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2020)③재택근무, 효율성·편의성 둘 다 잡았다
민간기업 절반 이상 참여, 젊은 층 환영, 중장년층 꺼려
2020-12-30 06:00:00 2020-12-30 06:00:00
[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올해 코로나19의 확산이 불러온 가장 큰 사회적 변화는 재택근무 문화의 확산이다.
 
코로나19 집단감염을 막는 방법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 사회적으로 실시됐고, 그 중 핵심은 공공기관부터 민간기업까지 포함하는 재택근무 실시였다. 
 
3월 구로콜센터 집단감염을 필두로 오피스빌딩을 중심으로 하는 집단감염이 계속되자 초기에 머믓거리던 기업들도 서둘러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재택근무에 돌입하게 됐다. 
 
초기만 하더라도 영상회의 시스템은 물론 재택근무에 대한 업무 매뉴얼조차 갖춰지지 않아 업무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아 각 회사마다 많은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일선 직원들은 직원대로 업무 배분이나 성과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데 불만을 표하고, 관리자들은 관리자대로 근무태도나 업무성과에 대한 관리감독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9월 발표한 재택근무 활용실태 설문조사에서 재택근무 어려움으로 ‘의사소통 곤란’(62.6%)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고, 이어 직무 간 형평성 문제(44.1%), 성과 관리·평가 어려움(40.0%), 기업 정보 유출 우려(14.9%), 재택근무 인프라 비용 부담(9.0%) 순으로 조사됐다. 
 
서울 구로디지털단지 인근에 근무 중인 A씨는 “갑자기 재택근무하래서 식탁에 앉아 노트북을 폈는데 뭘 어떻게 할지 감도 오지 않았다”며 “일 한 번 하려면 이메일, 메신저에 음성 통화까지 손발을 다 동원해야 해 차라리 출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다행히 영상회의시스템이 발빠르게 구축되고 재택근무 참여 기업이 다수를 차지하면서 ‘재택근무가 당연하다’는 문화가 하나 둘 정착되기 시작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참여 기업이 48.8%에 달했으며, 현재는 절반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재택근무를 한 경험이 있는 노동자 10명 중 9명(91.3%)은 재택근무에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퇴근 스트레스 해소(86%), 여가 확보로 삶의 질 향상(36.5%), 일·가정 양립 기여(27.8%), 업무집중도 향상(27.8%) 등을 장점으로 꼽았다. 
 
서울 강남에 있는 직장에 재직 중인 B씨는 “9호선 타고 출퇴근할 때마다 스트레스 받았지만 이젠 일어나자마자 편한 옷차림으로 화장도 안 하고 일하니 세상 편하다”며 “재택근무는 외국계 기업에서만 가능한 남의 이야기라 생각했는데 자연스럽게 일상이 됐다”고 말했다. 
 
업무공간이 집으로 확장되면서 또다른 사회적 변화를 가져오기도 했다. 아이들은 온라인 수업을 하기 위해 집에서 노트북을 켜고, 부모들은 화상회의한다고 하의는 일상복에 상의만 갖춰입는 모습은 2020년 코로나가 낳은 신 풍속도다. 
 
이로 인해 공간 분리를 위해 중소형이 아닌 대형 집을 선호하는 현상이 다시 불었으며, ‘코로나 베이비’, ‘코로나 이혼’ 같은 신조어를 만들기도 했다. 이상적으로는 일·가정 양립을 추구하지만, 육아와 휴식이 이뤄지던 생활공간에 업무가 끼어들면서 발생한 충돌과 적응의 과정들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 광화문 인근으로 출퇴근하던 C씨는 “애들이랑 시간 많이 보내는 것도 좋지만, 반대로 계속 노트북이 옆에 있으니 일이 끝나도 끝나지 않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업종별, 부서별 재택근무 참여 편차가 아직 큰 상황에서 재택근무가 정착했다고 속단하긴 힘들다. 젊은 층은 선호하는 비율이 높지만, 많은 중장년층은 재택근무로 해소되지 않는 부분을 얘기하며 여전히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사무실 중심으로 이뤄진 한국식 회사문화의 변화는 새로운 뉴 노멀인 재택근무를 맞아 여전히 적응 중이다.
 
D씨는 “회사나 거래처 사람들도 기존에 알던 사람들은 괜찮지만 새로 알게 된 사람들은 아무래도 온라인만으론 가까워지기 어렵다”며 “신입사원이 들어오면 교육은 어떻게 할지, 직원들 업무평가는 어떻게 이뤄질지 아직 과제가 많다”고 말했다.
 
경기도 수원시청 행정지원과에 재택근무가 실시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진규 온라인뉴스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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