와 미국증권거래위원회는 FCPA를 더욱 강력하게 집행할 것을 공표하고 2008년 이후 실제 처벌 건수와 액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다국적 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수사영역이 확대되는 경향을 보이며, 개인에 대한 처벌도 강화되고 있다. 영국 뇌물수수법은 가장 강력한 반부패법으로뇌물 공여와 수수를 모두 제재하고 있으며, 위반 시 처벌규정은 최대 10년 징역 또는 법정 최고액의 벌금, 재산 몰수와 고위 직책의 박탈까지 매우 강력한 처벌규정을 가지고 있다. 해당 국가에서 사업을 하거나 관련 있는 우리 기업들도 이미 대응을 하고 있거나 철저히 준비하고 관리를 해야만 한다.
각국 정부에서도 투명성 증진 및 반부패 이행을 위한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 2010년 뉴욕증권거래소(NYSE)는 상장된 모든 광산, 석유, 가스 기업들에게 천연 자원 채굴을 위해 각국 정부에 지출한 내역을 공개할 것을 의무화하였다. 홍콩주식거래소(HKSE)도 새롭게 상장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유사 규정을 도입했고, 2011년 3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도유사 법안을 통과시켰다.또한 2010년 세계은행(World Bank), 아프리카개발은행(AfDB), 아시아개발은행(ADB),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미주개발은행(IDB)을 비롯한 세계 다자개발은행(MDBs)들은 한 개발은행이 특정 개인이나 기업이 사기와 부패행위로 조달계약에 부적격이라고 판단할 경우, 다른 개발은행 또한 이를 반영하기로 했다.
유엔글로벌콤팩트(UNGC)는 2004년 UNGC 열번째 원칙으로 반부패를 도입하고,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 국제투명성기구(TI), 국제상공회의소(ICC), 세계경제포럼(WEF)의 반부패연대 이니셔티브(Partnering Against Corruption Initiative, PACI) 등 다양한 국제기구 및 조직들과 함께반부패를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주제로 부각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오고있다.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 역시 작년부터 세계은행과 지멘스청렴이니셔티브가 지원하는 전세계 반부패 프로젝트의 하나인 페어플레이어클럽(Fair Player Club)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는 모든 이해관계자들이공동노력을 통해 공정하고 깨끗한 비즈니스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점점 더 많은 국가와 국제기구에서 부패척결에 있어 기업의 핵심적인 역할을 인지하고,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예방하도록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부패는 한 개인이나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절대 해결할 수 없고 다양한 관계 내에서 강력한 연쇄 반응을 일으키기에 모두의 인지, 상호학습 그리고 공동 노력과 대응이 절대적이다. 실제로 전세계 지속가능발전을 저해하는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히는 부패는 국제사회가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이며, 이러한 국제사회 흐름에 발맞추어가면서 청탁금지법 시행을 목전에 둔 우리 사회 역시기업뿐만 아니라 정부, 언론, 시민사회 등모두의 공동노력(Collective Action)을 통해 부패사회를 신뢰 기반의 사회로 탈바꿈하는 기회와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은경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