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보규·김광연·최서윤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중국발 물류대란'이 예고되면서 국내 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중국 정부가 오는 9일까지 춘절 연휴를 연장했지만 그 이후에도 방역 등의 문제로 중국 내 도시 간 이동이 크게 제한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중국 공장들이 문을 열어 부품 등을 생산해도 이를 공급받을 '통로'가 막히는 셈이다. 더욱이 긴 춘절 연휴 내내 항만 등에 쌓여 있던 화물 등에 대한 물류처리도 단기간에 수습될 가능성이 적다.
이에 따라 국내 관련 기업들은 중국산 부품과 원자재, 원료 등을 원활하게 공급받거나 대체처를 찾기 위한 조달 방안 등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춘절 연휴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중국발 물류대란'에 대응하기 위한 비상 계획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사진은 4일 오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중국 내 자동차 부품생산 공장이 잠정 휴업에 들어가면서 생산라인 가동이 중단된 쌍용자동차 경기 평택공장 정문이 굳게 닫힌 모습.사진/뉴시스
4일 산업통상자원부 '소재부품 종합정보망'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소재부품 수입액 1708억달러 가운데 중국산 제품은 520억8000만달러로 약 30.5%를 차지한다. 일본(270억달러), 미국(194억5000만달러), 베트남(78억5000만달러) 등을 제치고 단연 1위다.
의존도가 높은 만큼 중국에서의 부품 등의 수급이 원활하지 않으면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당장 현대차의 경우 이번 주부터 국내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오는 11일까지 휴업에 들어간다. 춘절 연휴 연장으로 중국 부품 공장이 문을 닫는 바람에 공급을 받지 못해서다.
연휴가 끝나도 이같은 문제가 쉽게 해소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방역 등의 문제로 이동이 제한되거나 평소보다 지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자유로운 이동을 허락해도 신종 코로나 확산에 대한 두려움이 큰 현지 민간인들이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최근 우한 교민들이 귀국 전세기에 탑승하려고 현지 공항으로 이동할 때 우한 외곽 지역 주민들이 '자경단'을 만들어 길을 막아서기도 했다.
더욱이 춘절 연휴가 길어지면서 당장 중국 내에서 이동해야 할 물량이 쌓여있다는 점도 문제다.
해수부 관계자는 "춘절 연휴 연장으로 중국 주요 항만에서 하역 등은 이뤄지고 있지만 세관과 검역, 트럭킹(내륙운송) 같은 게 밀려 있다"며 "지금 화물이 적체된 상태라 9일 이후 중국에서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도 이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기존에 만든 '코로나 태스크포스' 내에서 물류대란 시 본사의 지원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고 삼성전자도 원부자재 조달 등에 관한 비상 계획을 점검하는 중이다. LG화학은 원부자재 공급망 붕괴에 대비한 비상계획을 마련했고, 삼성SDI는 상황에 따라 중국 외 지역에 있는 공장으로 생산물량을 돌리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물류대란으로 원부자재나 부품 조달이 어려워지면 생산에 차질이 생길 수 있고 중국 내에서 만든 제품 수출이 막히는 최악의 상황도 벌어질 우려가 있다"며 "이런 사태에 대비해 대체 공급라인, 우회로 등의 비상계획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 제한으로 인력 수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공장 가동에 필요한 자재와 부품 등이 충분히 비축돼 한 달 이상 장기화하지 않는다면 큰 타격은 피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데 더 큰 걱정은 인력"이라며 "이동 제약과 신종 코로나에 대한 공포심이 커지면서 연휴 기간 고향에 갔다 복귀를 꺼리는 인원이 많아지면 자칫 사람이 없어 중국 현지의 공장을 돌리기 어려운 상황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