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수사지휘권이 발동된 라임자산운용 사건과 관련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1일 "국민을 기만했다"면서 윤석열 검찰총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올해 국정감사 여야 최대 승부처인 대검찰청 국정감사를 하루 앞둔 상황에서 나온 말이다. 윤 총장도 22일 국감에 직접 출석한다. 윤 총장이 국감장에서 '할 말은 하겠다'는 입장으로 전해져 긴장감이 팽팽해지고 있다.
추미애 장관은 이날 오전 자신의 SNS에 "'검찰 개혁'에 단 한 번이라도 진심이었으면 하고 바랐다"며 "그러나 그런 기대와 믿음이 무너져 참으로 실망이 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죄수를 검사실로 불러 회유와 압박으로 별건 수사를 만들어내고 수사 상황을 언론에 유출해 피의사실을 공표해 재판을 받기도 전에 유죄를 만들어 온 것이 부당한 수사 관행이었다며 대검은 인정하고 반성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또 "6월12일 대검은 법무부에 수용자의 불필요한 반복 소환 등 실태 점검을 하기로 약속했고, 법무부와 함께 제도 개선을 하기로 하고 16일 '인권중심수사 TF'를 만들었다"며 "그리고 9월 21일 수용자를 별건 수사 목적으로 반복 소환하는 데 일정한 제약을 가하고, 범죄정보 수집 목적으로 소환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겠다는 발표까지 마쳤다"고 설명했다.
추 장관은 "그런데 김봉현에 대해 그가 구속된 4월23일 이후 석 달 사이에 무려 66회나 불러서 여권 정치인에 대해 캐묻고 회유하는 조사를 반복했다고 한다"며 "여권 정치인들에 대한 피의사실도 언론을 통해 마구 흘러나왔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반면 야권 정치인과 검사들에 대한 향응 제공 진술이 있었으나, 지검장은 총장에게 대면보고에 그쳤고 그 누구도 알지 못하게 했다"면서 "법무부와 대검 반부패수사부에는 보고조차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추 장관은 "야당과 언론은 '사기꾼의 편지 한 통으로 장관이 검찰총장에 대한 지휘권을 발동했다'고 맹목적 비난을 하기 전에 국민을 기만한 대검을 먼저 저격해야 한다"며 "'중상모략'이라고 검찰총장은 화부터 내기 전에 알았던 몰랐던 지휘관으로서 성찰과 사과를 먼저 말했어야 한다. 유감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제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곧이들을 국민이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며 "지휘 감독자인 장관으로서 작금의 사태에 대해 국민께 참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18일 "검찰총장이 라임 사건 수사 검사 선정에 직접 관여하고, 철저한 수사를 수차 밝혔는데도 야권 정치인과 검사 비위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비위 사실을 보고받고도 여권 인사와는 달리 철저히 수사하도록 지휘하지 않았다는 의혹 등 그 관련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점과 현재까지의 감찰조사 결과와 제기되는 비위 의혹의 내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현재 진행 중인 감찰과 별도로 수사 주체와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대검은 같은 날 곧바로 "검찰총장이 해당 의혹들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는데도 이와 반대되는 법무부의 발표 내용은 전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내용으로서 검찰총장에 대한 중상모략과 다름없으며, 전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결국 추 장관은 다음 날인 지난 19일 "라임자산운용 사건 관련 여야 정치인, 검사들의 비위 사건을 포함한 총장 본인, 가족, 측근과 관련된 사건에 대해 공정하고 독립적인 수사를 보장하기 위해 검찰총장은 서울남부지검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대검 등 상급자의 지휘 감독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수사한 후 그 결과만을 검찰총장에게 보고하도록 하라"며 수사 지휘를 내렸다.
윤 총장은 이날 별다른 반응 없이 국감 준비에 전념했다. 그러나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이후 검찰 내부 반발이 거센 상황이어서 '작심발언'을 쏟아 놓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한 대검 관계자는 "윤 총장의 스타일은 이전 국감장을 보면 알 것"이라고 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1일 경기 과천시 법무부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