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범 세란병원 정형외과 과장(오른쪽)이 발목염좌로 내원한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사진=세란병원)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미끄러운 빗길에서 발생할 수 있는 발목염좌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험해봤을 만큼 흔한 질환이다. 특별한 치료보다는 휴식을 취하며 회복하는 경우가 많지만, 근육이 약한 노년층은 상대적으로 더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체계적인 치료와 관리가 중요하다.
지난해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응급실손상환자심층조사 자료에 따르면 2010년 23개 병원 응급실 방문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 손상 환자 가운데 21.3%가 낙상 환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낙상 환자 수의 비율은 2020년 26.3%를 기록해 전체 손상 환자 4명 가운데 1명꼴로 증가했다. 특히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낙상환자의 비율이 커졌는데, 응급실을 찾은 70세 이상 환자의 55.2%는 낙상으로 인해 병원을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발목은 우리 몸이 보행할 때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발목에는 발목 관절을 서로 연결하고 발목 움직임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인대가 자리잡고 있는데, 이 인대는 갑작스러운 충격이나 미끄러짐 등으로 손상되는 경우가 많다. 보통 이런 상태를 발목이 삐었다고 표현하는 발목염좌라고 한다. 주로 발목 인대가 얇게 분포된 발목 바깥쪽에서 발생하기 쉽고 심한 손상일 경우에는 충격 당시 파열음까지 들릴 수 있다. 이때 적절한 치료가 진행되지 않는다면 전방 거비 인대 파열로 인한 발목 불안정증으로 악화해 한번 삔 발목이 반복적으로 삐게 될 수 있다.
발목염좌는 인대의 손상 정도에 따라 세 가지로 구분해 치료한다. 인대가 조금 찢어지거나 늘어난 상태이지만 관절의 불안정성과 통증이 없고 보행에 지장이 없는 정도라면 1도 손상으로 볼 수 있다. 이 시기에는 충분한 휴식과 냉찜질로도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 2도 발목염좌는 부분적으로 인대가 파열된 상태로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손상 부위에 반석고 고정을 1주에서 2주 정도 함으로써 증상이 호전될 수 있다. 3도 발목염좌는 인대가 완전히 파열된 상태로 극심한 통증과 부종, 넓은 범위의 멍이 발생하게 된다. 빠른 시기에 병원을 찾아 응급처치를 받을 필요가 있으며 상태에 따라서 수술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고령층은 전반적으로 하체의 근력이 약해져 있을 뿐만 아니라 발목 주위의 근육이 부족하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인 치료 자세가 중요하다. 만약 발목을 접질려 기립과 보행이 어려운 상태라면 휴식을 통해 해결하기보다는 정확한 검사를 통해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염좌 부위의 부기가 빠지고 어느 정도 통증이 완화됐다 하더라도 인대가 정상적으로 아문 상태가 아니라면 발목 불안정증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사소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박기범 세란병원 정형외과 과장은 "긴급상황에서 신속하게 몸을 보호하기 힘든 고령층이라면 장마철에 미끄러운 대리석이나 계단, 습기가 높은 실내 등에서는 보행에 각별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며 "노인들의 발목 부상은 또 다른 낙상으로 이어져 2차 사고를 유발할 수 있으며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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