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전기차 시장이 커지면서 폐배터리 재활용을 위해 대기업들이 잇따라 손을 잡고 있다. 수명이 다한 배터리를 재활용하면 환경오염을 막을 수 있고 부가적인 수익도 창출할 수 있어 앞으로도 관련 협업은 계속될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현대차 계열사 현대글로비스와 LG화학의 전기차 택시에 배터리를 대여하는 사업에 대한 규제 특례(샌드박스)를 최근 승인했다. 현대글로비스가 보유한 배터리를 전기차 택시회사인 KST모빌리티(마카롱 택시)에 빌려주고 2~3년 뒤 나오는 폐배터리를 LG화학이 전기차 급속 충전용 ESS로 제작하는 방식이다.
전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선두권을 유지 중인 LG화학은 관련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는데 지난해 10월엔 르노삼성과 폐배터리를 ESS로 재사용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LG화학 연구원들이 오창공장에서 자사 전기차 배터리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LG화학
SK이노베이션도 지난달 폐배터리 재활용을 위해 현대차와 협력하기로 했다. 두 회사는 협약에 따라 차량용으로 적합하지 않은 배터리를 ESS로 재사용하거나 안에 든 리튬, 니켈, 코발트 등 희귀 금속을 추출해 재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SK이노베이션은 폐배터리 양극재에서 수산화리튬을 회수하는 기술 개발을 마치고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삼성SDI의 경우 아직 구체적인 성과가 나온 것은 없지만 여러 자동차 업체들과 함께 폐배터리 재활용 방안을 꾸준히 검토 중이다.
이처럼 배터리 업체들이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에 앞다퉈 뛰어드는 건 관련 시장이 계속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산업부와 환경공단이 지난해 낸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폐배터리량은 2021년 4675개에서 2030년 6만7210개로 15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전기차용으로 수명을 다한 배터리는 충전 능력이 초기 대비 70% 안팎으로 유지되면 ESS나 태양광 발전 등에 사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태양광 사업을 하는 한화솔루션과 OCI도 현대차와 손을 잡고 폐배터리 재활용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일본 닛산의 경우 폐배터리를 가로등이나 캠핑용 배터리팩으로 바꾸는 기술을 선보이기도 했다.
배터리로 재사용할 수 없다면 안에 든 값비싼 금속을 추출해 새 배터리를 만드는 데 활용할 수도 있다. 원료를 재활용하면 배터리 생산 단가를 낮출 수 있고 환경 오염도 줄일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 성장과 함께 폐배터리도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처리 방안에 대해 기업들도 고심 중"이라며 "아직 걸음마 수준이긴 하지만 정부와 기업이 머리를 맞대고 있는 만큼 더욱 활발하게 방안이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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