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지구상의 그 어떤 기업도 CSR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특히 식음료 업계의 경우 인간 생존의 필수적인 먹거리와 관련이 있고, 글로벌경제의 확대에 따른 납품 생태계 및 유통 구조가 비약적으로 확대됨에 따라 CSR 리스크 관리가 더욱 중요해졌다. 그럼 본격적으로 식음료계의 내재적 리스크를 살펴보자.
첫째, ‘환경 리스크’다. 식음료산업은 제품생산을 위해 자연 자원에 의존함과 동시에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음료업계의 경우 깨끗한 수자원이 필요하고 동시에 생산과정에서 대량의 폐수가 발생한다. 하지만 이들의 주요 생산기지가 물 부족 국가 혹은 환경관리 취약 국가에 (중국, 인디아 등) 집중되어 있어 환경리스크가 더욱 증대될 것으로 보인다.
둘째, ‘소비자 리스크’다. 소비자들은 자신들이 먹고 있는 제품과 관련된 원재료 조건(육류의 무항생 사용여부, 동물 복지, 기타 제품의 질과 안전성 요인 등)과 사회적 조건(원재료 제공자와 납품업자와의 공정거래 조건 등)에 매우 민감하다. 그러기에 식음료 업계의 경우 사업의 지속가능성에 소비자 충성도는 매우 중요하다.
실제 소비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좋은 인식은 다른 산업과는 달리 비교적 빠른 구매행위로 이루어지고 그 구매 패턴은 크게 변화하지 않는다. 그러나 기업의 잘못으로 자신이 가졌던 해당 제품에 대한 인식이 훼손될 경우 다시는 그 제품을 돌아보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글로벌 식음료 기업은 ‘CSR’을 전면적으로 내세우거나 아예 네슬레처럼 CSV라는 새로운 경영타임을 제시하며, 소비자의 평판을 얻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들로부터 빨간 글씨가 찍힌 국내 식품업계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남양유업을 들 수 있다. 2013년 5월, ‘고질적인 제품 밀어내기’와 ‘대리점주에 대한 폭언’이 드러났을 때 남양유업은 연이은 미숙한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으로 오히려 소비자 및 소매업자의 불매운동으로 확장되었다. 결국 2012년까지는 지속적인 매출액 증가 추세를 보이던 남양유업은 2013년 사건이 발생한 때부터 2014년까지 계속 매출액 하락의 폭탄을 맞았다. 2015년도부터는 마이너스 증가세에서 벗어나긴 했지만, 경쟁업체인 서울우유와 매일유업은 2013년도이후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매년 10% 내외의 매출 증가세 차이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서울우유는 2014년도부터 유가공 업계에서는 유일하게 ‘CSR보고서’를 발간하고 자신들이 다른 경쟁업체와는 달리 조합원 1인1표제의 민주적 운영구조인 ‘협동조합’임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별도의 사회공헌활동 웹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우연의 일치일지 모르겠지만, 남양유업의 사태를 통해 위기감을 느끼고 적극적인 CSR을 구사한 것은 아닐까?
그러나 여전히 한국 식음료업계의 CSR에 대한 인식은 미약하다. 일부 식음료 기업의 경우 총수가 비리혐의로 실형을 살고 있거나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총수의 측근들을 내부이사로 선임해 대리경영을 꾀하고 있다. 또한 내부 경영진을 감시하기 위해서 설치된 사외이사제도를 악용해, 오히려 총수 일가와 밀접한 이를 20년 넘게 사외이사로 재직시키는 경우도 있다. ‘지속가능경영원’의 자료 검색을 통해보면, 한국의 20대 식품기업 중 (2015년 매출액 기준) CSR보고서를 한번이라도 발간했거나 하고 있는 기업은 불과 3개 기업에 불과하다. 그중에서도 2016년에 발간한 기업은 동원 그룹 1곳에 불과하고, 나머지 발간했던 기업들도 2014년도 이후 더 이상 보고서를 발간하지 않고 있다.
그 동안은 기업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아 CSR의 중요성이 강조되지 못했으나, 우리의 실생활과 밀접한 관계인 식음료업계의 CSR을 위해 이제는 소비자와 사회책임투자자들이 협력하여 지속적으로 해당 업종 기업들의 CSR모니터링을 할 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