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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책임)노동절을 맞아 다시 생각해보는 노조의 사회적 책임
입력 : 2018-04-30 오전 8:00:00
1886년 5월 1일 미국 시카고 노동자들의 ‘8시간 노동제’ 쟁취 투쟁 과정에서 경찰의 무력진압으로 희생된 노조 간부와 노동자들을 기리기 위하여 1890년에 제정된 노동절(May Day)-우리나라는 박정희 정권에 의해 ‘근로자의 날’로 명명-이 올해로써 128주년을 맞이하였다.
 
그동안 많이 개선되었다고 하지만 우리의 노동현실은 장시간 노동과 산재 발생률에 있어서 OECD 국가들 중에서 1,2위를 다투고, 높은 비정규직 비율에다가 정규직-비정규직간 혹은 대-중소기기업간의 차이와 차별도 매우 심각한 실정이다. 이는 노동시간 단축, 안전한 일터 조성, 고용안정 확보, 차별대우 해소 등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노동조합의 역할과 영향력이 갈수록 약화되고 있는 사정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전세계적으로 노동운동이 쇠퇴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노동조합들도 침체와 무기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10%에 불과한 낮은 조직률, 기업별 노조체계로 인한 연대의식 부족, 눈앞의 경제적인 이익만 추구하는 실리적 조합주의 등으로 인해 노력하는 만큼의 성과는 고사하고 국민과 노동자 대중의 신뢰는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 것이 오늘날 우리나라 노동조합들이 처한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하여 그동안 양대노총을 비롯하여 각급 노조들이 많은 고민과 모색을 해오고 있지만, 노동운동 전반의 위기와 침체를 극복하고 사회·경제·정치적 영향력을 회복/확대하는 긍정적인 변화가 쉽게 이루어질 것 같지는 않다.
 
노조의 사회적책임(USR) 실천을 통한 노동운동 활성화
필자는 오래전부터 타성과 침체의 늪에 빠진 우리의 노동조합운동이 활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기존의 운동이념과 방식을 과감히 탈피하여, 급변하는 시대상황에 부합하면서 노동자와 국민 대중의 요구에 부응하는 새로운 운동기조와 전략을 모색, 실천할 것을 주창하면서, 노조의 사회적 책임(Union Social Responsibility, USR) 운동을 유력한 대안으로 제시해왔다.
 
이는 본질적으로 ‘정의의 수호자’와 ‘기득권적 이해 대변자’라는 양면성을 갖고 있는 노동조합이 일부 노동자의 기득권이나 상대적인 이익을 방어하는 데 주력하느라 보수적인 조직이 되어 버림으로써 노동조합운동의 위기와 침체가 초래되고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하고 있다. 즉, 우리의 노조들이 더 이상 소수의 조직 노동자들의 이익보호에만 매달리기 보다는 비정규직이나 미조직노동자를 포함한 전체 노동자의 권익을 대변하고, 나아가 국민전체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선도하는 ‘정의의 수호자’로서의 모습과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조합의 막강한 조직력과 투쟁력(?)을 동원하여 인권과 노동권을 수호하고, 환경을 보호하고 소비자와 취약계층의 권익을 대변하며, 지역사회와 공동체의 상생발전과 깨끗하고 공정하고 민주적인 복지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데 앞장서는 등 노조의 사회적 책임(USR)을 적극적으로 인식하고 실천해 나가는 것이야말로 침체에 빠진 노동조합을 활성화하고 실추된 신뢰와 권위를 회복시키는 유력한 전략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도 노동조합이 견인해야
노조의 사회적 책임(USR)은 단순히 자신들의 책무 이행뿐만 아니라, 노조가 소속된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CSR)을 추동하고 견인하는 역할도 포함한다. 즉, 아동노동이나 비인간적인 착취를 자행하고, 자연과 환경을 훼손하며, 소비자와 고객을 기만하고, 부패와 불공정 거래를 통해 이윤을 추구하려는 기업들의 그릇된 행태는 기업에 몸담고 있으면서 경우에 따라 그러한 행위에 동원되기도 하는 노동자들이 누구보다도 가장 잘 알 수 있는 만큼, 노동조합을 통해 문제를 제기하고 잘못된 관행과 행태를 고쳐나가고자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공장폐수와 매연 등으로 환경을 훼손하고 하청업체에 대한 착취와 불공정 거래를 행하며, 세금을 탈루하거나 비자금을 조성하여 정치권에 대한 뇌물과 로비를 일삼는 일부 기업의 행태를 해당 기업의 노동자와 노조가 묵인 내지 방조하면서 부정하게 축적된 이윤의 일부를 자신들의 임금으로 가져가는 데만 열을 올리는 모습들을 너무나 많이 봐왔다. 잊을만하면 터져 나오는 재벌기업 사주의 갑질이나 비리 사례도 일차적으로는 당사자들의 삐뚤어진 자질에서 비롯되었지만, 재벌기업의 비민주적인 지배구조와 전근대적인 조직문화에서 기인한 점도 없지 않은 만큼, 해당 기업의 노동자와 노조가 그러한 문제를 개선하려는 책무를 다하지 못한 측면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우리 기업들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고 인권과 노동권을 존중하며, 환경을 보호하고 하청업체와의 상생협력을 도모하며 부정부패 근절에 앞장서고 지역사회발전에 이바지 하는 등 사회적 책임(CSR)을 다하도록 노동조합이 적극적으로 감시하고 견인해나가야 할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해서도 해당 공공기관 노조들의 적극적인 인식과 노력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모쪼록 노동조합과 기업이 각자의 사회적 책임(USR & CSR)을 다함으로써 시대적 과제인 사회적 가치 실현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강충호 한국사회책임협동조합 이사장
손정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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