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전기차 시대의 도래로 관련 업체들이 빠르게 성장 중인 가운데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이 배터리 소재에 눈을 돌리고 있다. 배터리 산업이 커지며 소재에 대한 수요가 지속해서 증가하는 가운데 기존 사업은 쇠퇴하면서 사업 전환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석유화학사들은 전기차 시장이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며 배터리 소재 기업 인수 등을 통해 관련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있다. 배터리 완제품을 생산하는 LG화학, SK이노베이션은 물론 최근에는 롯데케미칼과 포스코 등 다른 주요 기업들까지 뛰어드는 추세다. 배터리 핵심 소재로는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해질이 있다.
특히 최근에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회동하며 관련 협업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롯데그룹은 화학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을 통해 모빌리티 신소재 사업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다른 석유화학사들에 비해 배터리 사업 진출이 빠르진 않았는데 최근 들어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음극재 소재인 동박·전지박 제조사인 두산솔루스가 매물로 나오자 인수도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하진 않았지만 롯데정밀화학을 통해 두산솔루스를 인수하기 위해 설립된 펀드 '스카이스크래퍼 롱텀 스트래티직 사모투자 합자회사'에 2900억원을 투자하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이 펀드는 두산솔루스 지분 53%를 6986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는데 롯데정밀화학이 이중 42%를 지원한 셈이다.
이밖에도 롯데알미늄은 헝가리에 1100억원 규모로 배터리 양극박 생산 공장을 짓고 있으며 안산 공장에는 280억원을 투입해 생산 라인을 증설하고 있다.
또 다른 배터리 소재인 분리막 원료 생산량도 늘린다는 방침이다. 분리막 소재로는 절연 성능이 뛰어난 폴리프로필렌(PP)와 폴리에틸렌(PE) 등이 쓰인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3분기 실적 발표 후 이어진 컨퍼런스콜에서 현재 연 4000톤, 매출액 100억원 분리막 규모를 2025년까지 10만톤, 2000억원으로 키우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중앙)이 지난 18일 롯데정밀화학 울산공장을 방문해 응용실험실 내 메셀로스 제품이 사용된 배기가스 정화용 자동차 세라믹 필터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롯데그룹
SK그룹도 최근 배터리 소재 회사를 인수하는 등 관련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그룹 계열사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 삼성SDI와 함께 국내 배터리 3사로 꼽힌다.
그룹 내 배터리 소재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계열사는 SKC다. SKC는 올 초 1조2000억원을 들여 동박 제조사 KCFT(현 SK넥실리스)를 인수했다. 정읍에서 5~6공장을 증설 중이며 해외에도 공장을 짓는다는 계획이다. 모든 공장이 완공되면 SK넥실리스의 동박 생산량은 현재 3만4000톤에서 13만여톤에 이를 전망이다. 그룹 내에서 배터리 사업이 커지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근 SK넥실리스 공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올해 초 분사한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를 통해 분리막 사업도 강화하고 있다. 내년 초 기업공개(IPO)를 통해 자금을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중국과 폴란드에 생산 기지를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세계 배터리 1위 LG화학은 배터리 소재 양극재에 관심을 보이는데 2025년까지 생산량을 17만톤으로 확대한다.
이를 위해 생산 기지도 꾸준히 구축 중이다. 지난 9월에는 중국 화유코발트와 협력해 현지에 양극재 공장을 준공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구미와 청주에 공장을 짓거나 증설한다는 방침이다.
이밖에 배터리 소재 외에 전기차에 쓰이는 내·외장재에 대한 석유화학사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배터리는 내연기관차의 엔진보다 최대 3배가량 무겁기 때문에 자동차 기업들은 성능을 위해 더욱 가벼운 소재를 찾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고부가합성수지(ABS), 스티로폼(EPS), 탄소나노튜브 같은 고부가 원료 생산을 늘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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