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지난 17일 시청광장에서 시민들과 함께 '온실가스·미세먼지 저감 실천 캠페인'을 개최했다. 겨울철 고농도 미세먼지를 대비하고, 기후변화 추세를 공론화하기 위한 목적이다. 서울시와 푸른아시아, 지속가능바람 대학생기자단, 맑은 하늘 만들기 시민운동본부, 서울의 약속 시민실천단 등과 함께한 이번 행사에는 택시기사, 자전거 동호회, 마을 주부 모임, 대학생, 자동차 세정협회 등이 참가했다.
이시현(22)씨는 이날 행사에서 대학생기자단 ‘지속가능 바람’ 대표로 부스를 운영했다. 미세먼지의 심각성과 지구온난화의 문제를 다룬 기사를 전시하고, 동영상을 제작·배포했다. “미세먼지 때문에 불편해도 막상 왜 불편한지는 잘 알아보려하지 않잖아요. 미세먼지 문제가 왜 중요한지,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를 얘기해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에너지, 미래세대 문제가 아니다
석탄, 원자력 발전 등 에너지 문제는 흔히 미래세대의 문제로 간주된다. 물론 그렇다.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미래에 더 큰 비용과 책임을 전가해야 한다. 그러나 미래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에너지문제와 관련된 실질적 피해들은 현대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미세먼지로 초·중·고등학교의 현장학습과 운동회가 취소되고, 지구온난화로 토착 생태계가 파괴되는 상황은 먼 미래가 아닌, 현재까지 진행되어오고 있는 역사다. 이기적 개인들이 만들어 낸 결과가 항상 공공의 선을 이끌어내지는 않을 테다.
미세먼지로 인한 질병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하기도 했다. 특히 크기가 2.5μm 이하인 초미세먼지의 영향은 치명적이다. 초미세먼지는 기관지나 허파로 들어가 호흡기질환을 일으키고, 허파에서 혈관으로 들어가 뇌졸중이나 심장마비 같은 순환기 질환을 일으키기도 한다.
WHO의 2012년 ‘실내·외 대기오염으로 인한 질병 부담’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에만 전세계에서 한해 700만 명이 실내외 대기오염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보고서는 난방·조리용 화석연료를 태우는 과정에서 나온 실내 공기 오염 등으로 430만명이, 공장·발전소 등 산업용 시설과 자동차·선박 등 교통수단을 통한 실외 대기오염으로 370만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했다. 이 가운데 100만명이 실내·외 오염에 모두 노출된 것으로 봤다.
한국,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세 OECD 2위
우리나라는 어떨까. 우리나라 역시 세계적 추세와 다르지 않다. 미세먼지 주의보 발령횟수는 2017년 1분기에만 86회로 2015년 동기 55회보다 50% 이상 늘었다. 오존 주의보 역시 2012년 이전에는 연간 100회 미만이었지만, 지난해는 241회 발령돼 압도적인 증가율을 보였다. 일기예보를 통해 미세먼지 정도를 확인하는 일은 시민들에게 어느새 일상적인 과정이 됐다.
국내 지표뿐 아니라 세계 지표도 부정적이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국 순위에서 7위를 차지했다. 2013년 기준 약 6억9400만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으며 1990년(2억9810만톤)의 약 2.38배다.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OECD는 이 추세가 지속되면 증가세가 2020년 2.68배까지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OECD 회원국 가운데 터키 다음으로 높은 증가세다. 화석연료 위주의 에너지 사용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전체 배출량(6억9400만톤) 중 발전부분과 에너지 부분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합치면 약 87%로 6억톤을 상회한다. 특히 석탄 연료 사용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2억9000만톤으로 한국 전체 배출량의 42%에 달한다. OECD와 비교해서는 물론 세계적 추세와도 동떨어졌다는 지적이다.
구체적인 지표도 악화되고 있다. 미세먼지는 1차 미세먼지와 2차 미세먼지로 구분된다. 1차는 연료연소시설의 굴뚝, 자동차 배기구 등에서 고체 상태로 배출되는 것을 말하며, 2차 미세먼지는 발생원에서는 가스 상태로 나온 물질이 공기 중 황산화물, 질산화물, 암모니아가 화학 반응을 일으켜 발생되는 것을 말한다. 문제는 최근 2차 미세먼지의 배출량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미세먼지는 모두 중국 탓? NO!
중국은 우리나라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꼽히곤 한다. 대규모의 석탄 발전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해 전체 전력의 71.5%를 석탄 화력발전으로 얻었다. 중국이 전 세계 석탄 생산량의 절반을 태우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중국에서 채굴된 석탄에는 유황 성분이 많아 전력·난방 등에 사용되는 석탄이 초미세먼지 같은 대기오염을 일으키기 때문에 문제다.
그러나 마냥 중국 탓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중국의 미세먼지가 양호한 날에도 우리나라에서 미세먼지 농도가 위험 수준으로 높아진 날도 있으며, 반대의 경우도 있다. 인접국과의 협력이 필수적이지만, 내부 차원의 방침 마련과 경계가 선행돼야 한다.
우리나라의 1인 하루 평균 탄소배출량은 3만5333g으로 OECD 평균(2만9068g)을 크게 앞지른다. 이미 우리 국민들이 배출하는 탄소량만으로도 OECD평균치를 상회하는 것이다. 이는 푸른아시아가 조사, 추정한 1인 하루 평균 탄소배출량표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푸른아시아는 1인이 일상생활에서 직·간접적으로 7만1092g의 탄소를 배출한다고 추정했다. 일상적이지 않은 쇼핑이나, 보고서 출력 등을 제외한다 해도 6만g을 가뿐히 넘는 수치다.
정부도 공감했다. 정부는 지난 6월 노후 석탄발전소를 임시 중단했다. 봄철 미세먼지를 조정하겠다는 의도였다. 봄, 가을에 상대적으로 전력수급이 용이했던 점도 근거로 작용했다. 그 결과, 환경부는 충남 지역을 중심으로 미세먼지 저감 효과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충남 보령·서천 화력발전소 가동 중단으로 141톤, 전국 8기의 가동 중단으로 304톤의 미세먼지가 저감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53기의 전체 석탄발전소 미세먼지 배출량인 1975톤의 약 15퍼센트에 해당하는 양이다.
그러나 세계는 우리나라보다 더 빠르게 석탄발전 축소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 석탄 화력발전 비중은 2005년 50%에서 2015년 33%로 감소했으며 석탄 화력발전소 1308기 중 145기가 2010년에서 2012년 사이에 폐쇄됐다. 2026년까지 약 180여 개의 석탄 화력발전소가 추가적으로 폐쇄될 예정이다. 유럽은 더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EU 전체는 10년 내 최대 3분의1의 석탄 화력발전소를 폐지할 예정이다. 덴마크는 추가 석탄 화력발전소 건설을 금지했다. 프랑스와 영국은 2023년까지, 핀란드는 2030년까지 건설가동 중단 및 폐쇄를 추진 중이다.
원자력은 대안이 될 수 없다
그렇다면 화력발전으로 공급되던 전력은 무엇으로 대체돼야 할까. 원자력발전은 대안이 될 수 없다. 핵폐기물 처리, 핵발전소의 안전성 문제가 남아있다. 지속가능하지 않다. 우리나라의 경우 불안한 지진대 위에 도열한 원전이 12기에 이른다. 전 세계 원전부지 187곳 중 6기 이상이 집중된 곳은 11곳, 그 중 4곳이 한국에 있다. 고리원전의 경우 반경 30km 내에 380만 명 거주, 월성원전은 130만 명 이상이 거주하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다면 피해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체르노빌 원전의 핵붕괴는 30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후쿠시마도 마찬가지다.
경제적 효용성에 대한 논란도 커지고 있다. 미래 가치가 발전 단가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지난 2월 발표한 ‘발전원별 발전비용’에 따르면 원자력 발전의 비용은 신재생에너지를 앞지른다. 액화천연가스에 비해서도 원자력 발전의 발전단가가 더 높아진다.
국제 사회는 신재생에너지에 주목하고 있다. 발전단가도 저렴해지고 있는 추세며, 안정성도 뛰어나기 때문이다. 덴마크는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15년 51%에서 2050년 100%로 늘린다는 계획을 밝혔다. 캄보디아, 네팔, 수단 등 ‘기후취약성포럼’에 속한 48개 개발도상국도 205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고 목표를 세웠다. 중국 역시 202년까지 3520억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나라는 2015년 기준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비율이 1% 대에 머물러 국제 사회의 동향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해답은 지역주민과의 상생
초미세먼지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높아지자 문재인 정부는 관련 정책을 강화해 발표했다. 2022년까지 미세먼지를 30% 감축하는 것을 골자로 30년까지 재생에너지 20%로의 확대, 전기차·친환경차 보급확대 등을 세부 목표로 한다. 그러나 세부 실현 방법은 불투명하다. 에너지 전반에 관한 실천 로드맵이라기 보단 목표와 규제 정도를 제시해 놓는 등 선언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당장 신고리 5,6호기 원자력 발전소가 공론화위의 결정을 통해 공사 재개가 확정된 상황이다. 물론 장기적 측면에서 탈핵에 대한 요구가 컸다는 점에서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과 맥을 달리하진 않는다. 그러나 이번 결정으로 삼척화력발전소 등의 공사 진행 요구가 이어지고 있어 대응에 귀추가 주목된다.
목표 이상의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방법이 필요하다.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적극적 투자가 전제돼야 함은 물론이다. 독일은 재생에너지협동조합 850개에 조합원 16만 명이 참여해 의사결정 및 이익 분배에 참여하고 있다. 출자금을 내면 지역 주민이 조합원으로서 발전소에 투자를 하고 이익을 분배받을 수 있다. 주민, 당사자가 재생에너지 발전에 직접 개입하고 수익을 얻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발전소 관련 갈등이 경제적 문제로 극화되는 경우엔 지역 주민과의 이익분배 구조를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지속가능한 에너지 생산을 비롯해 일자리 창출, 지역 단위의 발전을 통한 에너지 안보 강화 등의 이점을 가지고 있다. 파리기후협약을 비롯해 신재생에너지 개발이 피할 수 없는 세계적 추세로 자리 잡은 만큼, 우리나라도 선도적인 기술개발에 뛰어들 때다. 생산이 아닌 소비 문제도 해소돼야 한다. 에너지 소비량이 현재와 비슷하거나 혹은 증가한다면, 대체 에너지로의 성공적인 전환이 어렵기 때문이다. 지속가능한 전력 공급과 안정적인 소비량 유지는 에너지원의 효과적인 사용을 만드는 데 주요한 축을 이루게 될 것이다.
17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온실가스 및 미세먼지 저감 실천 캠페인’에 참가한 대학생 이시현씨(왼쪽)와 서지윤씨가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KSRN
송은하 KSRN기자
편집 KSRN집행위원회(www.ksrn.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