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 의무화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기업들의 기업공개(IPO) 과정에서도 ESG 경영이 중요하게 작용할 전망입니다. 다만 과열된 IPO 시장에서 ESG 경영의 영향력은 여전히 미진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IPO에도 ESG 추세…유가증권, ESG 경영체계도 심사
노브랜드 코스닥 상장 기념식. (사진=한국거래소)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ESG 트랜드가 IPO 시장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IPO를 준비 중인 기업들에 대한 ESG 경영 관련 질의가 해외 기관투자자를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상장 전 투자유치 과정에서까지 ESG 경영 관련 평가를 준비해야 한다는 전언입니다.
한 IPO 자문 변호사는 “최근 기관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상장사 비상장사를 가리지 않고 투자에 있어 해당 기업의 ESG 기준을 반영하고 있다”면서 “중소·중견의 예비 상장기업이라도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둔다면 ESG 관련 리스크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거래소는 유가증권시장 신규상장 예정 기업들에 대해 ESG 경영체계 구축 관련 심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이 유가증권 상장기업들에 대해 ESG 공시를 단계적으로 의무화할 예정인 만큼 예비 상장기업들의 ESG 경영체계도 심사하는 것입니다.
상장 예정 기업은 기업경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ESG 관련 위험을 사전에 선별, 파악하고 대응 방향을 제시해야 합니다. 관련 위험은 시현된 위험뿐만 아니라 시현 가능성이 높은 위험도 포함해야 합니다. 또한 ESG 경영을 담당할 기구 및 조직을 설치해야 합니다.
만약 ESG 경영체계 미구축 기업의 경우 ESG 공시 의무화 시기와 연계해 시행 계획 등을 단계별로 수립해야 합니다. 만약 구체적인 계획이 없으면 상장 거부 사유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상장 전 G 관련 위험 파악해야…심사 강화 전망
ESG 경영 관련 IPO 상장심사 기준도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최근 법률 위반이나 내부통제 등으로 상장심사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는데, ESG에서 G(지배구조)가 다루는 윤리 및 투명성 등과 직결된 사항입니다. 이 같은 문제는 상장 준비 단계에서 무사히 넘어가더라도 상장 이후 고스란히 연결되는 문제입니다. 유가증권 상장 예정 기업뿐만 아니라 코스닥 상장 예정 기업들도 상장 이전부터 ESG. 특히 G 관련 위험에 대해 파악하고 준비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사상 초유의 상장 예비심사 승인 취소 사태의 주인공인 이노그리드는 ‘기업의 계속성 심사 기준’ 중 ‘소송 및 분쟁’에 관련한 심사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는데요. 최대주주의 지분과 관련해 문제가 있었던 만큼 ESG 경영과 결이 닿아있습니다. 거래소는 “이노그리드는 최대주주 지위 분쟁과 관련한 사항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이를 상장예비심사신청서 등에 기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당장 발생한 위험이 아니더라도 향후 실현 가능성이 있는 위험이지만, 이를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인데요. 거래소는 ‘심사신청서의 거짓 기재 또는 중요사항 누락’으로 판단했고 이노그리드의 상장 예심 결과 효력을 불인정하기로 했습니다. 거래소가 심사 효력을 불인정한 것은 코스닥 시장 개장 이후 첫 사례입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ESG 경영이 의무화되면 상장심사에서 EGS가 차지하는 비중도 더욱 커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ESG 경영, IPO 기업가치에 영향 적어
(그래픽=뉴스토마토)
상장심사에서 ESG의 비중이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정작 IPO 시장에선 ESG가 기업의 가치 평가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프리IPO 등 장기적 관점에서 이뤄지는 투자에는 긍정적일 수 있지만, 단기 차익에 초점이 맞춰진 현재의 IPO 시장에선 그 영향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입니다.
실제 최근 IPO 시장의 경우 흥행을 넘어 과열 양상을 보입니다. 올해 상반기 신규 상장사 대부분은 수요예측에서 공모가 희망밴드 상단을 초과했습니다. 총 29곳(스팩 제외) 중
HD현대(267250)마린솔루션, 그리드위즈를 제외한 27곳이 공모가를 희망 가격 상단을 초과했습니다.
신규 상장사들의 수요예측 흥행은 기업가치보단 시장 과열 영향이 큽니다. 상장 첫날 수익률 상한이 ‘따따블’(300%)로 확대되면서 첫날 주가가 급등하는 결과로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단타를 노린 기관투자자들은 수요예측에서 높은 가격을 써내 최대한 많은 물량을 배정받고 첫날 시초가에 처분하는 모습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이경준 혁신IB자산운용 대표는 “현재의 IPO 시장은 기업을 분석하는 시장이 아니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는 “IPO 시장 과열이 꺾이고 정상화한다면 ESG 경영이 기업가치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겠지만 지금은 투기장의 모습이 된 지 오래”라며 “IR 현장에선 기업가치에 대한 질문은 없고 초일 가점 혜택 여부 등 최대한 많은 배정을 받을 수 있는 질문만 이어져 수요 예측 기능을 상실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대표는 “최근에는 IR 행사는 ESG 등 기업가치와 관련된 질문을 하면 오히려 이상하게 보는 분위기”라며 “프리IPO 등 장기적 관점에서라면 ESG가 영향을 줄 수 있겠지만, 단기 차익을 생각하는 투자자들 입장에선 지배구조(G)나 환경(E) 등은 관심 밖이다”고 덧붙였습니다.
(표=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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