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장 열린 '글로벌 피벗'…'10월 금리인하' 딜레마
연준, 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
"물가 2%로 안정…실업률도 낮은 수준"
한·미 금리차, 1.5%포인트로 줄어
2024-09-19 16:37:05 2024-09-19 19:13:17
[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4년 반 만에 기준금리를 대폭 인하했습니다. 시장에서 0.25%포인트 인하를 예상한 것과 달리 0.5%포인트 '빅컷'을 단행한 건데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이어진 긴축 통화정책 기조에 사실상 마침표를 찍은 것으로 풀이됩니다. 연준의 피벗(통화정책 전환)으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에도 이목이 쏠리는데요. 과열된 부동산 시장 안정이 관건으로 보입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18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년 반 만의 기준금리 인하 방침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연 4.75~5%로 발표…연내 '추가 인하' 시사
 
연준은 18일(현지시간) 이틀 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무리하고 기준금리를 기존 5.25∼5.5%에서 4.75∼5%로 0.5%포인트 내리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위기 대응을 위해 긴급히 금리를 낮췄던 2020년 3월 이후 4년 반 만인입니다.
 
기존 2%포인트 차로 역대 최대였던 한국(3.5%)과 미국(5.25∼5.5%)의 금리 격차도 최대 1.5% 포인트로 줄어들었습니다. 
 
연준은 이날 성명을 통해 "최근 지표들은 경제 활동이 계속 견고한 속도로 확장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일자리 증가는 둔화했고 실업률은 상승했지만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FOMC는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2%를 향해 가고 있다는 더 큰 자신감을 얻었고 고용과 인플레이션 목표에 대한 리스크는 대체로 균형을 이뤘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연내 0.5% 포인트 추가 인하도 시사했습니다. 
 
다만 미국이 빅컷을 단행한 배경을 낙관적으로 볼 수만은 없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시장에서는 0.25%포인트 인하가 대세였는데 0.5%포인트나 내렸는데도 증시가 빠졌다"며 "시장이 당황해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진단했습니다. 미국이 물가보다 '고용'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방증으로 앞으로 추가 금리 인하를 하더라도 금융시장에 긍정적인 뉴스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한국, '부동산·가계부채' 증가세 걸림돌
 
한두 달 시차를 두고 미국 금리 동향에 맞춰오던 한은은 이르면 10월, 늦어도 11월에는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전망됩니다. 문제는 부동산과 가계부채 등 여러 지표가 금리 인하에 부정적이라는 점인데요. 나라와 가계빚이 3000조원을 넘어선 데다 가계부채 대부분은 부동산과 관련 있기 때문입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는 경기 침체 때문에 조기(10월) 인하를 원하지만 한은은 내수부양을 위해서는 재정정책을 쓰라는 입장"이라며 "한은이 부동산이나 가계부채를 우려해 금리 인하에 신중한 만큼 10월 인하가 안 될 경우 11월로 넘어갈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기태의 신영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그동안 가계부채에 신경 쓰는 모습을 보인 만큼 부동산 쪽 데이터를 확인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7∼8월 대출현황 등을 10월 초까지 줄어드는 것을 확인하고 인하는 11월 정도에 나서지 않을까"라고 말했습니다. 
 
실제 한은은 그동안 주택가격 불안에 우려를 표명해 왔습니다. 박종우 한은 부총재보는 지난 12일 통화신용정책보고서 설명회에서 "9월 가계대출 증가세 규모는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는데 주택 가격은 큰 흐름이 있기 때문에 단기간 내에 확 꺾일 거라고 얘기하기는 좀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신세돈 교수는 "미국과 우리나라의 경우 높은 금리에도 부동산 시장이 안 잡혔는데 금리를 내리면 쉽게 잡히겠냐"며 "10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전까지 잡힐 가능성은 희박하고 부동산이 잡히면 내릴 여지가 있다"고 전했습니다. 
  
정부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와 관련해 관계기관과 긴밀히 공조해 대내외 상황 변화에 대응하겠다는 방침인데요.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서울지방조달청에서 주재한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가계대출은 9월부터 시행된 정책효과 등이 가시화되면서 증가폭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주택시장이 과열되거나 가계부채가 빠르게 증가할 경우 추가적 관리수단을 적기에 과감하게 시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조달청 별관에서 열린 미국 FOMC 주요 결과 및 국제금융시장 동향 관련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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