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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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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그런 곳을 꿈꾸네
목화꽃처럼

2025-03-05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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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차종관 기자] 지난 3일 오후, 안국빌딩 앞에서는 동덕여대 재학생 연합의 '민주동덕에 봄은 오는가' 2차 집회가 열렸습니다. 개강을 앞두고 열린 이 집회에는 재학생 1000여명이 집결했습니다.
 
지난 3일 오후, 안국빌딩 앞에서 동덕여대 재학생 연합의 '민주동덕에 봄은 오는가' 2차 집회가 열리고 있다. 학생들이 들고 있는 것은 목화꽃이 그려져 있는 피켓이다. (사진=뉴스토마토)
 
이들은 영하에 가까운 날씨와 강풍 경보에도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에 앉아 구호를 외쳤습니다.
 
"대자보는 학생들의 목소리고 외침이다"
"학생들을 고소하는 대학본부 규탄한다"
"사학비리 근절하고 조원영은 사퇴하라"
 
현장에는 윤석열씨 탄핵 촉구 집회에서 보였던 깃발도 100여개 넘게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여성의당, 공공운수노조, 플랫폼씨 등 다양한 연대 단위가 열심히 깃발을 흔들었습니다.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 김형수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장 등도 연대발언에 나섰습니다. 비상계엄 이후 활발해진 학생사회-시민사회간 상호 교류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3일 오후, 안국빌딩 앞에서 동덕여대 재학생 연합의 '민주동덕에 봄은 오는가' 2차 집회가 열리고 있다. 윤석열씨 탄핵 촉구 집회에서 보였던 다양한 깃발들이 눈에 띈다. (사진=뉴스토마토) 
 
'동덕여대 남녀공학 전환' 반대 시위는 지난해 11월 학생들의 본관 점거로 본격화됐습니다. 학생들이 격렬하게 투쟁하는 이유는 학교의 불통입니다. 학생들은 교육의 당당한 주체임에도, 동덕여대에서 학교의 구성원으로 존재와 권리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진정한 민주사회를 찾기 위해, 이들은 직접 거리로 나섰습니다.
 
학생들은 동덕여대의 적이 학교 재산을 떼어먹고 있는 본부라고 말합니다. 학교는 재정 부족을 이유로 학과 통폐합을 추진하고 등록금 인상 계획을 발표했지만, 실은 사립대학 상위 10위권의 적립금을 가지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친인척을 채용해 고액연봉을 지급하는 가족경영, 1년 동안 41% 인상된 연봉과 400% 인상된 직책 수당, 재단이 사적 용도로 주택을 배입하고 용도를 변경하는 등의 횡령, 매달 회의를 열어 733만원을 쓰느라 이사회 회의비로만 8800만원이 책정된 부패한 사학비리 재단을 지적합니다.
 
6년간 학생들이 쓰레기장 위치 변경과 언덕길 안전 시설 설치를 요구했지만, 본부가 받아들이지 않아 발생한 숭인관 사망 사건도 언급했습니다.
 
또한 학령 인구 감소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를 들며 학생들 의견 수렴 없이 밀실에서 공학 전환을 논의해 놓고, 지난해 여름방학부터 외국인 남학생 6명을 학부 과정에 입학시킨 채, "공학 전환은 공식 회의 안건이 아니었으며 학생들 의견을 구하려 했다"는 학교에 분노했습니다.
 
지난 3일 오후, 안국빌딩 앞에서 동덕여대 재학생 연합의 '민주동덕에 봄은 오는가' 2차 집회가 열리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집회를 지켜보며, 학생들의 민주적 투쟁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한 이들이 떠올랐습니다.
 
'폭력 시위', '젠더 갈등'으로 왜곡하고, 학생들을 폭도로 몰았으며, 왜 이들이 투쟁에 나섰는지에 대한 고찰 없이 혐오 표현을 보도해 폭력을 조장하고 확산한 언론.
 
학생들을 욕하는 것을 오락거리로 만들고, '정상 시민'인 내가 감히 남자들을 배척하는 계집들을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심판해주겠다는 남초 커뮤니티.
 
보수 우파의 유망한 '차기 대권주자'로 불리지만, 명태균 게이트와 당내 갈등 등 정치적 코너에 몰린 지금을 학생들에 대한 마녀사냥으로 탈출하려는 이준석, 한동훈, 오세훈.
 
"청년 여성이 탄핵 집회의 핵심"이라면서도 동덕여대 사안에는 기자회견을 취소하는 등 수수방관한 민주당.
 
지난 3일 오후 안국빌딩 앞에서 열린 동덕여대 재학생 연합의 '민주동덕에 봄은 오는가' 2차 집회에서 한 학생이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가부장적 시선이 없는 해방 공간에서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인간’으로서의 여성을 확인하는 공간이 된다"
 
한 학생은 여성대학의 존재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동덕여대 학생들의 투쟁이 끝내 대학사회의 진보를 불러오길 바랍니다. 밟힐지언정 꺾이지 않는, 끝내 꿋꿋하게 일어나 열매를 맺고야 마는 목화꽃처럼. 
 
차종관 기자 chajonggw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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