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금융감독원 검사를 조기 종결해 달라는 청탁을 대가로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으로부터 돈을 받아 챙긴 브로커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1부(재판장 이환승)는 15일 특정경제범죄법 위반(알선수재) 등 혐의로 기소된 엄모씨에게 징역 1년6개월과 추징금 5000만원을 선고했다.
앞서 엄씨는 금감원이 진행한 라임에 대한 검사와 관련해 알선·청탁 명목으로 지난해 9월 이종필 전 부사장으로부터 현금 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엄씨는 자신이 근무하는 업체의 회장을 통해 이 전 부사장을 소개받은 후 이 전 부사장이 라임에 대한 금감원의 검사가 조기에 종결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먼저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의 고위 관계자들을 접촉해 라임에 대한 금감원의 검사가 9월 안에 종결될 수 있도록 힘을 써 보겠다. 일하기 위한 경비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말해 돈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엄씨는 이 전 부사장에게 돈을 받기 전 라임에 대한 금감원의 조사 관련 상황 등을 파악하기 위해 실제로 금감원을 방문해 담당 국장과 수석검사역을 면담하면서 여당 의원의 정무특보로 기재된 자신의 명함을 줬던 것으로 드러났다. 엄씨는 라임에 대한 검사 계획 등을 문의하고, 선처를 요청하는 청탁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은 금감원이 수행하는 검사 기능과 관련한 직무의 불가매수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피고인은 알선·청탁 명목의 금전을 수수했을 뿐만 아니라 금전 수수에 앞서 국회의원 정무특보로 행세하면서 금감원 국장 등을 상대로 실제로 청탁을 시도하기도 한 점에 비춰 죄책이 무겁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전 부사장으로 수수한 돈은 5000만원으로 그 액수도 적지 않다"고 밝혔다.
이 전 부사장은 지난 5월12일 특정경제범죄법 위반(수재 등)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돼 현재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부사장은 라임 등에서 코스닥 상장사 리드의 전환사채를 인수해준 대가로 지난 2017년부터 김정수 전 리드 회장에게 명품시계, 명품가방, 고급 외제차와 전환사채 매수청구권 등 총 14억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또 내부 정보를 이용해 악재성 공시 전 라임 펀드가 보유한 코스닥 상장사 주식을 처분해 11억원 상당의 손실을 회피하는 등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도 적용됐다.
이 전 부사장은 지난 7월30일 특정경제범죄법 위반(사기),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으로 추가로 기소됐다. 이 전 부사장은 원종준 라임 대표와 공모해 기존 펀드의 환매 자금으로 사용하기 위해 투자자들에게 해외무역펀드가 부실하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고, 해외무역펀드에 직접 투자할 것처럼 투자자들을 속여 총 2000억원 상당의 라임 무역금융펀드 18개를 설정해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태를 수사하는 검찰이 지난 2월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라임자산운용 본사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후 압수물을 차량에 싣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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