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비밀번호 진술 강제는 기본권 훼손"…인권위 진정
추미애 장관 법률 검토 지시 철회 요구
2020-11-13 11:11:53 2020-11-13 11:11:53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피의자 휴대전화 비밀번호 공개를 강제하도록 하는 법률 제정을 검토하도록 한 지시에 대해 시민단체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냈다.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는 인권위원회 홈페이지를 통해 추미애 장관에 대한 진정서를 제출했다고 13일 밝혔다.
 
이 단체는 진정서에서 "추 장관에게 '휴대폰 비밀번호 진술을 강제하는 법률 제정 지시를 철회할 것'과 '재발 방지를 위해 인권교육을 받을 것'을 권고해 달라"고 인권위원회에 요청했다.
 
그러면서 "법으로 강제해서 휴대폰 비밀번호를 알아내겠다는 추 장관의 황당무계한 발상은 사실상 고문을 통해 진술을 받아내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매우 과격하고 반인권적인 국가 폭력"이라고 지적했다.
 
또 "추 장관이 지시한 대로 법원의 명령 등으로 비밀번호 진술을 강제하고, 응하지 않으면 형사 처벌하는 법률이 제정된다면 피의자의 방어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등 헌법상 기본권이 크게 훼손되고 국민의 인권이 심각하게 침해받게 된다"고 강조했다.
 
앞서 추 장관은 지난 12일 "채널A 사건 피의자인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사례와 같이 피의자가 휴대폰 비밀번호를 악의적으로 숨기고 수사를 방해하는 경우 영국 등 외국 입법례를 참조해 법원의 명령 등 일정 요건 하에 그 이행을 강제하고, 불이행 시 제재하는 법률 제정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대해 정의당 장혜영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추 장관의 지시에 대해 "기존 형사법에서 보장하는 자백 강요 금지, 진술거부권, 자기방어권, 무죄 추정 원칙을 뒤흔드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우리 헌법 12조는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않을 권리를 담고 있다"며 "범죄 피의자라 할지라도 수사는 정당하게 이뤄져야 하고, 그 과정에서 최소한의 방어권은 보장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장 대변인은 "그런데 누구보다 이러한 헌법적 가치를 앞장서서 수호해야 할 법무부 장관이 나서서 국민의 자유권과 존엄을 훼손하는 법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하는 것은 자기 얼굴에 먹칠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밝혔다.
 
이어 "인권 변호사 출신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의 법무부 수장으로서 추미애 장관이 검찰 총장과 신경전을 벌이느라 자신의 본분을 이렇게 망각하고 인권을 억압하는 행태를 보인다면 국민께서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추 장관은 국민의 인권을 억압하는 잘못된 지시를 당장 철회하고, 이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한동훈 검사장(법무연수원 연구위원)도 입장을 통해 "당사자의 방어권은 헌법상 권리인데, 헌법과 인권 보호의 보루여야 할 법무부 장관이 당사자의 헌법상 권리 행사를 '악의적'이라고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이를 막는 법 제정 운운하는 것에 대해 황당하게 생각한다"며 "반헌법적 발상"이라고 반발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수처장 후보추천위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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