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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책임)‘저탄소 경제로 가는 길’ 미국과 중국은 이미 준비, 한국은?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마라케시회의 참가기
입력 : 2016-11-28 오전 8:00:00
세계는 탄소배출 저감을 위해 어떤 길을 걸을 것인가.
 
이 논제를 다루기 위해 지난 117일부터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 22번째 회의가 열렸다. 푸른아시아도 유엔기후변화협약 공인 NGO 자격으로 현장을 찾았다. 모로코 마라케시로 가는 길은 쉽지만은 않았다. 1113일 출발한 푸른아시아팀은 인천-파리-카사블랑카-마라케시까지 24시간이 꼬박 경과한 후에야 마라케시에 도착할 수 있었다. 마라케시 구도심에 위치한 숙소를 우여곡절 끝에 찾아 짐을 푼 것은 현지시각으로 새벽 4시였으니, 인천에서 출발한 후 꼬박 28시간이 경과한 후였다.
 
푸른아시아팀은 여독을 푸는 것도 잠시 14(월요일) 오후부터 회의장으로 향했다. 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과 중국의 파리기후협정에 대한 태도와, 언급의 양태 등에 미묘한 변화가 포착되는지, 양국의 이행계획은 어떻게 준비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지구촌 커뮤니티의 반응은 어떠한지 현장의 목소리를 통해 파악하고자 눈과 귀를 활짝 열었다. 물론 푸른아시아의 활동과 연관된 주제들을 대회기간 동안 추적하는 것은 물론이다.
 
이번 대회가 COP22로 알려져 있지만 CMP12(교토 프로토콜 12번째 회의) CMA1(2016 파리기후협정 체결 이후 추가 논의사항 및 실제적인 이행 사항을 협의하는 워킹그룹 회의)프로그램도 동시에 열린 것이 특징이다.
 
마라케시 그린존 회의장에서 각국 시민사회단체 대표들과 노동조합 대표들이 연대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푸른아시아
 
발빠른 중국 기후변화시대 새로운 성장모델 리더 자임
중국은 이른바 남남협력(south-south cooperation)의 부활과 활성화에 연관된 다양한 실천을 다루고 있었다. 중국관이 다루고 있는 의제의 총체적인 주제는 지속가능하고 기후에 대처해 나가는 미래를 위한 협력’(Collaboration for Sustainable Climate-Resilient Future)이었다.
 
먼저 중국은 반둥회의(Bandung Conference)로부터 시작된 남남협력의 역사에 대한 기억을 환기했다. 중국은 개발도상국의 맏형으로 브라질·인도를 견인하면서 남쪽의 저개발국 형제들(brother란 표현을 줄곧 쓰고 있다)에게 어떠한 지원을 제공할 것인지, 그 속에서 중국의 선도적 리더십을 어떻게 세워나갈 것인지 분명히 드러내었다.
 
하지만 중국이 처한 상황은 다분히 이중적이다. 석유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국가, 1달러 미만으로 하루를 생활하는 중국인들은 여전히 8200만명이나 되고(201410월 기준), 온실가스배출은 전 세계 부동의 1위다.
 
중국도 역시 개도국이라는 중국 발표자의 언급은 한편으로는 남쪽 브라더들과의 연대의 표현이자, 그들의 몰려드는 지원요청에 대한 속도조절이다. 그러나 이미 중국은 에너지 기술개발, 기상위성 등을 통한 기후변화 적응과 ICT결합, 클린에너지(핵에너지, 대수력에너지 포함), 재생에너지 도입사례, 도시 및 농촌의 각종 적응사례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중국개발은행(CDB)을 통한 자금지원의 성과들을 발표했다.
 
이미 100GW 이상의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하고 자체 에너지 생산설비의 클린화, 재생에너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국은 유관산업부문 기술개발과 시장점유에 있어 이미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마라케시 블루존 회의장 중국관에서 중국 대표가 중국의 신기후체제 대응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푸른아시아
 
마라케시에서 열리는 만큼 중국이 아프리카에 지원한 자금 및 프로젝트에 대한 성과 발표에 대해 개도국들은 중국의 리더십에 대한 의심없는 인정과 지지로 박수를 보냈다.
 
중국개발은행이 중국-아프리카 펀드’(China-Africa Development Fund)2015년까지 100억달러를 제공했으며, 목표는 재생에너지 기술 이전, 기후변화 대응 역량강화(기술, 주민교육, 정책제안 등) 지원을 본격화할 중국 기업과 아프리카 기업의 제도적, 정보적 격차 줄이기였다. 이를 통해 남남협력을 통한 발전의 대안을 단계적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우리 개도국 형제들은 은연중에 정책, 비전, 제도정비, 법적프레임워크 등은 북(선진국)으로부터, 외부(서구)로부터 온다는 생각을 가지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지 않다. 저탄소 경제의 발전경로와 미래는 지금부터 만들어가는 것이고 이의 발현 방식은 남으로부터 북으로까지 다양할 것이다. 우리가 같이 만들어가자.”
 
중국의 국책연구소(중국경제발전연구소)에서 나온 공무원의 확신에 찬 발언은 같은 아시아인으로서 통쾌할 정도다.
 
2016 모로코 마라케시의 중국 메시지를 필자 나름대로 재구성해 본다면 아래와 같다.
 
저탄소 시대 남남협력을 통한 경제성장의 모델은 중국이 선도한다. 이러한 비전과 리더십은 중국의 탄탄한 기술력과 재정으로 뒷받침된다. 현재 화석연료에 대한 보조금 지원비율과 온실가스 배출이 제일 많다고 중국에 손가락질 하지만, 우리의 화석연료를 통한 온실가스 배출은 2028~2030년 경 정점을 찍고 하강할 것이다.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동시에 경제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을 중국이 혁신적으로 보여줄 것이다. 미국이 트럼프라는 불확실성 속에서 지구촌의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할 협력과 지원에 주저할 때, 중국은 기후변화 시대 새로운 성장모델의 리더가 될 것이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기후변화 정책 불확실성
그렇다면 미국의 대응은 어떠한가? 트럼프의 극적인 승리가 전해진 마라케시에서 2개월도 남지 않은 오바마 정권의 공무원들은 그야말로 불확실성에 빠져있는 듯 했다. 그러나 미국은 트럼프 변수를 어떻게 지우려 하는가? 이게 핵심이다.
 
존 케리 국무장관의 1116일 미국대표 연설은 기후변화가 인류가 당면한 피할 수 없는 과제임을 강조했다. “가장 더러운 에너지원이 현재 가장 싼 에너지라고 언급하면서 석탄이 전체 에너지의 30%를 차지하지만 온실가스 배출의 50%를 차지하고 있는 현상은 이것이 정말 싼 에너지인가?”라고 반문하게 만들었다. 존 케리는 결국 향후에 매우 비싼 대가를 치러야만 하는 화석연료 사용을 막고, 이에 대한 대책(prevention)은 지구촌 공동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결정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맞지만, 민간영역(기업, 학계, NGO )이 기후변화대응에 있어 혁신이 가장 빠르게 이루어지는 장소이며, 특히 기업들은 탄소가격제(Carbon Pricing)를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다. 탄소시장을 형성하여 탄소세와 탄소배출권을 활용한 민간의 대응은 정부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받지 않고 민간이 자체적으로 대응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이다.”
 
존 케리는 이어 트럼프 당선자를 염두에 두면서 누군가가 당파적 이데올로기에 근거해서 수십억 인류의 운명을 좌우할 결정을 할 수는 없다. 트럼프 당선자를 통해 불확실성이 증가했으나, 기후변화는 저명한 과학자들이 거의 합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케리는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으로 기후변화 대응활동을 하는 시대는 끝났으며, 이미 시장이 기후변화시대에 맞는 기술개발과 성장모델을 요구하고 있다새로운 기회는 이미 우리 앞에 있으며, 향후 기업의 소비자가 될 미래세대가 기후변화에 민감하지 않은 기업은 퇴출시킬 것(Kevin Rabinovitch, Mars Incorporated)”이라 말했다.
 
마라케시 블루존 회의장 미국관에서 미국 대표단이 이산화탄소 저감 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푸른아시아
 
결국 트럼프 당선자가 기후변화 진영에 불확실성을 가져온 것은 맞지만 기후변화를 기회로 보는 미국의 거대자본들의 이해는 역진할 수 없는 대세로 보인다.
 
시장메커니즘을 통한 새로운 이익창출의 기회는 기후변화 시대의 자본주의가 마주해야 할 주제어로 보인다. 그렇다면 저탄소 경제(Low-Carbon Economy)가 수익을 낼 수 있음이 증명되어야 한다. 백악관 선임비서관 디스(Brian Deese)는 미국의 온실가스 저감 중기전략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미국의 GDP 증가와 화석연료 기반경제(탄소기반경제)가 분리(decoupling)된 증거가 있다고 제시했다.
 
2008년부터 2014년까지 GDP10% 이상 성장했으나, 이산화탄소는 9% 이상 축소되었다는 것이다.
 
미국은 누가 뭐래도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경제규모를 가지고 있으며, 자본의 힘으로 국제협력의 추동해왔다. 2018년부터 본격화될 파리협정의 이행단계에서 미국의 리더십은 트럼프가 가져온 불확실성에 더해 중국의 확실하고 거센 도전을 받게 되겠지만, 다국적기업과 민간부문의 분투를 통해 미국 자본의 혁신은 계속될 것으로 생각된다.
 
연도별 미국 에너지-이산화탄소 배출 및 국내 총생산 추이
 
회의장 곳곳에서 모든 것은 실천이다목소리 높여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과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공히 적응(adaptation)에 대한 지원과 투자보다는 저감(mitigation)에 집중되고 있다는 아쉬움이 있다.
기후변화 취약국 내에서 가장 취약한 고리에 있는 환경난민들과 그들과 함께하는 기관에 필요한 것은 적응활동을 통한 모범사례(best practice) 창출, 경험공유, 확산을 통해 끊임없이 실천하는 것이다. 이에 시민사회 전시관과 적응활동 관련 워크숍이 다루어진 그린존(Green Zone)의 활동들은 기후변화 대응과 연계된 국제개발협력 활동을 하는 모든 기관들이 반드시 주목해야 한다.
 
이번 회의장에서는 기업과 자본이 아닌 노동조합과 기후변화 취약지역 주민들이 협력하여 만들어가는 에너지 민주주의 모델, 작은 자본과 기술력으로 현장의 적응을 돕는 기술 도입, 인근 국가와 지역의 성공 및 실패사례의 공유 확산, 개별 프로젝트의 성공과 실패를 포괄하여 고안된 정책과 제도, 개발협력의 기본으로 돌아가 문제의 정의와 실행단계 고안에 있어 주민의 참여 활성화, 기후변화 대응 정책의 영향을 주민들이 체감하게 할 시행방안 등 수 많은 질문과 과제가 던져졌다.
 
이른바 역사적인 파리협정이후 첫 번째 당사국총회로서 이번 마라케시회의를 통해 기후변화 최전선 취약국인 도서 국가로부터 중국, 미국에 이르기까지 “all about action(모든 것은 실천이다)”이라는 외침은 회의장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 국가와 기업들은 가깝게는 201811월 개별국의 이행목표 점검이 시작되는 그 때 불량국가 타이틀의 오명을 다시 쓰지 않도록, 늦었지만 지구촌의 외침을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고재광 푸른아시아 국제사업국장이 총회의장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푸른아시아
 
고재광 푸른아시아 국제사업국장
손정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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