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유통'에 웹툰·웹소설 적자…플랫폼 대응 '역부족'
빅테크 애플·아마존까지 진입…레드오션 된 '웹툰 시장'
불법 유통에 '총력전' 펼치지만…'솜방망이 처벌'에 근절 요원
2024-07-08 17:59:36 2024-07-09 14:34:38
[뉴스토마토 최수빈 기자] 네이버웹툰을 비롯한 K웹툰·웹소설의 글로벌 진출이 속속 이뤄지면서 국내 지식재산권(IP) 사업의 성공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웹툰 업계 면면을 실제로 들여다보면, 외형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업들이 적자를 면치 못하는 실정인데요. 인공지능(AI) 번역 등의 기술 발전을 악용해 글로벌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불법 웹툰 유통 사이트가 늘면서 웹툰업계 수익을 가로채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난 5월 13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사옥 모습. (사진=뉴시스)
 
네이버웹툰의 모회사인 웹툰엔터테인먼트는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미국 나스닥에서 종목 코드 ‘WBTN’으로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네이버웹툰은 약 3조7000억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으면서 한국 콘텐츠 기업 최초로 미국 나스닥 시장에 입성했는데요. 네이버웹툰은 이번 상장 이후 ‘아시아의 디즈니’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목표입니다. 이에 웹툰을 기반으로 삼아 드라마, 영화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데 박차를 가할 전망입니다. 
 
다만 네이버웹툰은 지난 2023년 1억4480만 달러(약 2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올해 1분기 들어 전년 동기 대비 18.8% 성장하며 순수익을 기록했지만, 2023년 말 기준 누적 적자는 3억6330만 달러(약 5000억원)입니다. 네이버웹툰이 당면한 과제로는 수익성 개선을 위한 웹툰의 유료 결제 비중 증가가 꼽힙니다. 
 
문제는 웹툰의 유료 회차가 불법 웹툰 사이트에도 업로드된다는 점입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022년 웹툰 불법 유통 시장 규모를 7215억원으로 추산했는데요. 한국어가 아닌 다른 국가 언어로 번역, 해외 불법 유통된 규모는 고려되지 않은 수치이기에 불법 유통 규모는 더욱 클 것으로 보입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웹툰 이용자 현황까지 과거보다 감소하자, 업계는 불법 콘텐츠 유포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지난 2021년부터 불법 웹툰 모니터링 전담팀 ‘피콕’을 출범, 중국과 남미 등 웹툰 불법 유통 사이트를 다수 폐쇄했습니다. 네이버웹툰은 AI 기술이 탑재된 ‘툰레이더’를 자체 개발해 최초 불법 유포자를 식별하고 차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업의 총력전에도 러시아와 포르투갈 등 웹툰 불법 유통 국가는 확대되고 있는데요. 불법 유통사이트 근절이 어려운 이유로 ‘솜방망이 처벌’이 꼽힙니다. 저작권법을 위반할 시 5000만원 이하 벌금이나 5년 이하 징역에 처할 수 있지만 그동안 웹툰 불법 유포자들은 대부분 벌금형이나 기소유예 등의 처벌에 그쳤습니다. 
 
불법 웹툰 유통은 K웹툰의 글로벌 진출에 적신호가 되고 있는데요. 실제로 NHN은 지난해 7월 베트남에 이어 태국 등 동남아 웹툰 서비스 ‘코미코’를 철수한 바 있습니다. 불법 웹툰 유통이 성행하면서 유료 결제가 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오는데요. YD라는 필명을 사용하는 한 웹툰 작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코미코 베트남은 매출 부진으로 사업을 철수했다”라며 “불법 웹툰을 반대한다는 이유로 베트남 독자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고 전했습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인 애플과 아마존까지 웹툰 시장에 뛰어든 상황 속 K웹툰의 IP 보호를 위해 적극적인 입법 활동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하신아 웹툰작가노동조합 위원장은 "부처 간의 권한 다툼으로 인해 (웹툰 불법 유통 근절을 위한) 노하우가 분산됐다. 불법으로 유통된 웹툰은 단기간에 퍼지는데, 부처 위원회는 이보다 늦게 소집된다"면서 "신고 및 차단 등의 일원화 및 저작물 자산 유출에 대한 입법 활동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저작권 보호원이 활동하고 있지만 수사권이 없어 한계가 있는 만큼 이 점을 보완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진단입니다.
 
최수빈 기자 choi3201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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