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생후 4개월된 갓난 아이가 현금 10억원을 들여 강남구 압구정동에 위치한 24억짜리 아파트를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부모와 부모의 상속, 증여, 차입 등의 방법으로 마련한 자금으로 9억원 이상 고가주택을 구매한 미성년자는 지난 2018년 이후 작년 8월까지 총 14명에 달했다.
14일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 제출받은 60만건의 주택자금조달계획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 2018년 이후 수도권 지역에서 고가주택을 구매한 미성년자 14명 중 5명은 주택 구입 자금 전액 또는 상당부분을 직계 존비속의 상속과 증여, 차입을 통해 마련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 사례를 살펴보면, 태어난지 4개월된 갓난 아이는 어머니와 함께 지난 2018년 강남구 압구정도 한양7차 아파트를 절반씩 공동 매입했다. 이때 아이는 본인 매입 자금 12억4500만원 중 9억7000만원을 현금으로 지불했다.
소병철 의원은 "태어나자마자 갓난아이가 압구정 아파트를 구매한 것도 웃픈 일이지만 구입비용의 78%를 예금액으로 지불했다는 것도 참 씁쓸한 일"이라며 "금수저의 부 대물림의 대표적 사례"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9월20일 서울 한 아파트 단지의 모습. 사진/뉴시스
이 외에도 올해 9월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포레스트 아파트를 구매한 17세 청소년의 경우는 10억6000만원 전액을 가족에게 증여받았다. 이 경우 증여세는 약 2억4000여만원~3억2000여만원으로 추정된다.
성동구 성수동1가 동아아파트를 10억원에 매입한 19세 청소년도 8억1800만원은 증여로, 7200만원은 가족에게 빌린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학생은 6300만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기관에 예치된 예금도 아니고 해당 자금을 어떻게 가지고 있었던 것인지 국세청과 국토부가 조사해봐야 한다는 게 소 의원의 주장이다.
미성년자들 중에는 금융기관 예금과 전세보증금을 통한 갭투자를 통해 주택을 구매한 사례도 더러 있었다.
한 16세 청소년의 경우, 예금 8억8000만원과 세입자 보증금 8억4000만원을 더해 지난 2018년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아파트를 17억2000만원에 구입했다. 17세 청소년은 지난해 강남구 도곡동 현대빌라트를 예금 11억9000만원, 보증금 5억으로 16억9000만원에 매매했다.
해당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합법적으로 구매했다면 문제가 없다면서도 다소 씁슬하다는 반응을 내놨다. 누리꾼들은 "빈부격차, 빈부격차 하지만 이런 기사를 접하면 나는 누구, 여긴 어디 현타가 온다", "부러우면 부럽다고 말해야지", "정당하게 벌어서 세금 다 냈으면 문제 없겠지만, 아이 부모가 정당하게 증여세 등을 냈는지 조사할 필요가 있다", "부와 권력을 가진 자들이 뭔들 못하겠냐", "진짜 문제는 지금 부동산 대책으로 내 집마련은 훨씬 더 어려워졌다는 것"이라는 반응을 내놨다.
전날 KB국민은행이 발표한 ‘월간 주택가격 동향’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서울 아파트 값은 9.09% 올랐다. 강북 지역(한강 이북 14개구)이 9.88%, 강남 지역(한강 이남 11개구)이 8.40% 오르며, 강북의 상승률이 강남 상승률을 웃돌았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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