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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법의 속도, 산업의 속도
입력 : 2019-11-04 오전 6:00:00
왕해나 사회부 기자
 "한국에선 안 되는 일들이 여기서는 가능해지는 것들이 많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 왜 땅값도 비싸고 경쟁자들도 훨씬 많은 이 곳에 터를 잡았냐는 질문을 던지자 돌아온 답이다. 이 기업은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등 4차 산업 관련 개발을 하는 곳이다. 한국 혁신 기업이 미국 IT생태계에서 선전하길 바라는 마음이었지만 한편으로는 한국에서는 이런 기업을 잡아두지 못할까라는 씁쓸함도 남았다. 
 
승합차 공유 서비스 '타다' 논란이 뜨겁다. 검찰이 타다 운영사인 브이씨엔씨(VCNC)의 박재욱 대표와 쏘카 이재웅 대표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이하 여객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것을 두고 '법이 산업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데도 법 적용은 앞서 나가 산업 발전을 가로 막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내에서 신구 산업 갈등에 옛날 법의 잣대를 들이대 산업 자체가 위축되는 사례는 심심치 않게 나온다. 대표적으로 세계적인 차량공유 업체 우버의 국내 철수가 있다. 중국의 디디추징, 동남아시아의 그랩, 인도의 올라 등이 모발리티서비스업에서 덩치를 키워가는 사이 한국 업체들은 뒤쳐지고 있다. 
 
헬스케어 분야도 대표적인 규제산업으로 꼽힌다. 서울대병원과 헬스커넥트가 함께 개발한 당뇨병 환자 관리 애플리케이션 헬스온G는 환자 상태에 따라 맞춤형 인슐린 수치를 알려주는 기기다. 중국과 중동에 수출까지 했지만 국내에서는 의료법에 막혀 기능의 일부만 쓸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헬스케어 서비스를 진료실 밖에서 하는 것은 불법이다.  
 
농어촌정비법 위반으로 사업을 중단한 '다자요', 식품위생법상 불법으로 취급받다가 최근에야 규제 샌드박스에 포함된 공유주방 사업 등도 모두 마찬가지다. 신산업에 대해 적극적으로 법을 제정하고 신산업에 관한 법이 없으면 구산업에 적용됐던 법을 끌어다 쓰는 형국이다. 
 
세계 IT산업의 본거지라고 불리는 미국은 새로운 산업이 나타났을 때 일단 허용해놓고 문제가 생기면 수정하고 규제를 도입하는 네거티브 규제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페이스북, 애플 같은 혁신 기업이 나오기를 바란다면 법 적용 방법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새로 등장하는 산업에 대해서라도 법 규제 적용을 조금 뒤로 미뤄보는 것은 어떨까. 법은 산업보다 먼저 나갈 수 없고 먼저 나가서도 안 된다. 
 
왕해나 사회부 기자 haena07@etomato.com
왕해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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