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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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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그런 곳을 꿈꾸네
마음이 복잡할 땐 대관령에

2025-02-27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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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차종관 기자] 어느새 입사한 지도 6개월이 다 됐습니다. 잔뜩 긴장한 채 정신없이 일했을 뿐인데, 모르던 사이 시간이 훌쩍 가버렸습니다.
 
초심을 잃지 않고 열심히 하고 있지만, 여전히 '잘'하지는 못합니다. 사실, 엉망진창입니다. 취재는 늘 안되고, 발제는 통과되는 경우가 없으며, 선배께서 시키신 일 하나 제대로 못합니다.
 
실력이 부족하다면, 성장할 동안 견뎌서 키워내면 됩니다. 다만 스스로 나아지고 있다는 감각이 오래도록 들지 않으니 마음이 힘겹고 복잡해졌습니다. 기자란 직업이 제 적성에 맞지 않는 것은 아닌지, 제가 잘할 수 있는 다른 일을 찾아야 하는 건 아닌지, 그런 고민에 잠식된 겁니다.
 
좋은 기사를 쓸 수 있을 거라며 설레던 처음을 지나, 업무시간 내내 부족한 저 자신을 혐오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발제 고민에 수시로 몸서리치고, 매일 밤마다 다가올 아침을 두려워하게 됐습니다.
 
이대로는 안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혼자서는 답이 나오지 않아 동료들에게 고민을 나눴습니다. 답은 '여행'이라고 하더랍니다. 우리는 그 길로 당일치기 강원도 여행을 떠났습니다.
 
지난 22일 강원도 강릉시 안반데기 마을에서 바라본 밤하늘. (사진=뉴스토마토)
  
콩나물과 잘 어울리는 대관령김치찌개를 먹고, 근처 목장에 들러 양들에게 건초를 건넸습니다. 동해 바다가 보이는 경포도립공원의 모 카페에서 빙수를 먹으며 젠가·원카드·다트 같은 게임도 즐겼습니다. 산골짜기에 위치한 안반데기 마을에서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한 은하수를 감상하고 장노출 사진을 찍기도 했습니다.
 
제각기 다른 모양으로 몰아치고 부서지는 파도를 보면서, 별들 사이를 멋지게 가로지르는 유성우를 보면서, 조금은 더 힘을 내봐도 괜찮다는 용기와 위로를 얻었습니다. 절망과 고통에 빠져 있던 저를 끄집어내는 걸 보니, 여행의 힘이란 참 놀랍습니다.
 
집에 돌아와 "다시 시작해 보자"는 마음으로 앞으로의 인생을 설계했습니다. 마음속에 간직해 온 꿈, 배우고 싶은 지식과 기술, 도전하고 싶은 사이드 프로젝트와 시민사회 활동, 내 집 마련을 위한 재정 계획, 버킷리스트 등등. 그동안 잊고 지냈던 욕구들을 메모장에 빼곡히 적었습니다.
 
다 쓰고 나니 속이 개운하고 평화로워졌습니다. 사랑스러운 인생 설계도를 보니 다가올 미래가 기대되고, 왠지 모르게 든든하기도 합니다. 이제는 정체된 지금을 넘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만 가지기로 했습니다. 마음을 가다듬고, 두려움 없이 내일 아침을 맞이할 겁니다.
 
이 글을 보는 당신도 혹여 마음이 힘겹고 복잡하다면, 대관령에 가보시길 권합니다. '새로운 나'를 만나게 될지도 모릅니다.
 
차종관 기자 chajonggw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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