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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영

이재정 "세월호 특조위에 충분한 시간·지원 뒷받침해야"

(연쇄인터뷰-20대국회 당선자의 각오)이것만은 꼭!

2016-05-25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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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한영기자]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5번으로 국회에 입성한 이재정 당선자에게 전화를 걸면 통화 연결음으로 세월호 참사 추모곡 ‘천 개의 바람이 되어’가 흘러나온다. 이 당선자는 지난 24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과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이 있는 5월까지는 세월호 뿐만 아니라 생을 등지는 방식으로 우리 곁을 떠나간 사람을 기리는 그 노래를 컬러링으로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세월호 문제 뿐만 아니라 지역 균형발전, 언론환경 등에도 관심을 두고 있는 이 당선자는 “관심사가 많다보니 상임위를 정하는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밖에서는 국회를 많이 비판했지만 정작 들어와 보니 의원들이 고민하고 결정하는 것이 느껴졌다는 그는 “19대 국회에서 많은 의원들이 노력했던 것이 성과로 이어지지 못한 이유가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답을 찾아가며 의정활동을 하겠다”고 말했다.

 

-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운영위원, 국민TV 비상임이사 등의 이력이 더민주와 이질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더민주를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가.

 

더민주에 비판적인 입장을 가지는 것이 마땅하다. 지금도 더민주와 내가 일체화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내가 생각한 가치와 정확하게 부합하는 사람들하고만 모여서 정치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결이 다르더라도 이야기를 나눴을 때 소통이 되는 사람들이라면 같은 당에서 정치를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 과정에서 선택한 것이 더민주다. 균질화된 정당운동도 유의미하지만 사실 정치라는 것이 새누리당 의원과도 대화하고 설득하며 타협하는 과정 아니겠나. 그런 면에서 당내 다양한 스펙트럼을 갖춘 더민주가 매력적이었다.

 

- 비례대표 선출 과정에서 여성후보 중 1위를 차지했다. 어떤 점에서 중앙위원들의 많은 지지를 받았다고 생각하나.

 

우리 당의 비례대표 공천 기조는 ‘수권정당’ 여부에 맞춰져 있었다. 많은 분들이 시민활동가 경력이나 바람직한 사회를 꿈꿨던 과거의 고민보다는 전문성을 내세우는 분위기였다. 그 때 ‘시민활동가적 성격이 있었던 이력을 애써 숨기며 전문성만 강조하는 식으로 나를 끼워맞춰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비례대표 후보 선정 기조발언에서 “수권정당 면모에 들어맞는 많은 인재들이 후보군으로 계시고, 그 분들이 응당 비례대표 후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국민들이 더민주에 바라는 야당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이 한 명은 있어야 하지 않나. 국민들이 필리버스터에 열광하고 성원을 보내줬다면 그런 측면에서도 답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 점이 통한 것 같다.

 

-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활동을 하면서 입법 활동에 대한 갈증을 느꼈을 듯 하다.

 

박정희 정부 당시 긴급조치 9호로 피해를 입은 분들의 보상을 도운 적이 있었다.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을 받아내고 피해자들이 재심을 신청해 무죄를 받은 후 다시 민사소송을 제기해 1·2·3심을 거쳐야 했다.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이런 문제는 당사자들이 변호사를 찾아가 소송하도록 할 것이 아니라, 법원이 위헌성을 인정했다면 그 이후로는 입법부가 나서서 피해보상 조치를 하는 것이 맞다. 독일이 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들이 입은 손해배상을 그런 식으로 한 적이 있다. 국가의 잘못된 결정으로 개인이 피해를 입었는데 배상 문제를 개인이 소송을 하라는 식으로 떠넘긴 것은 국가의 책임이 아니라고 본다. 그 때 필요한 것이 입법부의 결단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 세월호특별법 개정안 통과가 19대 국회에서 좌절됐는데.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된다. 조사를 하자고 위원회를 꾸렸다. 그렇다면 조사를 할만큼 충분한 시간과 지원을 뒷받침해주고 마무리를 해야 한다. 조사위를 꾸리자는 것은 여·야 모두 동의한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사를 다하지 못한 상태에서 문을 닫게 되면 박근혜 대통령과 여당에게도 오점으로 남는다. 국회가 합의를 해서 무언가를 하겠다고 해놓고 이렇게 흐지부지 해버리면 스스로의 책임을 부정하는 것이다.

 

- 총선 출마를 위해 세월호 특별조사위원에서 사퇴했던 황전원씨가 복귀했다.

 

이명박 정부를 기점으로 위원회를 구성할 때 오도된 균형감각을 요구하는 것 같다. 조사위는 조사를 하자는 사람들만으로 구성해야 한다. 조사위원 중 조사에 부정적인 사람을 넣어 균형감각을 맞춘다고 생각하면 안된다. 황전원 위원 같은 분은 특조위에 들어올 것이 아니라 피조사자를 변호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맞다. 조사에 부정적인 분이 복귀한 것은 특조위 하지 말자는 것 아닌가. 그런 기계적 균형으로 여론을 호도하는 것을 두고 국민들도 부당하다고 느낄 것이다.

 

- 이른바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일컬어지는 언론환경에 대해서도 할 말이 있을 듯 하다.

 

종합편성채널들은 출범 과정에서도 특혜를 받았고 현재 방송통신심의위원회나 방송통신위원회도 종편에 편향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종편은 다른 언론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만큼 자유를 보장받고 있다. 다른 채널의 방송에 대해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전문가를 불러놓고 같은 시간대에 해당 정책 담당자를 부르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경고 조치를 내린 것과 비교된다. 종편 출범은 그렇다 치더라도 지금 방송되는 내용이 적절한지, 지나치게 불균형한 것은 아닌지에 대한 판단을 시작해야 한다. 

 

- 원내대변인을 맡았다. 논평할 때 염두에 두는 점이 있다면.

 

민변에서 스피커 역할을 했을 때는 내가 하는 이야기들이 조직 내 다른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아 말을 하는데 주저할 것이 없었다. 그런데 원내대변인이 되어보니 많이 다르다. 사안들을 당이나 동료 당선자들과 조율하는 절차가 상상 이상으로 어려웠다. 내 입이 내 생각만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임명된 후 처음 며칠은 답답함을 느꼈다. 시간이 지나면서, 당내 구성원 사이의 의견이 다를지라도 약속한 원칙에 따라 합의된 정책과 사안들을 정돈해 국민들에게 설명하는 역할을 하면 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 국회의원이 되고 보니 밖에서 본 국회와 가장 달랐던 점은.

 

당선되고 나서야 국회의원들이 이렇게 고민하며 일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예전에 가깝게 지내지 못했던 분들이 말씀하시는 한마디 한마디를 들으며 ‘그들의 고민이 국민들에게 다 전달이 안됐었구나’는 생각을 하게 됐다. 국민들의 성에 차지 않을 만큼 발언 수위를 조절을 하는 이면에는 나름의 고뇌와 다른 생각이 있다는 점도 알게 됐다. 

 

◇ 이재정 당선자 이력
 
민변 사무차장(변호사)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운영위원
세계 시각장애인경기대회 조직위원 및 감사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당선자가 24일 국회에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재정 당선자실 제공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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