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조 바이든이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미국의 친환경 바람이 거세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이러한 움직임이 국내 배터리사들에 장기적으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테슬라에 이어 포드까지 미국 자동차 제조사들은 배터리 내재화를 계획 중이다. 특히 포드는 지난 7월까지도 배터리 자체 생산 계획이 없다고 일축했는데 최근 태도를 바꿨다. 지난달 취임한 짐 팔리 최고경영자(CEO)는 취임 후 여러 공식 석상에서 "배터리 셀 제조를 검토 중"이라며 전기차 배터리 자체 생산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오창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에서 자사 배터리를 살펴보는 LG화학 직원들. 사진/LG화학
바이든의 '그린 뉴딜'…장기적으로 K-배터리엔 악재?
이 가운데 바이든이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전 세계 배터리 시장의 판도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당선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보다 전기차 대중화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이든은 2025년까지 약 2조달러(한화 2400조원)를 들여 친환경 정책인 '그린 뉴딜'을 추진하는데 이에 따라 우선 공공기관과 스쿨버스 차량부터 전기차로 교체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전기차 대중화를 위한 지원금과 관련 제조사에 대한 세제 혜택도 더 늘릴 전망이다.
이에 따라 국내 배터리사들은 수혜를 입을 것으로 관측됐다. 전기차 대중화 시점이 당겨지면 배터리 수요도 더욱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그린 뉴딜 정책으로 국내 3사가 이익을 얻을 것이란 예상도 나오지만 장기적으로는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미국 정부 차원에서 배터리 산업을 육성하면 국내 업체들은 '찬밥' 신세로 전락할 우려가 있어서다.
배터리 산업의 경우 전기차 세대교체와 함께 '블루오션'으로 꼽히지만 미국에서 아직 성과를 보인 업체는 없다. 업계에서는 미국이 배터리 선진국인 한·중·일을 따라잡으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나선다면 예상보다는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중국 CATL 또한 1~2년 전까지만 해도 존재감 없는 배터리사에 불과했지만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면서 세계 1위 업체로 도약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도 전기차 배터리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민·관 협력체를 구성하는 등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며 "여러 상황으로 볼 때 그린 뉴딜이 장기적으로 국내 업체에 득이 되는 일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쉐보레 '볼트EV'. 사진/GM
K-배터리 화재, 내재화에 '기름'
이 와중에 국내 배터리사들의 제품을 탑재한 전기차에서 잇따라 화재 소식이 들리며 미국 업체를 포함한 자동차 제조사들의 내재화에 '명분'이 됐다는 지적이다.
GM은 LG화학 배터리를 넣은 쉐보레 볼트EV에서 3건의 화재가 나자 이 모델 6만8600여대를 리콜하라고 했다. 독일 BMW와 미국 포드도 일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차량의 리콜을 결정했다. 불이 난 모델에는 모두 삼성SDI의 배터리가 장착됐다.
업계에선 이번 화재가 자동차 제조사들이 배터리사와의 결별을 위한 핑계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코나EV에서 잇따라 불이 나면서 현대자동차와 LG화학의 관계도 최근 소원해졌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을 비롯한 자동차 제조사들이 당장 배터리를 내재화하기는 힘들다"면서도 "이 때문에 우선 협력하겠지만 몇 년 후까지 동반자 관계를 장담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전기차 화재는 판매 대수를 고려할 때 내연기관차에 비해 많은 건수는 아니라고 설명한다. 배터리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의 김광주 대표는 최근 자사 포럼에서 "통계적으로 살펴보면 가솔린 엔진은 1만대 중 0.2~1.9% 정도 화재가 발생했다"며 "글로벌 시장에 9만대를 출하한 코나의 경우 12건, 9만5000대를 생산한 볼트는 3건의 화재가 발생해 가솔린 엔진 대비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초기 시장이다 보니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는 만큼 더욱 안전한 차로 갈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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