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피츠버그 시민을 대변하기 위해 당선된 것이지, 파리 시민을 위해가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나는 우리 시민과 경제, 미래를 위해 파리 협약 지침을 따를 것이다.피츠버그 시는 지난 대선에서 80%가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했다. "
–빌 페두토 피츠버그 시장
지난 6월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 기후변화 협약 탈퇴를 선언하면서 피츠버그 시를 언급한 데 대해, 빌 페두토 피츠버그 시장의 발언이 화제가 된 유명한 일화다. 페두토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피츠버그가 여전히 석탄과 철강에 의존하는 낙후된 지역이라는 인상을 주고 있으며, 기후변화 협약을 이끄는 것은 ‘도시들’이라고 일침하기도 했다. 얼마 전 그는 파리 시장과 뉴욕타임스 공동 기고를 통해 기후변화와의 싸움을 위한 도시들의 전례없는 연대가 형성되고 있으며, 도시의 미래와 번영을 위해 파리협약을 준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유엔총회 기간 중 열린 UNGC(UN Global Compact)Leaders Summit에서도 페두토 시장은 기조연설자로 참여해 피츠버그의 도시재생 및 친환경 스마트시티로의 변화 노력을 피력했다. 기후변화 이슈뿐 아니라, 피츠버그시가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달성을 위해 어떻게 기여하는지 설명했다. 물론 트럼프 정부의 반(反) 환경정책에 대해서도 강력한 반대 입장을 밝혔으며,피츠버그의 놀라운 변화와 그의 노력에 70여개국에서 온 기업인, 시민사회, 정부 및 유엔 관계자들 800여명이 기립 박수로 지지를 보냈다. 그 자리에 있었던 필자에게도 상당히 인상 깊은 연설이고 순간이었다.
미국의 대표적인 '러스트벨트'(Rust Belt) 지역이었던 피츠버그는철강산업의 침체와 함께 도시의 위기를 겪고 있었다. 높은 실업률로 청년들이 도시를 떠났고, 대기오염도 심각했다. 젊은 인재들을 유치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며, 지역 대학들과 협력해 연구개발을 강화하고, 기업 유치에 힘썼다. 공장지대를 복합문화시설로 재정비하고, 강변을 개발해 공원을 만들어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였다. 그 결과 구글, 우버 같은 기업들이 들어왔고, 지역 경제도 서서히 활기를 찾았다. 스모그로 어두웠던 도시가 이제 만여명 이상의 주민들이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일하고, 피츠버그는 청정하고 깨끗한 도시로 변모해가고 있다.
유엔총회 기간 중UNGC가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세계자원연구소(WRI), 세계자연기금(WWF)와 공동 발족한 과학적 감축목표 이니셔티브(Science Based Targets initiative)의 발표에 따르면,과학적 감축목표 이니셔티브를 통해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에 참여한 기업이 300개 이상으로 늘어났다. 이는 파리 협약 달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민간부문의 의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이 이니셔티브는 참여기업이 2년 간 온실가스의 ‘과학적 감축목표’를 책정하도록 돕고, 이후 전문가들이 엄격한 기준에 따라 면밀하게 평가하여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감축목표는 가치사슬 전반에서 고려되어 산업 전체에 효율적이고 환경친화적인 공급사슬을 만드는데 도움이 된다.
올해만 90여개사가 이니셔티브에 동참했고, 참여 기업들의 시가총액을 합하면 미국 나스닥 증권거래소의 전체 시가총액에 달하는 약 6조5000억달러로 추정된다.해당 기업들은 매년 7억5000만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며, 이는 연간 1억5800만개의 자동차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과 같다는 분석이다. 또한, 이니셔티브에 참가하는 기업들은 35개 국에서 제조, 전력, 소매, 생활용품, 기술, 화학, 의류, 서비스 및 금융 등 다양한 업계를 아우르고 있다,
특히, 갭(Gap Inc.), 나이키(NIKE), 리바이스(Levi's), 게스(GUESS), 에일린 피셔(Eileen Fisher), VF코퍼레이션(VF Corporation) 등 유명 의류업체들이 과학적 감축목표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의류업계의 경우, 온실가스 배출의 90% 이상이 가치사슬에서 배출되며, 대부분의 의류업체들이 동일 공급업체와 거래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공급사슬 내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감축 노력은 산업 전체의 협업과 효율성을 크게 개선할 수 있다고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트럼프의 기후변화협약 탈퇴 선언에도 불구하고, 과학적 감축목표를 설정한 기업들 중에는 미국계 기업이 총 50개사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기업들이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에 가장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탄소 감축에 동참하는 기업들은 미래세대를 위한 지속가능성을 인식한 선도기업이기도 하지만, 기후변화 대응이 비용 감소, 투자 유치, 혁신, 불확실성 감소 등 사업의 여러 측면에서 이익이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우리 기업들도 이러한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 노력에 적극 동참해 책임과 성장을 동시에 이뤄나가야 한다.
이은경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연구센터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