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홍 기자] 정부가 카카오페이·토스의 충전금을 신탁·에스크로 계좌로 보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핀테크 업체가 은행에 예치된 충전금을 횡령·유용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신탁과 에스크로 계좌는 제3자(신탁회사·은행)가 업체의 충전금을 직접 통제한다는 점에서 효과적인 안전장치로 꼽힌다.
6일 정부 관계자는 "신탁계약 범위 안에서만 충전금을 운용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며 "또 은행이 입출금을 통제하는 에스크로 계좌에 충전금을 예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카카오페이·토스 등 선불전자지급업에 해당하는 핀테크 업체는 고객의 충전금을 은행에 예치하고 있다. 문제는 계좌가 핀테크 업체의 명의이다보니, 업체가 언제든지 고객의 충전금을 유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핀테크 업체가 신의성실 원칙에 따라 돈을 관리하겠지만, 혹시라도 충전금을 다른 곳에 유용하거나 개인이 횡령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이를 대비한 안전장치가 전무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이에 대한 안전장치로 신탁과 에스크로 계좌를 검토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제3자(신탁회사·은행)가 직접 자금운용을 통제한다는 점에서 핀테크 업체의 유용·횡령을 원천 차단할 수 있다.
우선 에스크로 계좌는 예금주(핀테크 업체)의 명의가 아닌, 은행 명의의 계좌를 별도로 만들어 예금을 관리하는 '특수목적 계좌'이다. 기존에는 핀테크 업체가 예금주이다 보니 자유롭게 예치금을 유용할 여지가 있었다. 하지만 명의가 은행으로 바뀌면, 핀테크 업체가 충전금을 사용할 때마다 은행의 확인절차를 거쳐야 한다. 특정 목적 외에는 입출금이 안 되도록 안전장치가 마련되는 것이다.
신탁은 에스크로보다 더 효과적인 안전장치로 꼽힌다. 신탁은 수탁자(신탁회사)와의 계약범위 안에서만 자금이 운용되기 때문에 더 엄격한 통제가 가능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신탁회사가 중간에 개입되면, 신탁계약에 의해 수락된 범위 내에서만 자금을 운용할 수 있다"며 "에스크로보다 확실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핀테크 업체는 신탁회사에 일정의 신탁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신탁과 에스크로 계좌는 업체가 파산하더라도 자산이 안전하게 담보되는 장점이 있다. 에스크로 계좌는 업체 자산과 별도로 예치되고 있기 때문에, 핀테크 업체가 파산하더라도 채권자 우선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 신탁도 마찬가지다. 신탁은 은행이 공시도 따로 하는 만큼, 별도 자산으로 운영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탁은 신탁법에 의해 보호되고 있다"며 "은행이 문을 닫아도 신탁의 자산은 안전하게 보관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그간 금융사고가 발생해온 것처럼 핀테크에도 사건사고가 발생할 여지가 크다"며 "정부는 충전금 관리를 신탁으로 할지 에스크로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선불충전금을 별도로 외부에 예치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라며 "해외사례를 참고하며 다양한 사례를 연구 중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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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홍 기자 g243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