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광 기자] 8회 지방선거 당시 학교폭력 가해자인 A의원 공천을 철회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지만 민주당은 공천을 강행했습니다. 민주당이 피해자 측의 문제 제기를 무마하려고 했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장본인은 A의원을 추천한 김민석 의원입니다. 피해자 측에 따르면, 김 의원은 "A의원은 법적인 하자 없다",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라는 말을 쓰면서 A의원에 대한 문제 제기를 묵살했다는 겁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학폭 무마 의혹은 잘 모르는 일이고, 공천은 당의 결정으로 진행돼 자신과 무관하다고 해명했습니다.
김민석 민주당 선대위 총괄본부장이 2022년 5월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6.1 지방선거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묵살된 학폭 피해자 측 항의...김민석 "법적 하자 없다"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시 영등포구의회 A의원은 2018년 고등학교 재학 시절 동급생을 괴롭혀 '출석정지 10일, 학급교체' 징계를 받았지만, 8회 지방선거 때 공천을 받고 당선됐습니다. A의원이 후보가 되는 뒷배엔 김민석 의원이 있었습니다. A의원이 속한 지역구인 영등포을 국회의원이 김 의원인 겁니다.
2022년 5월4일 민주당 서울시당이 A의원을 공천하자 학교폭력 피해자 측은 2주 뒤인 17일 서울시당에 A의원 공천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그러자 서울시당 위원장인 기동민 전 의원은 중앙당에 A의원에 관한 사건 조사를 요청하는 한편 김 의원과 피해자 아버지가 만나는 자리를 주선했습니다. 기 전 의원이 이렇게 한 것은 지역구 현역 의원이나 지역위원장이 지방의원에 대한 실질적 공천권을 행사하다는 방증입니다. 피해자 아버지는 한 대형 로펌 변호사였습니다. 아들이 학교폭력에 시달릴 당시엔 부장검사로 재직했습니다.
피해자 아버지는 김 의원과 만난 후 카카오톡 메신저로 A의원에 대한 공천 취소를 계속 요구했습니다. 문제는 피해자 측이 A의원 공천 철회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그의 학폭 징계 경력이 지역에 알려지게 됐다는 겁니다. 이를 인지한 김 의원이 소문의 근원지로 피해자 측을 지목, 역으로 압박했다는 게 피해자 측 주장입니다.
김민석 민주당 의원은 2022년 5월21일과 22일에 걸쳐 서울 영등포구의회 A의원의 학교폭력 피해자 아버지오 카카오톡 메신저로 대화를 했다. 대화 중 김 의원은 피해자 아버지에게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로 판단되면 그에 따라 대처하겠다"고 경고했다. (사진=뉴스토마토)
실제로 2022년 5월21일 김 의원과 피해자 아버지가 나눈 카카오톡 대화를 보면, 김 의원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로 판단되면 그에 따라 대처하겠습니다"라고 경고합니다. 이에 피해자 아버지는 "아이 학폭 피해 사실이나 가해자의 면피성 주장의 부적절성 등을 지적하며 가해자를 공직후보자로 공천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공천 기준 등에 따라 판단해 달라는 민원을 제기한 저에게 할 말은 아닌 듯합니다"라고 반박했습니다.
이튿날인 5월22일 김 의원은 카카오톡 대화로 "제가 상황을 파악하고 답을 드리겠노라 한 시점에 이미 부인께서는 지역 주민·학부모들을 통한 본인 주장의 전파와 압박 의사표명을 하신 것이므로 선거(에) 영향(을 줄) 의도로 판단한 것"이라며 "정황상, 부인께서 이미 직접 나서셨다는 제 판단은 맞다고 본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현재의 제도와 규정 하에서 서울시당의 심사와 (A의원) 공천에는 법적 하자가 없다"고 했습니다.
<뉴스토마토>와 만난 피해자 아버지는 민주당이 사건을 대하는 태도에 무력감을 느꼈다고 했습니다. 부장검사 출신의 대형 로펌 변호사인 자신조차도 아들을 괴롭힌 가해자에게 문제를 제기하는 길이 봉쇄됐기 때문입니다. 피해자 아버지는 "아들이 그렇게 힘들어하는지도 모르고 조용히 넘어가자고 했었는데, 그것이 지금까지도 미안함으로 남는다"며 "민주당은 이후 여당 인사 자녀의 학폭을 지적하고 있는데, 그럴 자격이 있는지 되묻고 싶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민주당은 2023년 2월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된 정순신 변호사 아들의 학폭 논란, 그해 6월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아들의 학폭 의혹 등을 강하게 비판한 바 있습니다.
'학폭 가해자'지만 공천·당선...김민석 "공천은 당 결정"
<뉴스토마토>는 A의원에 관한 항의를 무마하려고 했다는 의혹을 받는 김 의원에게 입장·반론을 요청했습니다.
김 의원은 A의원을 8회 지방선거 후보로 추천한 이유에 대해 "모든 지역위원회에서는 청년을 후보에 포함시켜야 했다"라고 말했습니다. 영등포을 지역구 현역인 김 의원이 지방선거 출마자의 공천권을 사실상 행사한 것 아니냐는 지적엔 "내가 A의원을 추천한 건 맞지만, 공천은 공식적인 절차에 따라 당이 최종 결정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 피해자 아버지에게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아니냐' 등 일부 표현을 사용했으며, 피해자 측을 압박했다는 주장에 제기된 것엔 "내가요? 그건 한번 정확하게 확인해 보세요"라고 답했습니다.
박현광 기자 mu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