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내 항공사 홍보팀 관계자들을 만나면 화제는 단연 ‘리튬 배터리’입니다. 지난달 28일 부산 김해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 때문입니다. 기내 선반에 보관된 리튬 보조배터리가 화재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항공사들은 자체적으로 리튬 배터리 관련 안내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7일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 에어부산 탑승수속 카운터에서 직원이 탑승객들에게 기내 배터리 직접 소지에 대해 안내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여기에 항공업계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도 리튬 배터리 화재 대응 마련을 위해 국내항공사들을 최근 불러모았습니다. 국토부는 지난 3일과 7일 두 차례에 걸쳐 국적사들로부터 기내 리튬 배터리 화재 발생 방지를 위한 의견을 들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항공사들은 배터리 단락(합선) 방지에 효과적인 투명 지퍼백 1개에 1개의 리튬 보조배터리를 넣어 승객이 직접 소지하거나 좌석 포켓에 넣어두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때 항공사들은 국토부에 투명 지퍼백 지원도 함께 요청했습니다. 기존에 없던 지퍼백을 새롭게 구비하기 위해서는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지원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합니다.
국내 항공사 한 관계자는 “정부가 반도체 기업들에게 지원하는 수준은 바라지도 않는다”면서 “지퍼백은 그에 비하면 정말 조그마한 것인데 이마저도 주저하는 정부가 야속하다”라고 했습니다. 정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생산 공장을 짓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용수 공급이 원활하도록 1조4800억원을 투입할 예정입니다. 반도체가 우리나라 수출의 15%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우리 경제 버팀목이라는 점에서, 정부가 이같이 대규모 지원에 나서는 것을 일정 부분 이해합니다.
하지만 반도체를 실어 나르는 객체는 국내 항공사들입니다. 항공사들은 반도체를 비롯해 전자 제품 등과 같은 물자를 안전하고 신속하게 운송합니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지퍼백 정도는 소위 쿨하게 지원해도 되지 않나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