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송희 기자] 컬리가 상장 첫 번째 문턱인 한국거래소의 예비심사(이하 예심)를 통과하면서 시장의 관심은 몸값 측정에 쏠리고 있다. 통상 유니콘 기업의 가치를 측정하는 핵심 지표인 PSR(주가매출비율) 방식을 이용해도 높은 밸류에이션을 적용받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컬리와 유사한 방식으로 진행했던 쿠팡의 고평가 논란과 최근 쏘카 사례에서 나타난 유니콘 기업에 대한 부정적 투자심리가 높은 밸류에이션 적용을 어렵게 만들 것이란 지적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장외시장에서 거래되는 컬리의 시가총액은 1조9000억~2조1000억원 사이를 오가고 있다. 프리(Pre)-IPO 시장에서 약 4조원의 가치를 평가받던 시기와 비교하면 반토막 난 상황이다.
컬리의 공모가 선정에 관심이 집중된다. (사진=컬리 홈페이지)
시장에서는 앞으로 컬리의 공모가 선정과정에서 PSR 멀티플(배수) 선정에 집중하고 있다. PSR은 주가(기업가치)를 주요 경영 성과 지표인 매출액과 연계해서 평가하는 지표다. 회사의 거래 규모는 크지만 영업이 적자이거나 이익이 적은 상황인 스타트업 가치를 매길 때 보편적으로 활용된다.
컬리와 상황이 유사한 쿠팡의 경우 상장 첫날 기준으로 PSR 3.5배로 평가받았으며 당시 고평가 지적을 받았다. 현재는 1~2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주당 17달러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시장 점유율이 쿠팡보다 낮은 컬리가 쿠팡보다도 낮은 PSR을 적용받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이경준 혁신IB자산운용 대표는 “컬리의 공모가 산정 과정과 결과 값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이미 장외시장에서 시세가 1조9000억원 가량으로 상장 이후에도 2조원대를 기대하기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슷한 상황인 쏘카의 처지도 컬리의 몸값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쏘카와 컬리는 ‘적자 기업’의 상장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쏘카가 지난해 올린 매출은 2890억원, 영업손실은 210억원이다. 컬리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별도기준 2139억원이다. 쏘카는 상장 전부터 부진한 수요예측 결과와 부진한 첫날 성적표를 받았다. 이는 컬리의 상장 바로미터가 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쳐왔다.
앞서 쏘카는 상장을 앞두고 기관 투자자를 상대로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5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일반 투자자들이 참여한 공모주 청약에서도 1834억원의 증거금을 모으는 데 그쳤다. 시장에 바로 풀릴 수 있는 미확약 물량도 많았다. 대부분의 기관이 의무보유 확약을 하지 않은 탓에 기관 배정 물량 244만3700주 중 미확약 물량은 92.35%에 이르렀다.
업계 관계자는 “컬리의 밸류에이션이 지나치게 높게 측정될 경우 기관 수요 참여도가 쏘카와 비슷하게 나올 수도 있다”며 “기관 경쟁률이 낮으면 개인 참여도까지 영향을 미치고 결국 상장 첫날의 주가도 부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컬리 관계자는 "과거 프리IPO 당시 보다는 시장 상황이 다소 악화된 부분이 있지만, 회사는 거래액이 2조원을 돌파하는 등 성장성을 지속하고 있다"며 "비식품 카테고리의 비중도 꾸준히 확장되고 있어 적자 폭도 큰 폭으로 줄여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컬리 측은 "컬리의 상장 목적은 장기적 성장을 위해 기업의 신뢰도와 투명성을 높이고 구조를 탄탄히 하려는데 있다"며 "앞으로 내·외부 상황을 고려해 최적의 시점에 상장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컬리는 전날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코스피시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통과했다. 이번 결정은 컬리가 지난 3월28일 심사를 청구한 지 5개월 만이다. 상장 절차가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컬리는 올해 말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한다.
신송희 기자 shw1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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