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 겸 국가감염병 위기대응 자문위원장. (사진=한림대 성심병원)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제가 생각하는 훌륭한 방역은 사람들이 코로나19 생각하지 않게 만드는 겁니다. 그냥 조용히 지낼 수 있게 해드리는 게 방역의 최종 지향점이예요. 공기의 고마움을 모르고 살듯이 방역은 평소에 잘하면 아무 걱정 안 해도 되는 거죠."
정기석 국가감염병 위기대응 자문위원장은 최근 <뉴스토마토>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근거 기반 맞춤형 방역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BA.5로 신규 확진자 증가세…BA.2.75 유행 양상 한 달 내 결판"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로 재직 중인 정기석 위원장은 지난 2016년 2월부터 2017년 7월까지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인물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유행 당시 대응을 주도한 방역 전문가다. 지금은 국가감염병 위기대응 자문위원회 초대 자문위원장으로 윤석열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싱크탱크 수장 역할을 맡고 있다.
메르스 유행을 겪은 그가 지켜본 코로나19의 유행 장기화 원인은 변이 출현이다. 실제로 코로나19는 2019년 처음 나타난 이후 여러 변이를 양산하면서 지금도 확산 중이다.
최근 유행하는 변이는 오미크론 세부계통인 BA.5와 켄타우로스로 알려진 BA.2.75다. BA.5는 전 세계 여러 국가에서 우세종으로 자리잡았으며, BA.2.75는 지난 5월 인도에서 처음 발견된 뒤 세력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BA.5가 확고한 점유율을 나타내는 가운데 BA.2.75 감염 사례가 속속 보고되고 있다.
정기석 위원장은 한 달 안에 BA.5와 BA.2.75의 유행 양상이 구체화할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한 달 사이에 BA.5 검출률이 90%에서 100%까지 올라갈 것"이라며 "BA.2.75가 BA.5를 밀어낼지 여부는 이 기간이 지나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어 "핵심은 BA.2.75가 우세종으로 자리잡느냐 아니면 델타 플러스처럼 아무 소리도 없이 사라지느냐 둘 중 하나"라면서 "BA.2.75 유행 양상에 따라 신규 확진자가 최대 30만명으로 끝날지 아니면 더 많아질지 결정된다"고 덧붙였다.
"과학 방역은 맞춤형 위기 관리…근거 없는 방역 없다"
윤석열 정부는 취임 전부터 코로나19 대응 기조로 과학 방역을 내세운 바 있다. 정기석 위원장은 방역의 핵심은 근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학 방역) 핵심은 근거"라며 "단순하게 얘기하자면 근거를 갖고 방역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기석 위원장은 과학 방역을 맞춤형 방역 또는 맞춤형 위기 관리라는 표현으로 풀이했다. 구체적이고 과학적인 여러 근거를 바탕으로 코로나19 유행 상황을 예측하고 이에 맞춰 대응한다는 것이다.
그는 맞춤형 위기 관리의 출발선으로 통합 의료 정보 시스템 구축을 지목했다. 통합 의료 정보 시스템은 산재한 방역 데이터를 한데 모아 일관된 자료를 만드는 데서 시작된다.
정기석 위원장은 BA.2.75로 예를 들어 통합 의료 정보 시스템을 설명했다. 그는 "지금은 중앙정부, 지자체, 보건소마다 자료를 따로 갖고 있다"며 "예를 들어 우리나라 어느 지역에서 BA.2.75 확진자가 발생해 해당 구역에서 역학조사를 하면 관련 정보가 바로 시스템에 기록돼 권한을 가진 사람은 열람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통합 의료 정보 시스템이 구축되면 여러 통계를 이용해 병실이나 응급실, 중환자실을 준비할 수 있다"며 "의료보험에 등록된 데이터만 활용해도 코로나19에 걸린 임신부나 혈액 투석자들이 병원을 가야 하는 경우 병상을 미리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팬데믹 끝나도 검사는 계속…방역은 공기처럼"
정기석 위원장이 근거만큼 중요하게 생각하는 방역의 또 다른 뿌리는 지속성이다. 코로나19 유행 규모가 줄어들거나 팬데믹이 끝나더라도 검사를 포함한 방역은 유지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검사는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날 때까지 해야 한다"며 "그 이후 팬데믹이 끝나도 독감 검사하듯이 코로나19 검사는 계속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특히 지금 변이가 유행하는 상황을 따라갈 수 있도록 검사에 대한 손질은 계속돼야 한다"며 "이미 유행 기간이 길어졌고 대다수 확진자가 발생했으니 전체를 대상으로 한 역학조사는 힘들지만 특정해야 하는 이들만 추려서 실시하는 역학조사는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기석 위원장은 근거와 지속성을 바탕으로 하는 맞춤형 방역의 목표로 당연함을 추구한다고 보고 있다. 그는 방역이 일상생활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야 한다면서 공기에 빗대 표현했다.
정기석 위원장은 "방역의 끝은 사람들이 (코로나19 걱정 없이) 조용히 지낼 수 있게 해드리는 것"이라며 "공기의 고마움을 모르고 살듯이 방역은 평소에 잘하면 아무 걱정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결핵이나 에이즈, 독감도 이렇게 조절됐고 더 옛날에는 천연두와 소아마비도 이런 식으로 조절됐다"며 "코로나19가 다 지나갔다고 생각할 수 있는 날이 올 때까지 조용히 근거를 갖고 방역을 하는 것이 이번 정부 방역팀의 임무"라고 밝혔다.
"의료 대응 능력 유지되면 내년 봄 새로운 세상 올 것"
정기석 위원장은 코로나19 유행의 국면이 달라질 수 있는 기점으로 내년 봄을 꼽았다. 정부 방역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의료 대응 능력이 뒷받침된다는 전제가 깔린 관측이다.
그는 "일괄적인 강제 거리두기 조치라든지 방역패스는 마지막까지 권고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환기가 되지 않는 곳은 환기를 지원하고, 시설이 밀집한 요양병원에는 규정을 만들어서라도 여유 공간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겨울 많은 경험을 축적하면서 확진자 수는 늘더라도 폭발력이 생기지 않도록 의료 대능 능력이 유지된다면 내년 봄에는 새로운 세상이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요 경력
△2018년 3~12월 한림대학교의료원 의료원장 △2016년 2월~2017년 7월 질병관리본부 본부장 △2012년 1월~2016년 2월 한림대 성심병원 병원장 △현 국가감염병 위기대응 자문위원장, 대한내과학회장,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 편집위원장,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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