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식약처 출입기자단 신년 오찬 간담회에서 발언 중인 오유경 처장(가운데). (사진=공동취재단)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지난해 5월 취임한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올해 안에 미국 식품의약국(FDA) 방문을 추진합니다. 식약처 실무진이 FDA를 방문한 선례는 있으나 처장이 직접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유전독성 문제로 논란의 한가운데 섰던 염색샴푸 '모다모다'의 안전성 평가는 당초 계획보다 늦어질 듯합니다.
역대 처장 중 첫 번째 FDA 방문
오유경 식약처장은 23일 서울 종로구에서 신년 오찬 간담회를 열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할 규제혁신과 식의약 관련 지원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출입 기자단이 참석한 이날 간담회에선 오유경 식약처장이 계획 중인 방미 일정이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오유경 식약처장은 이날 국내 업체 지원 방안을 언급하면서 정부 대 정부 파트너십을 거론했습니다. 다른 나라의 식의약 규제가 우리와는 달라 기업이 어려움을 겪으면 정부가 나서겠다는 심산입니다.
그는 "식의약산업은 공산품과 달리 가격 경쟁만 할 수 없다"며 "우리나라도 식의약이 규제 기반 산업인 것처럼 외국도 마찬가지"라고 운을 뗐습니다. 이어 "예를 들어 우리나라 식품업체가 FDA 문을 두드리며 요청하기 어렵다"면서 "식약처는 규제기관 대 규제기관으로 협업하는 파트너십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구체적인 협업 방식으로는 협의체 구성이 유력합니다. 오유경 식약처장은 "우리나라가 다자협의체를 구성해서 파트너십을 만드는 방안이 있고, 양자협의체를 구성해 기준을 조화시키는 방안도 있다"며 "그중 하나가 아프라스(APFRAS, 아시아·태평양지역 규제기관 협의체)"라고 설명했습니다. 아프라스는 우리나라와 미국, 유럽과는 달리 유사한 성향인 아시아태평양지역 국가의 규제기관장과 협의체를 만드는 내용이 핵심입니다.
식약처가 그리는 정부 대 정부 파트너십의 또 다른 갈래는 미국으로 향합니다. 미국 내 식품과 의약품 규제를 담당하는 FDA에 오유경 처장이 방문하는 계획입니다. 올해 처 승격 10주년을 맞는 식약처는 물론 이전 식품의약품안전청 시절까지 포함해도 식약처 수장이 FDA를 직접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23일 식약처 출입기자단 신년 오찬 간담회에서 발언 중인 오유경 처장. (사진=공동취재단)
모다모다 안전성 평가, 숨고르기
작년 국정감사에서도 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들었던 염색샴푸 모다모다 안정성 평가 결과는 당초 예상보다 늦게 발표될 전망입니다.
이 제품에는 1,2,4,-트리하이드록시벤젠(1,2,4-THB)이 있습니다. 식약처는 유전독성을 우려해 화장품에 쓰이지 못하도록 했고, 개발사는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식약처는 유럽 데이터를 근거로 들었습니다. 소비자안전성과학위원회(SCSS) 위해평가에서 1,2,4-THB 성분의 유전독성 우려가 있다는 결과였습니다. 배형진 모다모다 대표는 이에 반발해 작년 국감 당시 "유럽의 기준을 바꿀 수 있는 안전성 데이터를 확보하고, SCI급 논문도 준비 중"이라고 대응했죠.
식약처와 모다모다 간 의견 대립은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가 소비자단체를 중심으로 재검증하라는 권고를 내리면서 일단락됐습니다. 이 권고로 1,2,4-THB 성분의 안전성 판단은 소비자단체로 넘어갔습니다.
오유경 식약처장은 "규제개혁위원회 권고에 따라 소비자단체협의회(소협)에서 검증위원회를 개최하고, 검증위에 식약처와 개발사가 함께 들어와 평평한 운동장에서 논의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게 식약처 입장"이라며 "검증위 구성이 식약처 생각보다 늦어졌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제 검증위가 구성됐고, 식약처와 개발사가 추천한 인물이 검증위에 있다"면서 "정상적으로 운영되면서 (안전성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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