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올해가 '인공지능(AI) 산업화의 원년'이라는 외침과 달리 우리나라 가전산업의 AI 역량이 부족하다는 진단이 나옵니다. AI 기반의 스마트공장 구축과 국내 생산 물량 유지·확대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조언이 나옵니다.
18일 기획재정부의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9월호'를 보면 지난달 15대 주력 수출품목 중 대표적 내구소비재인 가전제품 수출 품목은 전년 동월 대비 5% 하락했습니다. 지난해 8월 -3.2% 성적 이후 또 마이너스를 기록한 겁니다.
K-가전산업 성장세 '부진'
주요 수출 품목 중 섬유(-4.8%), 철강(-1.7%)보다도 감소 폭이 높습니다. 올해 9월1일부터 10일까지의 가전제품 수출 증감률은 늘었지만 10.9% 수준에 불과합니다. 코로나19 시작 전인 2019년 9월 초순 가전제품 수출 비중은 50.5% 급증세를 보인 바 있습니다.
팬데믹인 2020~2021년 기간 생산액도 증가세를 기록했습니다. 산업연구원의 산업경제분석을 보면 2020~2021년 기간 생산액이 증가한 것은 비대면 수요 확대와 급격한 부동산 경기 호황이 가전 내수에 단기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가전산업의 생산·수출액은 최근 5년간 연평균 기준 0.4%, 1.6%씩 감소했습니다. 대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각 6.3%, 4.2% 성장한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입니다.
지난 6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24'에서 LG전자가 '공감지능으로 새롭게 그려내는 AI홈'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LG전자)
더욱이 삼성전자, LG전자를 제외한 코웨이, 쿠쿠홈시스, SK매직, 쿠쿠홀딩스(쿠쿠전자), 오텍캐리어, 청호나이스, 에스텍, 위닉스, 신성 델타테크(HA 부문) 등 주요 중견기업의 최근 매출액이 2021~2023년 기간 연평균 3.5% 성장했으나 한국 가전산업 총 생산액은 동 기간 4.7% 감소했습니다.
세계 1위인 한국 가전의 성장이 부진한 원인으로는 해외 생산의 가전산업 구조를 꼽습니다. 해외공장 생산이 줄어든 반면, 국내 생산은 오히려 증가한 팬데믹 시기와 달리 비용 경쟁으로 인한 해외 생산 확대가 한국 가전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는 겁니다.
세계 가전 시장은 비용·가격 중심의 경쟁구조가 확립돼 있다는 분석입니다. 한국의 주요 기업은 글로벌 경쟁을 위해 비용이 저렴하고 수요 시장에 인접한 해외공장에서 제품 대부분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특히 TV 완제품은 전량 해외 생산으로 한국기업의 TV 매출액 점유율이 세계 1위임에도 한국 생산·수출이 이와 동떨어진 모습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아울러 중국기업이 가격우위와 거대 내수를 지목했습니다. 매출액 기준 세계 1위는 한국의 삼성전자이나 세계 2·3위인 중국 메이디와 하이얼 스마트홈이 자리 굳혔다는 진단입니다. 그리, 하이센스, 창홍, 스카이워스 등을 포함하면 중국의 점유율은 더 높다고 봤습니다.
때문에 우리나라는 프리미엄 시장에서 우위를 유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비용 경쟁으로 인한 해외 생산 확대가 한국 가전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으나 제품의 스마트·고효율화와 같은 프리미엄화는 한국에 긍정적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18일 기획재정부의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9월호'를 보면 지난달 15대 주력 수출품목 중 대표적 내구소비재인 가전제품 수출 품목은 전년 동월대비 5% 하락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경쟁국보다 부족한 '스마트홈·AI'
문제는 미래 시장이자 고부가가치 영역인 스마트홈과 AI 기술이 경쟁국과 비교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TV 운영체제가 대표적입니다.
시장조사기관 IDC 분석을 보면 지난해 스마트 TV 운영체제 점유율은 구글(안드로이드), 로쿠(로쿠OS), 아마존(파이어OS) 이 각각 38.1%, 12.5%, 3.4%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2027년에도 이러한 구도가 유지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타이젠)의 점유율은 21.3%로 2027년 23%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또 다양한 IoT 기기 시장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스마트홈 시장은 한국이 주도하는 대형가전과 달리 미국, 중국, 유럽이 상대적으로 높은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어 녹록지 않은 상황입니다.
단일 품목의 시장 규모가 큰 대형가전(TV, 냉장고, 세탁기 등)에서 우위이나 중소형 제품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점도 문제로 지목됩니다.
무엇보다 플랫폼, 서비스 측면에 이은 AI 기술의 경쟁력 여건이 꼽힙니다.
심우중 산업연 성장동력산업연구본부 신산업실 전문연구원은 "AI 기술에서는 미국과 중국이 상대적인 우위를 보유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을 비롯한 여타 국가는 이들에 비해 기술력이 부족하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한국의 본질적인 한계이나 아직 AI 기술의 상용화가 초기 단계이므로 기술 추격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된다. 특히 가전산업의 경우는 한국이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어 기존 시장에서 우위를 토대로 산업 데이터와 가전용 AI 기술을 더욱 빠르게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AI 기술의 적용은 국내 공장의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밸류체인의 고부가가치화를 촉진함으로써 국내 산업의 성장성 부진을 완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AI 기반의 스마트공장 구축으로 생산성을 극대화한다면 해외 생산 의존도를 줄이고 국내 생산 물량을 유지·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습니다.
18일 기획재정부의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9월호'를 보면 지난달 15대 주력 수출품목 중 대표적 내구소비재인 가전제품 수출 품목은 전년 동월대비 5% 하락했다. (표=과학기술정보통신부)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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