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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미납 압박 목적 출국금지 위법"
전 사업가, 법무부 상대 승소…법원 "도피 등 아닐땐 출국자유 허용"
입력 : 2019-11-04 오후 2:49:52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조세 미납자에게 심리적 압박을 줘 세금을 내게 하려는 목적의 출국금지 명령은 위법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박성규)는 냉난방기 제조업체를 운영했던 A씨가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낸 출국금지처분 취소소송에서 4일 원고 승소 판결했다.
 
세금을 내게 하려는 목적의 출국금지 명령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사진은 서울시 양재동 서울행정법원. 사진/뉴시스
 
경영난으로 빚을 지게 된 A씨는 보유하고 있던 공장과 부지를 팔아 채무를 갚았으며 법원에 파산 선고와 면책 신청을 했다. 세금 낼 여력이 없었던 A씨는 지난 1월 기준 종합소득세와 부가가치세 등 국세 7억8700만여원을 체납했다.
 
A씨는 조세 체납 때문에 2018년 6월 법무부로부터 출국 금지 처분을 받고, 같은 해 12월과 올해 6월 두 차례 출국 금지 연장처분을 받았다. 그는 "운영하던 사업체가 경영난으로 인해 폐업하면서 거액의 세금을 체납하게 된 것일 뿐 세금 납부를 회피할 의도가 없다"며 출국금지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조세 미납을 이유로 한 출국 금지는 미납자가 출국을 이용해 재산을 해외에 도피시키는 등 강제집행을 곤란하게 하는 것을 방지하는 데 주된 목적이 있는 것이지, 미납자의 신병을 확보하거나 출국의 자유를 제한해 심리적 압박을 가하고 미납 세금을 자진 납부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A씨 주장을 받아들였다.
 
또 "A씨가 공장 등을 처분했으나 개인 채무 변제를 위한 것일 뿐"이라며 "매매 대금을 은닉했다고 볼 만한 정황은 없고 폐업 이후 5년 동안 한 차례만 출국하거나 해외에 가족이나 특별한 연고가 없는 점 등을 미뤄보아 재산을 빼돌릴 만한 동기를 갖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출국 자유는 헌법이 기본권으로 보장한 것이므로 그에 대한 제한은 필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며 "이 사건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서 위법하므로 취소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왕해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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