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울림' 김창완, 37년 만에 솔로 앨범 '문(門)'
기타와 보컬 중심, 악기 사용 최소화
"일상의 소중함 깨달아…지금을 살자"
2020-10-16 15:51:18 2020-10-16 15:51:18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1977년 ‘산울림’으로 국내 그룹사운드 전성기를 연 선구자. 사이키델릭 록과 아트 록을 넘나들며 동화 같은 노랫말로, 기존 세상의 관념을 뒤엎은 뮤지션. 데뷔 후 가수, 연기자, DJ, 작가 등 꾸준한 활동을 해오고 있는 '거장' 김창완이 솔로작 '문(門)'을 내놨다.
 
1983년 '기타가 있는 수필' 이후 37년 만에 발표하는 솔로 앨범. 기타와 보컬을 중심으로 악기 사용을 최소화한 구성의 11곡이 담겼다.
 
타이틀곡 ‘노인의 벤치’는 읊조리는 듯 노래하는 저음의 보컬이 돋보이는 곡으로 한 편의 수필을 읽는 듯 쓸쓸한 여운을 남긴다. 싱글로도 발표됐던 ‘시간’은 김창완이 청춘에게 들려주고 싶은 사랑에 관한 내용의 곡으로 반도네온 선율과 나레이션으로 어우러진 장편 서사시 같은 곡이다.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들에게 전하는 ‘이 말을 하고 싶었어요’, ‘먼길’은 따뜻한 위로의 노래. 부모님에 대한 연민 어린 시선의 곡 ‘엄마, 사랑해요’, ‘자장가’,‘이제야 보이네’, ‘보고 싶어’는 가족의 존재가 얼마나 감사한가를 새삼 느끼게 한다. 
 
김창완은 소속사를 통해 “미래로 갈 수 있는 시간의 문도 지금이고 과거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의 문도 현재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번 앨범에는 돌아가신 아버지나 막내에 대한 회한 같은 개인사적인 것들이 은근히 녹아있다. 가사라는 껍질을 쓰고 나온 것도 있고 아련하게 추억에 젖어서 나름의 그리움을 담아낸 곡도 있다”고 설명했다.
 
첫 수록곡 ‘엄마, 사랑해요’의 간주는 어느 날 새벽, 불현듯 떠오른 멜로디로 만들었다. 그는 “엄마는 매일 아침마다 침대 위에서 체조를 한다는데 나의 루틴은 뭘까 생각하다 만든 간주”라며 “이 곡 외에도 앨범에는 내 일상과 지금의 처지와 그동안 겪었던 에피소드, 이야기가 투영됐다”고 했다.
 
이 외에도 앨범에는 ‘글씨나무’,‘옥수수 두 개에 이천원’등 김창완 특유의 동심과 위트있는 가사가 돋보이는 곡들이 실렸다. 
 
김창완은 “앨범을 발표하며 제일 우려했던 것은 내가 혹시 노인성 기우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며 “혹시나 주장이 강하게 들린다면 내용의 ‘옳고 그름’을 떠나 제가 아직 덜 다듬어진 것이고 그 부분은 앞으로 더 다듬어 나가야 할 숙제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코로나19 장기화 시대에 본 작업을 하며 무심히 지내던 일상의 소중함을 깨달았다고. 
 
그는 “곡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도 거친 부분이 없지 않다. 순식간에 한 작업이라 작품 자체로 보면 더 다듬어야 할 수도 있다”며 “하지만 개칠 안한 그림이라 생각하고 진심을 담아 ‘지금이 얼마나 중요한가! 지금을 살자!’는 마음으로 발표하게 됐다”고 했다.
 
그가 DJ를 맡은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는 올해로 20주년을 맞았다. 드라마 ‘싸이코지만 괜찮아’ 오원장역, 동시집 ‘무지개가 뀐 방이봉방방’ 등 배우, 작가로도 활동 중이다. 조만간 앨범 발매를 기념한 공연도 진행할 계획이다.
 
김창완. 사진/이파리엔터테이니움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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