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배터리사들이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오르며 미래 주도권을 쥐기 위한 인력 확보전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늘어나는 주문량을 소화하기 위해 생산공장 인력을 꾸준히 확충 중이며 개발 인력 모집도 활발하다. 이처럼 채용 전쟁이 심화하면서 '인력 빼가기' 문제가 선도 업체들의 고민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12일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미국 배터리 사업을 위한 현지 자회사인 SK 배터리 아메리카(battery America)는 내년 조지아주 1공장 완공을 앞두고 최근 직원 채용을 시작했다.
이번 채용은 200여명 규모며 생산·품질·유지 보수·안전 관리 등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인력을 충원할 예정이다. 현지 법인은 지난 여름에도 생산 감독과 전문 엔지니어로 구성한 60여명의 공장 인력을 채용한 바 있다.
현지 법인은 인력 채용을 위해 이날(현지시간)부터 지역 유력 신문사에 채용 광고도 내기로 했다. 아울러 조지아주 고용노동부도 홈페이지에 채용 정보를 노출하고 있다. 14일에는 '드라이브 스루 취업 박람회(Drive-thru Job Fair)'를 열어 채용을 위한 홍보도 한다는 계획이다.
조지아주 공장은 SK이노베이션 전기차 배터리를 만들 미국의 첫 생산기지로 26억달러(한화 약 3조원)를 들여 현재 1, 2공장을 건설 중이다. 1공장은 내년 완공 후 2022년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며 2공장은 2023년 말 가동이 목표다. 이에 따라 이번에 채용할 200여명을 포함해 내년 말까지 1000여명의 인원이 필요하며 2공장 양산을 위해서는 모두 2600여명의 현지 생산 직원을 채용해야 한다.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조지아주 공장 직원 채용을 시작했다. 사진은 12일(현지시간)부터 현지 언론에 게재하는 채용 광고. 사진/SK이노베이션
친환경 정책을 중요시하는 조 바이든이 대통령 당선을 확정 지으며 다른 배터리사들도 미국 사업을 더욱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세계 배터리 1위 업체인 LG화학 또한 미국에서 대규모 채용에 나선다.
이번 채용은 LG화학과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1조원씩 출자해 세운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 '얼티엄 셀즈' 인력을 확충하기 위함이다. 총 규모는 1100여명이며 공정 엔지니어, 정보기술 전문가, 구매 분석 전문가, 품질 분석 엔지니어 등 14개 직군에서 직원을 뽑는다. 채용된 직원은 올해 4월 착공한 합작법인 신규 공장에서 근무한다. 미국 오하이오주 로즈타운에 건설 중인 이 공장은 2022~2023년께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생산 인력과 함께 차세대 배터리 개발을 위한 인력 충원도 한창이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 전고체와 리튬이온 배터리 개발을 위한 직원도 두 자릿수 규모로 채용 중이다. 채용된 직원은 전고체 소재와 셀, 리튬 메탈 음극을 개발 업무를 한다. 이와 함께 배터리 분야 석·박사 신입 연구원도 모집하고 있다.
지난달 LG화학도 전지사업본부 연구·개발(R&D) 분야 신입사원을 비롯해 관리 경력사원 등 세 자릿수 인력 충원에 나선 바 있다. 채용한 직원들은 다음달 출범하는 배터리 신설법인 LG에너지솔루션 소속으로 일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도 올해 내내 중·대형 전지 개발자를 수시로 채용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 배터리사들의 채용이 활발한 건 K-배터리 위상이 높아지면서 '인력 빼가기'로 이미 한 차례 곤욕을 치렀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이나 유럽 후발업체들이 한국 배터리사 출신 인력을 파격적인 대우로 스카우트하거나 한국어 능통자를 채용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지난해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자사 인력을 빼가는 과정에서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미국에서 소송을 걸기도 했다. 이에 따라 선제적으로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채용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사는 물론 소재 기업들까지 인재 유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며 "배터리 시장이 커질수록 업계 내 인력 확보전도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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