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환경부 블랙리스트' 관여 의혹을 받는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의 첫 재판이 열린 가운데 법원이 검찰의 공소장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송인권)는 검찰 기소 5개월 만인 30일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고 "공소장 일본주의 위배 여지가 있다"면서 공소장을 수정하거나 의견서를 제출해달라고 검찰에 요구했다. 공소장 일본주의란 재판의 공정을 기하기 위해 검사가 공소를 제기할 때 기타 서류나 증거물은 제외하고 공소장 하나만을 제출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공소장에 허점이 있고 피고인에 대한 선입견을 줄 만한 내용이 포함됐다고 판단했다.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지난4월12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검찰청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재판부는 "공소사실을 보면 실행행위자 박모·정모씨 등이 등장하는데 피고인들이 텔레파시가 아니라 환경부 공무원들에게 직접 지시했으므로 공무원들의 행위가 없었다면 범행 성립도 없었을 것"이라며 "(실행행위자들이) 피고인들과 공동정범에 해당하는지 명확하게 해 달라"고 말했다. 또 "이들이 실행행위자이자 공동정범이라면 공소사실을 특정하고 직권남용 혐의와 양립이 가능한지도 밝혀달라"고 했다.
재판부는 "공소장에는 피고인들이 박씨를 통해 한국환경공단 이사장 전모씨의 사표를 제출하게 했다고 돼 있다"면서 "박씨의 행위는 피고인들의 범행을 구성하는 본질적인 내용인데 박씨에 대한 형법적인 평가가 내려져 있지 않다"고도 했다. 이어 "공소장에 따옴표가 들어가 있는 부분도 있고 신 전 비서관이 화를 냈다, 전화를 안 받았다는 내용이 있는데 이 부분이 공소사실과 무슨 관계가 있냐"면서 "피고인의 인상을 나쁘게 보이기 위해 기재한 것으로 보이니 다음 기일까지 수정하라"고 요청했다.
김 전 장관 등은 2017년 12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환경부 공무원을 통해 박근혜정부에서 임명된 산하 공공기관 임원 15명에게 사표제출을 강요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 자리에 후임자 임명을 위해 환경부 장관의 인사권 및 업무지휘권 등을 남용한 혐의도 받는다.
아울러 지난해 7월 청와대가 추천한 환경공단 상임감사 후보 박모씨가 임원추천위원회 서류심사에서 탈락하자 임원후보추진위원회(임추위) 면접심사에서 '적격자 없음 처리 및 재공모 실시' 의결이 이뤄지도록 조치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씨의 희망에 따라 대체자리로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이 지배주주로 있는 유관기관 회사 대표에 임명되도록 해당 기관 임원들에 지시한 혐의도 있다.
재판부는 오는 내달 29일 공판준비기일 한 차례 더 열어 증거조사 방법에 대한 양측의 입장을 검토한 뒤 본격적인 공판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