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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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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그런 곳을 꿈꾸네
길에서 만나는 또다른 당신

2025-02-20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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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차종관 기자] 현장에서 수많은 취재원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도 지치지 않을 수 있는 이유는, 제가 '사람 사는 이야기'에 흥미가 크기 때문입니다. 퇴근 이후에도 관심을 실천하고 싶어, 최근 한 온라인 인터뷰 매체에 합류했습니다.
 
지난 16일 서울시 마포구 연남동에서 'Humans of Seoul' 팀이 행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Humans of Seoul)
 
Humans of Seoul(HOS) 팀은 길거리에서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묻고, 듣고, 기록합니다. 작업 방식은 단순합니다. 길 가는 사람에게 말을 건네고, 대화하기를 주저하고 경계하는 상대를 설득해 인터뷰를 해내는 겁니다. 인터뷰를 마친 뒤에는 거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월급도, 사무실도 없지만 지난 2013년 11월부터 12년 넘게 이어졌습니다. 소셜미디어 구독자는 총 20만명이 모였습니다. 콘텐츠를 보는 사람은 매주 30만명을 훌쩍 넘습니다. 흥행 비결은 딱히 없습니다. 그저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순수한 호기심이 전부입니다.
 
HOS의 시초는 미국의 채권 중개업자였던 브랜든 스탠튼이 직장을 그만둔 뒤 카메라를 들고 나가 뉴욕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을 찍기 시작한 것에서 비롯됐습니다. 그에 의해 2010년 11월 Humans of New York(HONY)이 시작됐고, HONY에 영향을 받은 전 세계 여러 도시의 사람들이 수많은 'Humans of' 팀을 구성하게 된 겁니다.
 
HOS 팀원들은 기자가 아닙니다. 각자 본업이 따로 있지만, 단지 이야기를 듣는 게 좋아서 평일 저녁과 주말 시간을 쪼개 거리로 나가 행인을 붙잡고 잠시 이야기를 해달라고 청합니다. 사람들의 반응이 늘 좋지만은 않습니다. 그럼에도 인터뷰 허락을 받아내고 인터뷰이에게서 재밌는 소재를 찾는 기쁨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길에서 만난 낯선 이에게 왜 기꺼이 속 깊은 이야기를 들려주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자신의 이야기가 어딘가 남는 것에 대한 욕구가 있는 건 아닐까요.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특별한 이야기가 많이 있지는 않지만, 어딘가 모르게 남다른 점은 꼭 있습니다. 그렇게 쌓인 인터뷰 약 1600건 중 베스트를 골라 'HUMANS OF SEOUL'라는 책도 냈습니다. 부제는 'Another You on the Street(길에서 만나는 또 다른 당신)'입니다.
 
HOS 팀원들은 지금까지 해왔던 걸 앞으로도 잘하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이들은 오늘도 길에서 만나는 또다른 당신을 찾아 나섭니다.
 
차종관 기자 chajonggw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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