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금융감독원 전현직 임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전관예우나 업계와의 유착 등의 우려로 과거 퇴직자들이 내려가던 유관기관 임원 자리에도 가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고위 공직자들이 갈 곳이 없어지니 내부 승진이 늦어지는 등 인사 적체가 발생하는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금융감독 전문성을 쌓은 금감원 인재들이 사장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유관기관 임원을 맡았던 금감원 출신들이 임기가 끝난 자리에 비금감원 출신들이 줄줄이 내려왔다.
성대규 보험개발원장이 신한생명 사장에 내정되면서 후임에는 금융위원회 출신 간부를 비롯해 민간 출신 인사들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그동안 보험개발원장은 금감원 보험담당 부원장보 자리로 인식돼 왔으나 최근 들어 비금감원 출신들로 채워지는 분위기다.
앞서 대부분 금감원 부원장보 출신이 원장을 맡아왔던 보험연수원장 자리도 정치인인 정희수 전 의원이 원장으로 선임됐고, 신용정보원에서는 작년 말 금감원 국장 출신인 김준현 전무가 임기를 마치고 은행연합회 출신 홍건기 상무가 임명되기도 했다.
금감원 전직 간부는 "최근 수년간 금감원이 채용비리 등에 의한 적폐를 보이면서 재취업 진입장벽이 더욱 높아졌다"며 "자리를 찾아가지 못한 퇴직 임원이 늘면서 예전에 금감원 국장급 출신이 가야할 자리에 임원이 가는 것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전임인 최흥식 원장 시절 임원을 전원 교체하는 과정에서 자리에서 물러난 이들 중 상당수가 아직 자리를 잡지 못했으며, 윤석헌 원장도 올해 초 일부 임원의 사표를 수리하면서 재취업 대기자들은 더욱 늘어나고 있다. 다른 관계자는 "금감원장이 여러번 바뀌면서 임원들이 대거 교체됐는데, 현직 원장으로서는 전임자때 물러난 임원의 재취업길을 마련해줘야 하는 부채의식이 강하지 않다"고 전했다.
예전 같으면 금감원 출신은 금융유관기관이나 금융사 고위직에 하마평이 무성할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 금융감독 업무의 전문성을 갖췄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축은행 사태와 세월호 참사 등을 거치며 민관유착이 문제시되면서 금감원의 재취업 제한폭이 대폭 강화됐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의 1~5급 직원 가운데 4급 이상 직원은 퇴직 뒤 3년 동안 퇴직 전 5년 동안 속했던 부서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관과 기업에 재취업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고도의 금융감독 전문성을 확보한 인재들이 퇴직후 능력을 재발휘 할 수 없다다는 우려가 나온다. 고위 공직자들이 갈 곳이 없어지니 내부 승진이 늦어지는 등 인사 적체가 발생하는 부작용도 있다.
금감원의 정부와 감사원의 지적으로 현재 43% 수준인 1~3급 상위직급 비중을 5년 안에 35%까지 낮춰야 하는 상황이다. 이 수치를 맞추기 위해서는 금감원이 현재 정원 기준으로 약 160명 가량의 간부를 정리해야 한다. 이 때문에 4급 이하 직원들의 승진을 최대한 보류되면서 내부에선 반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도의 금융감독 전문성을 보유한 인재들인데 내외부적인 상황에 따라 제대로 쓰이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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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