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1. 신용점수가 664점인 A씨는 7등급(600-664점) 중 최고점이지만 대부분 금융기관에서 신용등급이 낮다는 이유로 대출을 거절당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신용평가체계 개선대책에 따라 개인신용 평가가 등급제에서 점수제로 바뀌게 되면, A씨는 한단계 높은 6등급과 유사하게 취급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일부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다.
#2. 최근에 신규 분양 아파트를 계약한 B씨는 신용등급이 떨어진 사실을 알고 당황스러웠다. 주거래은행 등을 통해 알아본 결과 저축은행에서 받은 중도금 대출이 문제였다. 아파트 분양사업장의 중도금 대출 기관이 저축은행으로 정해졌고, 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신용점수가 떨어진 것이다. 앞으로는 중도금 대출 등에 대해서는 모두 은행권 기준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2금융권에서 이뤄진 중도금 대출 때문에 신용도에 불이익을 받는 일은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가 30일 내놓은 '개인신용평가체계 종합 개선방안'의 주요 내용은 기존 신용평가사의 평가체계를 '등급제'에서 '점수제'로 바꾸고, 2금융권 대출을 받는 것만으로도 신용등급이 내려가는 관행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최종적으로는 저신용자들의 신용도를 개선, 제도권 내로 끌어들여 올해 정부가 확대 공급하는 서민금융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금융위는 사잇돌 대출 공급한도를 1조원 늘리는 등 서민금융에 11조2000억원을 공급한다는 내용의 서민금융 지원책을 밝힌 바 있다.
올 하반기부터 개인 신용평가체계가 '등급제'에서 '점수제'로 바뀌게 되면 약 240만명이 신용도 개선 효과를 보고, 결과적으로 평균 1%포인트의 대출금리 절감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준우 금융위 신용정보팀장은 "각 신용등급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는 사람과 낮은 점수를 받는 사람의 차별성을 둬야한다는 방향"이라며 "6등급 이하의 저신용자의 경우 각 등급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사람들은 한등급 오르는 효과, 이에 따라 대출금리를 낮출 수 있는 효과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금융당국은 2금융권 대출을 받은 것만으로도 신용등급이 내려가는 관행을 없애기로 했다. 은행에서 대출을 못 받는 사람들은 저축은행이나 캐피탈사를 찾는데, 이들 제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았다는 것만으로도 신용등급이 떨어진다. 금융위에 따르면 은행권에서 대출을 받으면 평균 0.25등급 하락하는 반면, 캐피탈·카드사에서 빌리면 평균 0.88등급, 저축은행에서 빌리면 1.61등급이 하락했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2금융권을 이용했다고 하더라도 낮은 금리를 적용받는 우량 고객의 경우 신용점수의 하락폭을 완화하기로 했다. 연 금리가 6% 이하 대출이면 캐피탈 수준으로 평가하고, 중금리(6~18% 이하) 대출이면 저축은행 평균 수준으로 보는 식이다. 저축은행 중금리 대출을 보유한 29만명의 신용점수가 오르고 이 중 21만명의 신용등급이 상승할 것으로 금융위는 예상했다.
중도금이나 유가증권 담보대출의 경우 업권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모두 은행권 기준으로 평가하기로 했다. 업권별 신용위험에 차이가 없어서다. 중도금 대출의 경우 저축은행의 경우에도 연체확률은 0.3%로 은행권과 유사하고, 유가증권 담보대출의 경우 전 업권의 연체확률이 2~3% 수준으로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업권별 신용정보 차등 완화에 따라 제2금융권 중금리 대출자 총 41만명의 신용점수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저축은행의 중금리 대출(18% 미만)을 보유하고 있는 29만명의 신용점수가 약 70점(약 0.9등급) 가량 상승하고, 이중 21만명은 신용등급이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금융 이용 경험이 적은 청년·고령층 등을 위해 민간 보험료 납부 정보와 체크카드 이용 실적 등도 신용평가에 활용하기로 했다. 신용카드나 은행 대출 등을 이용하지 않아 신용 점수 평가 때 되레 불이익을 당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지금은 사회 보험료, 공공요금, 통신비 납부 실적 등만 신용평가 때 활용하고 있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많은 20대 청년들이 금융이용 경험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IT 전당포’ 등 고금리 대부업체로 내몰리면서 고금리 빚의 악순환에 노출되고 있다"며 "통신료 납부, 온라인 쇼핑 거래 정보부터 도서관 이용실적 등 비금융 데이터까지도 평가에 활용할 수 있게 된다면, 제도권 금융에서 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이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에서 열린 '개인신용평가체계 개선을 위한 금융권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