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부산에서 55년 이상 운영된 '해운대암소갈비집'이란 음식점과 똑같은 상호를 사용해 서울에서 영업한 업주에 대해 법원이 부정경쟁방지법상 부정 경쟁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26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5부(재판장 김형두)는 지난 22일 A씨가 B씨를 상대로 낸 영업표지의 사용금지 등에 대한 소송의 항소심에서 원고 청구를 기각한 1심을 깨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B씨에 대해 "'해운대암소갈비집', '해운대암소갈비'를 소갈비구이 음식점 영업을 위한 간판, 물품의 포장과 선전광고물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신의 본점, 지점, 사무실, 창고, 차량에 게시 중인 '해운대암소갈비집' 또는 '해운대암소갈비'를 표시한 물건, 포장, 광고, 정가표, 거래서류, 간판, 표찰에서 각 표장을 제거하고, 표장만을 제거할 수 없는 경우에는 표장을 표시한 물건, 포장, 광고, 정가표, 거래서류, 간판, 표찰을 폐기하라"고 명했다.
A씨는 지난 1964년부터 부산 해운대구에서 '해운대암소갈비집'이란 상호의 소갈비구이 음식점을 운영했다. B씨도 지난해 3월부터 '해운대암소갈비집'이란 상호로 서울에서 소갈비구이 음식점 영업을 시작했고, 이곳에서 사용되는 불판과 곁들임 메뉴로 제공되는 감자 사리는 A씨의 음식점에서 사용된 것과 유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A씨는 B씨가 같은 영업표지를 사용해 음식점을 운영하는 것은 부정경쟁방지법에서 정한 부정 경쟁 행위에 해당하거나 불법 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영업표지 사용금지 등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B씨의 행위가 부정 경쟁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에 대해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종합적 외관이 국내에 널리 인식된 영업표지라고 보기 어렵다"며 "주지성을 취득한 트레이드 드레스(Trade Dress)로서 보호돼야 하는 성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2심은 1심과 달리 A씨의 청구를 인용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영업표지는 원고가 원고 식당과 관련해 55년 이상 동안 축적
한 명성, 신용, 고객 흡인력, 품질에 대한 신뢰도가 화체된 재산적 가치를 갖는 것으로서 '법률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A씨의 식당에 관한 언론 기사와 방송 프로그램과 블로그, SNS, 유튜브 등 온라인 정보들은 그 양과 질의 측면에서 모두 이 사건 영업표지의 재산적 가치를 평가할 때에 매우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요식업 분야에서는 지방에서 명성, 신용, 고객 흡인력을 취득한 맛집들이 백화점에 입점하거나 분점을 개설하는 등의 과정을 통해 서울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이 새로운 경향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B씨가 이 사건 영업표지와 동일한 영업표지를 사용하는 것은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 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해 무단으로 타인의 '성과 등'을 사용한 것에 해당한다"고도 지적했다.
이에 대해 "B씨의 식당을 A씨의 식당으로 오인해 방문했거나 오인해 방문했다가 음식 맛에 실망했다는 내용의 여러 글이 온라인에 올라오는 등 A씨 식당의 경제적 이익이 침해되거나 명성, 신용 등이 손상되는 실증적인 정황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두 식당은 구조, 서체 등 간판의 종합적인 이미지가 매우 유사하고, 불판의 모양과 재질뿐만 아니라 감자 사리 메뉴의 구성이나 서비스 방식도 매우 유사하다"며 "B씨의 식당은 A씨 식당의 명성 등에 무단으로 편승하기 위해 동일한 영업표지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서울고법 관계자는 "부산에서 상당히 널리 알려진 영업표지에 대해 서울에서 주지성을 취득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항 카목의 입법 취지를 감안한 카목 고유의 관점에서 그 영업표지가 법률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으로서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에 해당한다고 인정해 카목에 의한 보호를 인정한 사례"라고 말했다.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항 카목은 '부정 경쟁 행위란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 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해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규정하고 있다.
서울고법 민사5부(재판장 김형두)는 지난 22일 A씨가 B씨를 상대로 낸 영업표지의 사용금지 등에 대한 소송의 항소심에서 원고 청구를 기각한 1심을 깨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고법.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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