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홍 기자] 최근 선불전자지급 시장이 커지면서 금융당국이 카카오페이·토스 등 업체에 대해 여러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핀테크 업체들이 고객들의 충전금을 함부로 유용하지 못하도록, 에스크로계좌 및 신탁계약으로 보호하는 방안이 주요 내용이다.
또 당국은 충전금에 이자를 제공하는 과도한 영업행위도 보류할 것을 업체에 요청했다. 아직 제도적 안전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충전금이 과도하게 증가하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다. 선불전자지급이란 금융소비자가 전자결제플랫폼(카카오페이 등)에 돈을 충전한 뒤, 상품을 결제하거나 다른 계좌로 이체하는 방식을 말한다.
당국이 충전금의 안전장치를 대거 마련하는 것은 그만큼 핀테크 업체의 자산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종 특성상 금융업은 자산의 규모가 늘어날수록 리스크도 동시에 커질 수밖에 없다. 자산 대부분이 국민의 예금이나 투자금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카카오페이 등 핀테크 업체의 예수금(충전금) 규모도 소형 금융사에 견줄 정도로 크게 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카카오페이 등 핀테크 업체의 예수금 규모는 나날이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기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카카오페이의 예수금은 1298억8900만원이다. 2017년 375억5800만원보다 245% 증가한 수치다. 핀테크 기업 '토스'의 예수금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기준 토스의 예수금은 586억600만원이다. 2017년 405억8500만원보다 85% 늘었다. 두 회사의 예수금을 합하면 79개 저축은행사중 61번째 수준에 이른다. 예수금은 나중에 고객들에게 돌려줘야 하기 때문에 재무제표상 부채로 잡힌다.
반면, 충전금의 횡령 및 유용에 대한 제도적 안전장치는 전무한 상태다.
이에 금융당국은 고객의 충전금에 대한 보호 방안을 강구 중이다. 은행에 예치된 충전금을 쉽게 유용하지 못도록 에스크로 계좌 및 신탁을 이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에스크로 계좌는 예금주(핀테크 업체)의 명의가 아닌, 은행 명의의 계좌를 별도로 만들어 예금을 관리하는 '특수목적 계좌'이다. 신탁은 수탁자(신탁회사)의 계약에 따라 자금을 별도로 관리한다. 제3자가 고객의 충전금을 관리한다는 점에서 핀테크 업체의 유용·횡령 리스크를 대폭 낮췄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근 핀테크 업체들의 자산규모가 많이 커지고 있다"며 "이에 대한 안전관리 시스템을 연구 중이다"라고 밝혔다.
또한 당국은 급증하는 충전금 규모를 낮추기 위해 핀테크 업체의 이자 서비스도 중단하기로 했다. 당국은 핀테크 업체들이 이자를 제공하는 것은 유사수신에 해당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최근 금융당국은 선불전자지급업에 해당하는 핀테크 업체들을 만나 이자나 포인트를 주는 방식으로 충전을 유도하는 영업행위를 지양할 것을 요청했다.
앞서 핀테크 업체들은 충전금을 늘리기 위해 고객에 이자를 제공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 나선 바 있다. 실제로 카카오페이는 카카오페이 충전금을 한번이라도 결제하면 충전금의 연 1.7%를 다시 고객에게 돌려준다. 토스는 충전금의 최대 연 10%를 적립시켜 준다. SK텔레콤과 하나금융이 출자한 모바일 금융서비스 회사 '핀크'도 고객이 충전한 '핀크 머니'에 연 1.5~2% 캐시백을 해주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부터 이용자가 충전금의 연 5%를 포인트인 '쿠팡 캐시'로 적립해주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나아가 당국은 예금보험공사와 함께 선불전자지급업을 예금보호 대상으로 편입하는 방안도 중장기적으로 검토 중이다. 에스크로 계좌·신탁으로 충전금을 보호하는 방법 외에도, 업체 자체를 금융사와 같은 부보대상으로 설정하는 것이다.
보통 금융사들은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계좌에 예치된 금액의 일정 부분을 예금보험공사에 내야 한다. 금융사가 파산할 경우 예금보험 금액을 고객들에게 지급하기 위해서다. 금융사는 예보에 보험료를 지급하고, 예보는 예금자들의 예금을 5000만원까지 보호해주는 방식이다. 2011~2012년 저축은행 사태가 터졌을 때 예보가 고객들의 예금을 보전해준 것이 대표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카카오페이 등 선불전자지급업의 충전금을 은행 예금과 비슷한 성격으로 볼수 있다"며 "핀테크를 예금보호 대상으로 편입하는 방안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즉, 실물화폐뿐 아니라 금전자산으로 활용되는 각종 상품시장의 데이터(전자화폐)도 보호대상으로 볼 수 있다는 의미다.
예보 관계자는 "당장 추진하는 것은 아니고, 중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부분"이라며 "핀테크 기술, 선진국 사례 등 전방위 측면에서 조사·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선 선불전자지급업자를 예금보호 대상기관으로 편입하기 위해서는 예금자보호법을 개정해야 한다. 예금자보호법의 보호대상과 보호상품, 보호범위 등을 모두 새로 마련해야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카카오페이 등 핀테크 업체에 충전금으로 잔류된 돈이 엄청나게 많다보니, 이들도 은행 역할을 하고 있다"며 "당연히 통제할 장치가 필요하다. 하루빨리 관리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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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홍 기자 g243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